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파 성향의 기업가 출신으로서 '칠레의 트럼프'라는 별명을 갖고 있는 세바스티안 피녜라 전 칠레 대통령이 19일(이하 현지시간) 치러진 칠레 대통령 선거 1차 투표에서 승리했다. 그러나 과반 득표에는 실패하면서 내달 17일 치러지는 결선 투표에서 현 집권 세력 후보인 알레한드로 기예르 상원의원과 한 번 더 경쟁하게 됐다.
BBC,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칠레 선거관리위원회는 모두 9명이 입후보한 이번 선거에서 중도우파야당연합인 칠레 바모스(CV) 소속의 피녜라 전 대통령이 약 37%를 득표, 승리를 확정했다고 발표했다.
억만장자 기업가 출신 정치인인 피녜라 후보는 부동산 재벌 출신 대통령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빗대 '칠레의 대통령'이라는 별칭을 얻고 있다. 20년간 중도좌파의 집권이 이어지던 지난 2010년 당시 4년 임기의 우파 정권을 출범시키면서 정권 교체를 이뤄냈다. 이번 대선에서도 '정권 심판론'을 전면에 내세웠다.
경제와 관련해서는 사회간접자본 등 인프라 투자와 법인세 인하 등을 골자로 하는 세제개혁, 연금 개편 등 친(親)시장 성향의 공약을 내놨다. 향후 8년 이내에 칠레를 중남미 최초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선진국 반열에 올려놓겠다고 주장하기도 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은 분석했다.
반면 집권 세력인 NM의 기예르 후보는 언론인 출신으로, 지방 분권화 추진과 막강한 대통령 권한 축소 등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웠다. 현 미첼 바첼레트 대통령의 온건한 사회민주주의 노선을 계승해 교육·노동 분야 등의 사회 개혁을 추진하는 동시에 중국, 중남미 국가들과의 협력 강화를 통해 부가가치 산업을 육성한다는 입장이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피녜라 후보는 "이번 결과는 지난 2009년 대선과 비슷한 양상을 보인다"며 "당시 결선에서는 우리가 승리했다"라고 말하며 복귀에 자신감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현지 언론들은 다수 후보로 분산된 좌파 지지 세력이 결집, 기예르 후보를 지지할 경우 박빙의 승부로 치달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실제로 기예르 후보는 "피녜라 전 대통령이 대통령에 당선된다면 국가 정책이 후퇴할 것"이라며 분열된 좌파 세력의 결집을 호소한 것으로 알려져 선거전이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