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금융회사 지배구조 개선방안 대토론회'에서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상임대표는 "과거 금융지주회사 비리는 지주회장이 자회사인 은행의 인사와 경영에 부당개입하고 영향력을 행사하며 비롯됐다"며 "회장들의 이 같은 행태는 회장직 연임과 직·간접적으로 연관이 있다"고 분석했다.
◇ "금융지주회사 득보다 실"
지주회사 제도는 외환위기 이후 도입됐다. 기업의 구조조정을 효율적으로 수행하고 외자유치를 촉진하기 위해서다. 1999년 지주회사제도가 허용된 후 지난 2000년 본격적으로 제도화됐다. 금융기관의 대형화·겸업화를 통해 금융기관의 경쟁력을 높이고 자회사의 건전한 경영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됐다.
금융지주회사 회장은 그룹 경영에 막강한 지배력을 행사하면서도 책임은 미약하게 진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이 같은 경영 환경에서 금융산업이 공공재적 역할을 수행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지적이다.
이경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부위원장은 "오너가 아닌 경영진들이 주인 행사를 하고, 정부와 금융당국은 낙하산 인사는 물론 관치금융을 주도해왔다"고 비판했다. 허권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위원장도 "더 이상 지배구조 문제를 방치할 수 없다"며 "누구나 인정할 수 있는 절차적 정당성을 담보할 제도 마련과 그 제도의 악용을 막아 낙하산 인사를 걸러낼 수 있는 견제장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현재 구조 문제 많아...노동이사제·이해당사자모델 대안"
금융지주회사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노동이사제도가 제시됐다. 국회 정무위원회 간사 이학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노동자 대표가 이사회의 의사결정에 참여해 기업과 대주주를 견제해야 한다"며 "이는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과 국정과제에 포함된 것으로, 금융기관의 공공성과 책임성 제고를 위해 도입시기를 앞당길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정성인 홍익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도 "노동이사제는 주주와 노동자간에 회사경영과 관련한 참여를 보장하는 최소한의 수단"이라며 "회사에 우리사주조합이 없더라도 모든 노동자들이 적절한 대표성이 보장된 선출절차를 통해서 이사를 추천한 후 그 이사를 노동이사라고 부르면 된다"고 설명했다.
정승일 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 이사는 "소액주주의 권리를 강화해 경영진의 견제 기능을 높이자는 말이 나오지만 결국 소액주주는 펀드"라며 "펀드는 국민경제나 금융건전성에 관심이 없다"고 진단했다. 정 이사는 "소액주주의 힘을 강화하는 방식보다 노동이사제를 도입하는 게 근본적인 해법아닌가 싶다"고 부연했다.
이용득 의원은 이와 비슷한 이해당사자 모델을 제시했다. 이 의원은 "직원대표, 공익대표, 주주대표 등 이해당사자가 직접 경영에 참여할 수 있는 구조를 조성함으로써 보다 민주적인 의사결정 기구를 구성하고 이를 통해 금융산업의 공공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안진걸 참여연대 사무처장 역시 "내부적으로 회사사정을 잘 알고 견제력을 행사할 수 있는 노동이사제 또는 노동이사와 공익이사의 성격을 가진 사외이사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금융지주회사 제도를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경 부위원장은 "은행·증권·카드·보험 등 여러 금융사들이 몰려 있는 지주회사가 순기능을 하려면 지주회사가 없어져야 한다"며 "시너지를 위해 도입됐으나 오히려 업계 내 자정능력이 훼손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대해 이형주 금융위원회 금융정책과장은 "우리뿐 아니라 대내외적으로 기업의 지배구조가 개선돼야 한다는 필요성에 이의는 없는 것 같다"며 "현재 지배구조를 법률로 명시한 사례는 국제적으로 없다"고 말했다.
이어 "금융회사 지배구조법은 계략적인 내용을 담고 상세 내용은 내부규범을 만들어서 지키게 돼 있는데 이게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