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칠레·브라질·멕시코·페루 등 중남미 4개국에 북한과 외교·통상 관계를 중단할 것을 촉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북 압박에 미온적이던 중국에 지식재산권 침해 조사 카드를 내민 미국이 중남미 국가들에도 압박을 가하면서 북핵 문제의 외교적인 해법을 찾고 있는 것이다. <관련기사 8면>
월스트리트저널(WSJ), 워싱턴포스트(WP) 등 외신이 16일(현지시간)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중남미 지역을 순방 중인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은 이날 미첼 바첼레트 칠레 대통령과의 공동 기자회견에서 "칠레를 비롯해 브라질, 멕시코, 페루에 북한과의 외교·통상 관계를 모두 단절해 주기를 바란다"며 "추가적인 외교 고립을 통해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적 해법에 가까워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펜스 대통령의 요구에 대해 바첼레트 칠레 대통령은 '북핵 프로그램'에 우려를 드러내면서도 대북 단교 여부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브라질 외교부도 북한과의 외교 중단과 관련, 다자간 조직의 결정을 따르겠다며 답변을 피했다. 중남미 3대 경제국 중 하나인 아르헨티나는 북한과 수교를 맺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펜스 부통령이 단교를 촉구한 중남미 4개국의 대북 교역량은 사실상 크지 않은 편이다. 비즈니스 인사이드 등 외신의 분석에 따르면 중남미 최대 경제국인 브라질은 커피와 고기, 담배, 가죽을 중심으로 지난해 북한에 210만 달러(약 24억원) 규모를 수출했다. 브라질은 지난 2009년에 평양에 대사관을 열었다.
멕시코와 페루는 지난 2015년 북한에 석유와 구리를 각각 4500만 달러(약 511억원), 2200만 달러(약 250억원)어치 수출했다. 같은 기간 칠레의 대북 수출 규모는 200만 달러(약 22억7440만원)에 그쳤다. 반면 북한은 칠레에 64만 8000달러(약 7억4000만원) 상당을 수출하는 데 그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같은 조치를 내린 것은 외교 고립을 통한 강력한 봉쇄가 필요하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도 지난 4월 말 유엔 회원국들에 "북한과의 외교 관계를 정지하거나 교역 규모를 줄여야 한다"고 주장했었다. 실제로 미국 정부는 최근 알루미늄과 철강 덤핑 여부, 지식재산권 침해 등 전방위 조사에 시동을 걸고 북한의 최대 우방국인 중국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였다.
한편 펜스 부통령은 대북 대응과 관련해 "모든 옵션이 테이블 위에 있다"는 등 기존 입장을 되풀이하면서도 "석탄과 철, 철광석, 수산물 등 북한산 제품 수입 금지 조치를 내린 중국의 대북 압박 방식이 평화적 해법에 대한 희망을 보여주고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