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개 기업마다 최고경영자(CEO)가 강조하는 경영철학이 있다. 그러나 이창현 얼라이언스번스틴(AB)자산운용 대표는 그런 게 없다고 얘기한다. 어차피 임직원 하나하나가 모두 프로선수다. 각자가 역량을 최대한 발휘하게 조율해주면 그만이라는 것이다.
27일 만난 이창현 대표는 자신을 오케스트라 지휘자에 비유했다.
이창현 대표는 1993년 고려대를 졸업했다. 첫 직장은 하나은행이었다. 씨티은행에서 세일즈 매니저로도 일했다. 그리고 KB자산운용, 우리크레디트스위스자산운용을 거쳐 2016년부터 AB자산운용 대표를 맡았다. 금융권에서 일한 지 25년째다. 어지간한 희로애락을 모두 경험했다. 그는 행운이었다고 얘기한다.
이창현 대표는 "금융실명제 시행과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2007년 금융위기를 비롯해 평생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경험을 모두 했다"며 "직장 초년생 시절 은행 지점에서 근무했던 경험도 소중했다"고 말했다.
그는 서울 이화여대 근처 은행출장소에서 일했었다. 인근 점포를 하나하나 찾아가 동전을 바꿔줘야 했다. 단순하지만 생각보다 힘들었다고 한다. 이런 일이 싫어서 그만둔 동료도 많았다.
이창현 대표는 "금융업이 결코 화려하지 않다는 사실을 배웠다"며 "발로 뛴 사람만이 성장할 수 있다는 깨우침을 얻은 시간"이라고 말했다.
금융투자업을 희망하는 후배에게는 생각하는 힘을 키우라고 조언한다.
이창현 대표는 "입사 희망자를 보면 모두 스펙이 좋다"며 "그러나 확고한 생각이나 신념이 없는 지원자도 많다"고 전했다. 그는 "예측이 늘 빗나가게 마련이라 자본시장도 돌아가는 것"이라며 "여기서 롱런하려면 확고한 생각, 논리가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시장을 대할 때는 겸손해야 한다. 이창현 대표는 "개인적으로 투자자 교육이라는 말을 안 좋아한다"며 "나서서 교육할 게 아니라 시장에 겸손하고 순응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