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개봉된 영화 ‘7호실’은 서울의 망해가는 DVD방 7호실에서 각자의 생존이 걸린 비밀을 감추게 된 사장 두식(신하균 분)과 청년 태정(도경수 분), 꼬여가는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두 남자의 열혈 생존극을 담은 작품이다.
이번 작품에서 신하균은 망해가는 DVD방을 팔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사장 두식 역을 맡았다. 두식은 이혼 후 전세 보증금까지 탈탈 털어 DVD방을 개업했으나 매일 파리만 날리고 월세와 관리비까지 10개월 째 밀리는 참담한 생활을 하고 있다. 가게를 내놓은 지 5개월, 기적 같은 계약 성사를 앞둔 시점에 예기치 못한 사고가 발생해 발목 잡히는 인물이. 신하균을 통해 더욱 매력적이고 웃프며 처절하게 그려졌다.
다음은 아주경제와 인터뷰를 가진 신하균의 일문일답이다
신하균이 본 영화 ‘7호실’은 어땠나?
두식은 매우 현실적인 캐릭터였다. 기존 연기와 달라진 부분이 있다면?
- 이 정도로 생활고에 시달리고 벼랑 끝에 선 인물은 연기해 본 적이 없었다. 거기에 이정도로 극단적인 상황까지 더해지니. 나름 낯선 캐릭터였다. 다만 두식이 느끼는 심정은 많은 분이 공감하실 것 같다. 우리 모두 ‘힘들다 힘들다’하는 시대에 살고 있지 않나. 공감할 부분이 많은 캐릭터다.
두식을 어떤 식으로 접근하고자 했나?
- 감정의 폭이 높지만 미워할 수 없는 인물을 표현하고자 했다. 그런 간극이 생활 연기를 요구하는 것 같았다. 재밌게 보면서도 그를 응원할 수 있도록 만들려고 했다.
두식의 감정 폭이 굉장히 크다. 격정적으로 화를 내다가도 약한 모습을 보이기도 하고. 연기 톤에 있어서도 신경을 많이 썼을 텐데?
- 시나리오에 워낙 자세히 나와 있어서 큰 어려움은 없었다. 캐릭터를 연구할 때 (시나리오가) 많이 도움이 됐다. 태정과 싸우면서도 비굴하게 도와달라고 하기도 하고 그런 입체적 모습이 두식을 만들어주는 것 같다.
영화는 갑과 을에 대해 이야기를 하지만 실상은 을과 을의 싸움이다. 이에 대해 감독님과 이야기를 많이 나눠보았나?
- 감독님과 이런 저런 이야기를 했다. ‘DVD방이 요즘에도 있나?’ 생각했었는데 서울에 꽤 많더라. 줄을 놓지 못하는 분이 많다는 이야기다.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같이 고민해볼 수 있는 문제다. 해답을 내놓지 못하더라도 문제점을 같이 고민해보자는 이야기다.
두식을 둘러싼 인물들을 보며 그의 역사를 추측할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캐릭터의 전사 또는 빈칸을 채운 부분이 있을까?
- 영화에 표현되지는 않았는데 감독님과 ‘그렇게 살았겠네요’하고 이야기를 나눈 적은 있다. 정말 평범하게 자랐고 잘 나갔을 수도 있다. 모범적으로 대학도 나오고 회사도 다니다가 다 때려치우고 채소 장사를 시작했을 거다. 흔히 볼 수 있는 성실하게 살아온 사람이었는데 이렇게 되었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우리 영화에 등장하는 교감 선생님 같은 인물이었던 거다.
평소 애드리브를 즐기지 않는데. 이번 작품에는 디테일을 심은 부분이 있나?
