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는 얻었지만, 과제도 만만치 않았다.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7일 단독 및 확대 정상회담에서 단연 주목받았던 것은 양대 의제였던 ‘북핵과 미사일 위협에 대한 해법’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등 ‘통상 압력’이었다.
1953년 한·미동맹 체결 이후 반세기 넘게 유지된 혈맹관계는 재확인했다. 양국이 이날 흔들림 없는 동맹관계를 재확인함에 따라 한국의 대외전략과 국가 안보의 중추 역할을 하는 핵심 축은 당분간 불변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열린 양국 정상 공동기자회견에서 이른바 ‘코리아 패싱’과 관련해 “(미국이) 한국을 우회하는 일은 없다”며 “한국은 굉장히 중요한 국가”라고 밝혔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방한 직전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서 “북한에 대한 전략적 인내는 끝났다”며 대북 압박 강화를 천명했다. 그간 ’미국 우선주의‘를 천명해온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강경책을 비롯해 한·미FTA와 북핵 연계 등의 파급 효과에 따라 한반도를 포함, 동북아 질서가 요동칠 수 있다는 얘기다.
◆한·미 정상 “압도적 힘의 우위로 北에 대응”
우선 한·미 정상은 이날 청와대 정상회담에서 한·미 동맹의 굳건함을 재확인하고 최대한의 제재와 압력을 가해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끌어들이는 방안을 놓고 심도 있는 논의를 했다.
양국 정상은 북핵 문제와 관련해 압도적 힘의 우위로 단호히 대응하기로 했다. 문 대통령은 공동 기자회견에서 “한·미는 미사일 탄두 중량 제한의 완전한 해제에 합의했다”며 “한국의 최첨단 군사정찰 자산획득·개발 협의를 즉시 개시한다”고 밝혔다. 또한 “한국의 자체 방위력 증강을 위한 협력을 전례 없는 수준으로 추진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북한을 향해 “많은 힘을 보여줬다”며 “실제 사용할 일이 없기를 바란다”고 경고했다. 이어 “북한의 독재자가 수백만 무고한 인명을 위협하지 못하게 할 것”이라며 “모든 국가는 북한과 교역 및 사업을 중단해야 한다”는 말로 고강도 제재를 주문했다.
양국 정상은 ‘중국의 역할론’에도 뜻을 같이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중에는 북핵 해결과 한반도 평화를 위해 각각의 역할이 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북핵문제 해결과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해 미국과 중국은 각각 역할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전제한 뒤 “미·중 사이에서 ‘균형외교’를 하겠다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김근식 경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날 본지와 통화에서 “이번 정상회담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북핵 해법과 관련한 양국 정상의 공감대 형성”이라고 밝혔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정상회담의 실질적인 성과는 우리가 미국의 요구를 어느 정도나 수용할 것인가에 따라 갈릴 것”이라고 전했다.
◆굳건한 한·미동맹, 미 전략자산 한반도 순환배치 확대
두 정상은 굳건한 한·미동맹을 유지·발전시키는 방안으로 미사일 탄두 중량 제한 해제, 미군 전략자산의 한반도 순환배치 확대, 미국의 첨단무기 획득 등에 대해 합의를 이뤘다.
한반도와 인근 지역에 순환배치될 미국의 전략자산으로는 최신예 스텔스 전투기 F-22와 F-35 편대, 핵 항모 전단과 핵잠수함 등이 거론된다.
문 대통령은 “한국 자체 방위력 증강을 위한 협력을 전례 없는 수준으로 추진하기로 했고, 한·미 정상은 한국의 미사일 탄두 중량 제한을 완전히 해제하는 데 최종 합의했다”고 말했다.
아울러 “한국의 최첨단 군사 정찰자산 획득과 개발을 위한 협의도 즉시 개시하기로 했다”면서 “우리 한국의 자체 방위능력과 한·미연합 방위능력을 향상시키는 데 꼭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전 세계적으로 가장 강력한 군사자산이 우리에게는 있다. 전투기든 미사일이든 미국 자산이 가장 훌륭하다. 한국에서 수십억 달러에 달하는 무기를 주문하는 것으로 말했다”고 밝혔다.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가 있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전작권 문제는 이미 지난 6월 정상회담에서 ‘조건에 기초한 전작권 전환을 조속히 가능하도록 협력을 지속한다’고 합의한 바 있다.
우리 정부가 중국과의 관계 개선 협상에서 밝힌, 사드 추가 배치, 미국 미사일방어체계(MD) 참여, 한·미·일 군사동맹 배제 등의 ‘3불(不) 원칙’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회담에서 언급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앞서 미국은 “한국이 세 가지 영역에서 주권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는 맥매스터 보좌관의 발언을 통해 우회적인 우려를 표명한 바 있다.
주한미군방위비분담금과 관련해서는 양국이 합리적인 수준에서 분담 비율을 나누기로 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평택 미군기지, ‘캠프 험프리스’ 건설비용의 92%를 한국 정부가 부담한 것과 관련, “미국 정부도 많은 돈을 지출했다"며 "미국 정부가 평택 미군기지 건설비용을 지출한 것은 한국을 보호하기 위해 지출한 것이지 미국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