뉴딜(New deal). '새로운 거래'를 뜻하는 이 말은 1932년 미국 대선 당시 대공황(大恐慌)으로 파산자가 속출하고 실업자가 늘어나자 불황을 극복할, '잊힌 사람들을 위한 뉴딜'을 공약으로 내걸었던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의 경제정책에서 유래했다. 당선 후 1933년에서 1938년까지 5년간 실행된 루스벨트의 뉴딜정책은 대공황을 타개하기 위한 구제와 부흥, 개혁을 목표로 정부가 적극적으로 개입하여 바닥으로 추락한 미국 경제를 회복세로 돌리는 등 미국 사회 전반에 큰 영향을 준 획기적인 정책이었다.
최근 우리나라에서 '뉴딜'이라는 단어가 '도시재생의 정책'을 상징하는 단어로 쓰이며 화제가 되고 있다. 구도심과 노후 주거지를 대상으로 하는 도시재생 뉴딜은 쇠락한 지역의 여러 문제를 해결하고 주민들의 삶의 질을 개선해 지역 활성화를 도모하고자 하는 정부의 핵심 정책 중 하나이다. 도시재생 뉴딜 정책은 낙후된 지역 500곳에 5년간 총 50조원을 투입하는 사업으로, 면적 규모에 따라 △우리동네 살리기형(5만㎡: 무인택배함, CCTV 설치 등 생활 편의시설 설치) △주거정비 지원형(5만~10만㎡: 공공임대주택 공급, 주택정비, 도로정비) △일반근린형(10만~15만㎡: 주거지와 골목 상권이 혼재한 곳에 지역민을 위한 문화공간 설치) △중심시가지형(20만㎡: 주로 상업지역으로 노후시장 개선, 빈 점포 리모델링을 통한 창업공간 지원) △경제기반형(50만㎡: 역세권, 항만 등의 사업지가 대상) 등 5개 분야로 나뉜다.
그간 지역형 도시재생을 성공적으로 이룬 곳은 근대문화유산을 중심으로 관광활성화를 이끈 군산과 일제 수탈의 애환이 담긴 곡식창고를 중심으로 문화와 어우러지게 재생시킨 완주의 삼례문화촌 등지다. 과거의 문화·역사 기억을 지닌 채 지역과 도시를 되살린다는 의미의 도시재생은 지나온 지역의 삶과 단절하지 않고 이어간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었다. 야심차게 진행되는 도시재생 뉴딜은 이러한 지역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사람의 삶을 중심으로 주거 여건을 개선하여 도시의 체질 자체를 바꾼다는 점에서 새로운 의의가 있다.
따져보면 뉴딜이라는 용어가 도시재생에 참 잘 맞는 말인 듯하다. 그간의 정책 용어가 아닌, 뉴딜이라는 이름을 걸고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고 있음은 환영할 일이다. 뭐니 뭐니 해도 사람의 삶과 생활공간에 초점을 맞춘 정책이 나아질 삶에 대한 희망으로 재생의 핵심 요소가 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주거 불안정을 비롯해 공공의 이익과 상반되는 이기적인 현상, 쇠락한 지역에서 나타나는 슬럼화 현상, 난개발이 가져온 병폐, 조성 이후에 나타날 둥지 내몰림 현상(젠트리피케이션) 등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많다.
문제해결의 핵심은 삶을 중심으로 하는 장소에 대한 통합적 접근이다. 한두 가지 목적만이 고려된 것이 아니라 도시를 구성하는 물리적 환경, 사회문화, 경제성, 정체성 등을 고려한 통합적 접근방식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직접적인 대상이 되는 공간, 지역이 갖고 있는 문화·역사적 정체성 등을 지닌 채 공공의 목적 아래 여러 분야의 참여를 이끌 수 있는 여건도 마련돼야 한다. 행정 주도 하에 실 거주민들의 삶을 중심으로 참여를 독려할 제도 그리고 규모에 알맞은 전문가의 조력도 수반되어야 할 것이다.
'누구를 위한 뉴딜인지, 무엇을 대상으로 할지,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목표를 분명히 하고 주민들의 삶을 개선할 수 있는 지속가능한 인프라를 구축하여 건강한 도시성장을 추구하는 것이 진정한 도시재생이다. 도시재생이 선사하는 희망의 손길을 통해 지진으로 삶의 터전을 잃고 황망해하는 포항 주민들에게도, 새로운 지역의 활력을 꿈꾸는 이들에게도 더 나아지는 삶을 기대할 수 있는 뉴딜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