- 큰 설정은 아닌데 애드리브를 몇 번 했다. 둘이 비밀을 알게 된 뒤 커피콩을 부으면서 ‘이런 얘기 할 사람이 없었는데 너한테 말하게 돼 참 좋다’, ‘커피도 내가 힘들게 구한 거야’ 등 이야깃거리를 만들었다. 피자를 먹으면서 ‘마약 하면 좋냐’고 묻는 것도 애드리브였다. 그 외에도 짧은 건 수없이 많다. 평소 애드리브는 위험하다고 생각하는데 이 영화는 (애드리브가) 잘 맞아떨어졌다.
애드리브에 자신이 좀 붙었나?
- 아니다. 하하하. 다음 영화에서는 다 안 할 수도 있다.
애드리브에 상대방의 호흡도 중요했을 텐데. 도경수가 잘 받아주었나보다
- 그렇다. 연기는 주고받는 거니까. 좋은 파트너를 만나는 게 중요하다. 도경수 씨는 연기 경험이 많지 않은데도 캐릭터에 잘 맞게 연기해줘서 너무 좋았다.
도경수의 가능성에 관해 이야기하자면?
- 언제 어떻게 나올지 모르겠지만 그 안에 큰 뭔가가 있는 것 같다. 눈이 너무 좋고 말을 안 해도 많은 걸 느끼게 해주기 때문에 상당히 기대하는 배우다.
영화를 찍으면서 좀 가까워졌나?
- 도경수 씨가 바빴다. 저는 양수리 세트장에 상주하고 있었는데 경수 씨는 집과 촬영장을 왔다 갔다 했다. 스케줄도 워낙 많아서 따로 술자리를 자주 갖지는 못했다.
또 화제를 모았던 건 영화 ‘지구를 지켜라’ 이후 황정민과 재회한 것이다
- 너무 반갑더라. 개인적으로 오랜 팬이기도 한데. ‘지구를 지켜라’ 이후 처음 만나 연기를 하게 된 거다. 만날 기회가 없었는데 이렇게 만나게 돼 기쁘다. 쉬어갈 수 있는 부분을 자연스러운 연기로 표현해주신 것 같다.
영화 공개 후 ‘지구를 지켜라’ 병구가 연상된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 촬영할 땐 그런 생각이 없었는데 나중에 모니터할 때 그런 이야기가 나왔었다. DVD방 분위기나 의상, 조명 등이 닮은 데가 있다. 상황도 극단적이고…. 하하하. 대사를 안 하고 있으면 ‘지구를 지켜라’ 같다고 했다.
오랜만에 보는 신하균의 B급 무비였던 것 같은데. 평소 B급 무비를 좋아하지 않나
- 장르로 묶이지 않는 영화를 좋아한다. 이 작품도 그렇다. B무비를 좋아했는데 신선한 자극을 받았던 것 같다. 기묘한 코미디도 좋아하고 영화니까 가능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영화를 볼 때) 쾌감을 느낀다. 그런 마음은 지금도 마찬가지다. 당시에는 그런 영화가 많이 만들어졌던 것 같은데. 지금은 많은 장르가 만들어지지는 않는 것 같다.
최근 작품을 보면서 신선한 자극을 받은 적이 있나?
- 최근에 영화 ‘더 랍스터’를 봤다. 커플 메이킹 호텔에서 유예기간 45일 안에 짝을 찾지 못하면 동물이 된다는 내용의 영화다. 우연히 보게 됐는데 너무 재밌더라. 다들 아무렇지도 않게 연기하는데 ‘어떻게 저렇게 태연하게 하나?’ 싶었다. 그런 모습들이 더 자극됐다.
B급 무비를 좋아하는데 상업영화를 찍으면서 오는 충돌은 없나?
- 그런 거리감은 느끼지 않는다. 영화 본연의 색깔이 완성도 있게 나오면 다 재밌게 느끼는 편이다. 액션은 액션답게, 멜로는 멜로답게.
영화 ‘7호실’은 어떤가? 관객들에게 소개한다면
- 차별화된 색다른 영화가 나온 것 같다. 새로운 걸 원하시는 분들이 봐주셨으면 좋겠고 또 많이 봐주시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다. (영화를 보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셨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