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24시] ‘분리수거 후진국’ 오명 벗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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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쓰레기 종량제 전면 시행

시범운영 결과 배출량 24% 감소

[박세준 홍콩통신원]

날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는 일회용품과 쓰레기 처리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는 홍콩 정부가 최근 종량제 전면 시행 개정안을 발표했다.

홍콩 환경보호서(環境保護署, 한국 환경부에 해당)가 발표한 개정안에 따르면, 정부 매립지를 이용하는 가정과 기업들은 앞으로 9종류의 종량제 봉투를 구입해 쓰레기를 배출해야 한다.

종량제는 12~18개월의 유예기간을 거친 후 빠르면 2019년 2분기에 전면 시행될 예정이다.

앞선 4월 발표된 종량제 시행 초안에는 가정에서 발생한 폐기물에 대해서만 종량제 봉투를 사용하게 하고 기업 및 상업시설에는 중량에 따른 매립료를 부과하는 이른바 ‘투트랙’ 안이 고려됐었다.

하지만 기업들이 매립료 부담을 소비자에게 전가시킬 수 있다는 일각의 우려를 고려해 가정과 기업이 일괄적으로 종량제 봉투를 구매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다만 가구 등 큰 부피로 인해 종량제 봉투를 쓸 수 없는 쓰레기에는 매립료를 부과하기로 했다.

홍콩 정부는 약 80%의 폐기물이 종량제 적용 대상이 되고, 남은 20%에 매립료가 부과될 것으로 전망했다. 종량제 봉투의 가격은 가장 작은 3ℓ들이가 30홍콩센트(약 42원), 100ℓ들이가 11홍콩달러(약 1570원)로 책정됐다.

홍콩은 교육, 의료, 금융 등 많은 분야에서 선진국 수준의 인프라와 의식 수준을 갖추고 있는 반면, 쓰레기 처리 및 재활용에 대한 공공의식은 매우 낮은 수준이다.

외식문화가 발달한 홍콩에서는 배달이나 포장음식으로 끼니를 해결하는 것이 일상화돼 있지만 한국과 달리 재활용이 불가능한 스티로폼이나 플라스틱 용기를 쓰고 있다.

가정에서도 음식물 쓰레기 및 재활용 불가능한 일반 쓰레기와 종이, 고철, 유리 등 재활용 가능한 쓰레기가 섞인 채 버려지는 실정이다. 한국에서 지난 1999년부터 시행된 비닐봉투 유상판매제도 홍콩에서는 2015년 4월에야 시행됐다.

홍콩의 환경단체인 그린어스(Green Earth)에 따르면 하루에 520만개의 플라스틱 병이 홍콩에서 버려지고 있으며, 연간 버려지는 이 병들을 이으면 지구를 수십바퀴 돌 수 있는 길이가 된다고 한다.

설상가상으로 홍콩에서 발생한 폐기물 및 재활용품 수입의 대부분 담당하던 중국 본토 정부가 최근 폐기물 수입 관련 규정을 엄격하게 개정하면서 홍콩의 폐기물 재활용률은 최근 몇 년 동안 계속 내리막길을 걸어 왔다.

2015년 홍콩 내에서 발생한 재활용 가능 고체 폐기물의 단 2%만이 홍콩 내에서 재활용됐으며, 나머지 98%는 중국 본토나 다른 나라로 수출됐다.

현재 홍콩은 외곽 지역인 신제(新界) 세 곳에 매립지를 운영하고 있으며, 세 곳 모두 2020년까지 사용이 예정돼 있으나 이미 포화 상태에 이르렀다.

환경보호서 담당자는 종량제 도입 이후 폐기물 총량이 크게 줄었던 한국과 대만의 사례를 언급, “종량제를 실시하면 2022년에는 쓰레기 배출량을 2013년의 40% 수준으로 감소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로 다푸(大埔)에 위치한 440가구 규모의 아파트 단지를 대상으로 6개월간 실시한 종량제 시범운영 결과 쓰레기 배출량이 24% 감소했고, 11종의 재활용품 수거량도 86%나 증가했다.

쓰레기 배출량 감소를 위한 각계의 노력 역시 이어지고 있다. 홍콩(香港)대학은 지난 7월부터 캠퍼스 내에서 내용물이 1ℓ 이하인 플라스틱 제품의 판매 및 사용을 전면 금지했다.

정치 문제에서 날 선 대립을 이어가고 있는 친중(親中) 건제파(建制派)와 반중 민주파도 쓰레기 문제에서만큼은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지난달 30일 열린 입법회(立法會, 한국 국회에 해당) 환경분과 회의에서 입법회 의원들은 당파를 막론하고 종량제 및 오염세 도입 외에 쓰레기를 줄이는 기업에 경제적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을 제안했다.

홍콩 정부의 종량제 시행안은 입법회의 심의를 거쳐 두 달 내에 통과 여부가 결정된다.

종량제 실시가 아직까지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는 홍콩의 환경보호 의식을 높일 수 있을지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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