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효백 칼럼-중국정치7룡] 시진핑 '핵심'의 일곱거인이 통치하는 중국

2017-11-20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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⑤ 시진핑 '사상' 보다는 덩샤오핑 '이론'

 

[강효백 경희대 법학과 교수]

# 실천만이 진리를 검증하는 유일한 표준이다 - 덩샤오핑(鄧小平)
# 어떠한 조직도 소수 엘리트가 지배하는 과두제로 나아가게 되어 있다. - R. 미헬스

플라톤은 이렇게 말했다.
“철인(哲人)이 왕이고 또 왕이 철인인 왕국은 행복하다.”

후세의 하이데거는 이렇게 풀이했다.
“플라톤은 철인 정치를 주장하며 사실 농담을 한 것이다. 인류 역사에서 철인이 왕이 아니었던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중국도 사실 철인(군자·현인·엘리트)이 통치해온 나라다. 공자·맹자·묵자·한비자 등 아득한 고대 중국의 철인들이 창안해낸 인간과 세상을 구하기 위한 방안이 수 천년 동안 시행착오를 겪어온 궤적이 중국의 역사다. 멀리는 주문왕과 진시황, 한무제와 명태조, 가까이는 쑨원(孫文), 마오쩌둥(毛澤東), 덩샤오핑과 지금의 시진핑(習近平) 주석에 이르기까지 무수한 왕과 황제, 주석들 중 나름의 주의·사상·이론을 표방하지 않은 최고 통치자를 찾기는 어렵다.

◇ '주의' 보다는 '사상', 사상 보다는 '이론' 

지난달 개최된 19차 중국 공산당 전국대표대회(19차 당대회)에서 시진핑 제2기 수뇌부가 출범하고 당장(黨章·당헌)을 개정했다. 기존의 마르크스·레닌주의, 마오쩌둥 사상, 덩샤오핑 이론, 3개대표 중요사상, 과학발전관에 이어 ‘시진핑 신시대 중국 특색 사회주의 사상’이라는 무려 16글자를 첨가했다. 이를 두고 국내외 일각에서는 시진핑 사상이 덩샤오핑 이론보다 높은 것 아니냐며 시 주석이 덩을 넘어 마오의 반열에 올라섰다는 분석을 내놨다.

과연 그럴까? 사상이 이론보다 높을까? 한마디로 표현하면 이는 자신의 의식 구조를 기준으로 삼아 목전의 현상만으로 반만년 역사의 대국을 재단한 인식의 오류다.

우선 2004년 일부 개정된 현행 중국 헌법에는 마르크스·레닌주의, 마오쩌둥 사상과 덩샤오핑 이론 및 3개대표 중요사상까지만 기재돼 있다. 또, 헌법 교과서 등 중국의 각종 문헌은 주의(ism)를 ‘순수 관념적 대강의 정태성 원칙 또는 방향’으로, 사상(idea)은 ‘이즘(주의)의 동태성 조직화 판단체계’로, 이론(theory)을 ‘이데아의 실사구시적 실천 논리체계’로 정의한다.

즉, 중국은 ‘1.주의(상) 2.사상(중) 3.이론(하)’라는 관념체계의 수직적 서열이 지배하는 나라가 아니라 ‘1.이론(내핵) 2.사상(내피) 3.주의(외피)’의 동심원적 구조가 중첩된 나라인 것이다. 

과거 장쩌민(江澤民)은 덩샤오핑 이론과 같이 자신의 통치이념을 ‘3개대표 중요이론’으로 명명해 당장과 헌법에 삽입하고 싶었다. 그러나 꿈을 이루지 못했고 결국 이론에 못 미치는 ‘사상’ 차원의, 즉 3개대표 중요사상으로 기재되는 것에 만족할 수밖에 없었다.

'실천만이 진리를 검증하는 유일한 표준이다'라는 정언을 남긴 개혁·개방의 설계사 덩샤오핑은 중국 정국을 완전히 장악하고 가장 먼저 공산당 이론 월간지 명칭을 사상의 '홍기(紅旗)'에서 실사구시 이론의 '구시(求是)'로 바꿨다. 덩샤오핑 이후 중국에서 이론은 현실에 바탕을 두고 개혁·개방과 부국강병에 쓸모있는 이론만을 의미하게 됐다. 
 
   [표= 강효백 교수 제공]

덩샤오핑과 그의 후계자들, 장쩌민과 후진타오(胡錦濤), 시진핑 등 최고 지도자는 다음과 같은 공통된 특징이 있다. 

첫째, 모두 지주나 거상, 군벌, 고관대작의 자제들이다. 둘째, 개혁·개방 정책을 구체적으로 법제화하여 강력히 실행하며 룰과 시스템을 집요하게 개선하고 버전업시킨다. 서양 일각에서는 덩샤오핑 이후 역대 최고 지도자를 '입법가'(Law Maker) 또는 ‘국가 시스템 설계사'(National System Designer)로 칭한다. 

1982년 덩샤오핑 헌정체제 이후부터 중국 정치권력은 제도화·탈인격화 과정을 거쳐왔다.  ‘2’와 ‘7’로 끝나는 해의 가을에는 정치국 상무위원을 비롯한 공산당 지도부가 교체되고 ‘3’과 ‘8’로 끝나는 이듬해의 3월에 이들이 5년 임기의 국가주석, 국무원 총리, 전국인민대표대회 위원장, 전국정치협상회의 주석 등 국가기관 요직을 맡는 패턴이 유지되고 있다.

◇ 시진핑과 여섯 난장이 vs 시진핑 등 일곱 거인

반만년 역사 대국의 앞날을 목전의 현상만으로 예단할 수는 없다. 현재의 모습과 시스템·메커니즘, 궤적과 패턴을 망원경처럼 멀리, 내시경처럼 깊이, 드론렌즈처럼 굽어 살펴야 중국의 미래를 가늠할 수 있다.

어떠한 조직도 소수 엘리트가 지배하는 과두제로 가게 되어 있다는 R.미헬스의 말처럼 예나 지금이나 중국도 황제나 주석 1인이 독단으로 통치하는 것이 아닌 소수 엘리트 집단이 지배하는 과두제 국가다. 제국시대에는 고관귀족 또는 군벌·외척·환관이, 지금은 공산당이 지배한다.

중화인민공화국을 영도하는 중국 공산당의 엔진은 정치국 상무위원회다. 정치국 상무위원 7인은 공산당이라는 기관차의 7기통(실린더) 엔진과 같다. 시진핑이 엔진의 전부가 아니다. 국가주석이라는 직무가 배분된 7기통 엔진의 대표 기통일 뿐이다.

따라서 필자는 향후 5년간 중국은 '시진핑과 여섯 난장이'가 아니라, 여전히 '시진핑을 핵심으로 하는 일곱 거인'이 통치하는 나라일 것이라고 관측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7인자 한정(韓正)에서부터 1인자 시진핑까지의 정치국 상무위원회를 구성하는 기통 하나하나에 초점을 맞추는 미시적 시각의 '줌인'과 제도와 패턴으로 조망하는 거시적 시야의 '줌아웃'을 번갈아가며 이야기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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