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루키’ 박성현이 가슴이 벅차오를 여자골프 역사를 새로 썼다. ‘남달라’라는 별명 그대로 역시 남달랐다. 박성현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데뷔 시즌에 ‘골프 여왕’ 자리에 올랐다. LPGA 역사상 신인이 데뷔 시즌에 세계랭킹 1위를 차지한 것은 박성현이 최초다.
유소연의 ‘19주 천하’가 끝나고 ‘박성현 시대’가 왔다. 박성현은 6일 공식 발표된 롤렉스 여자골프 세계랭킹에서 유소연을 2위로 밀어내고 생애 처음으로 1위에 올랐다. 세계랭킹 포인트 8.41점을 기록한 박성현은 8.38점에 머문 유소연을 0.03점 차로 제쳤다.
지난주까지 유소연이 랭킹 포인트 8.65점으로 1위, 박성현이 8.50점으로 2위를 기록했으나 토토 재팬 클래식 이후 반영된 성적으로 0.15점 차가 뒤집혔다. 유소연이 1위 자리를 지키기 위해서는 6위 이상의 성적을 거뒀어야 했다. 어깨 부상을 호소한 유소연은 결국 지난 6월 27일 처음 세계랭킹 1위에 오른 뒤 20주를 채우지 못하고 왕좌에서 물러났다.
이로써 박성현은 LPGA 사상 최초로 신인 세계랭킹 1위의 새 역사를 썼다. 2006년 2월 롤렉스 여자골프 세계랭킹이 처음 도입된 이후 신인이 세계랭킹 1위에 오른 건 박성현이 처음이다. 2009년 LPGA 투어에 데뷔한 신지애가 2010년 세계랭킹 1위에 처음 올랐고, 리디아 고(뉴질랜드)도 2014년 데뷔해 2015년 여왕 자리에 등극했다. 또 ‘골프 여제’ 박인비도 2007년에 데뷔해 6년 만인 2013년에 처음으로 여왕 타이틀을 거머쥐었으려, 유소연도 2012년 신인상을 수상했지만, 세계랭킹 1위까지 오르는 데 5년이 걸렸다.
박성현은 사실상 세계랭킹 1위가 확실시된 발표 전날 인터뷰에서 “만약에 (세계랭킹 1위가) 되면 좋을 것 같다”며 “세계랭킹 1위라는 말만 들어도 가슴이 벅차다. 아직은 많이 부족하다고 느끼기 때문에 그 자리가 많이 벅차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이어 박성현은 “세계랭킹 1위가 되더라도 더 노력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아무리 세계 1위라도 골프의 끝은 없다고 생각한다”며 “그 자리에 오르면 선수로서 어떻게 더 발전된 나날을 보내야 할지 더 고민하고 노력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겸손함을 잃지 않았다.
박성현은 올해 기대 이상의 성적을 냈다. LPGA 투어 첫 우승을 메이저 대회인 US여자오픈에서 이루며 ‘슈퍼루키’의 명성을 높였고, 캐나다 퍼시픽 여자오픈에서 2승을 챙겼다. 이미 신인왕을 확정한 박성현은 세계랭킹 1위 등극과 함께 이제 또 다른 역사에 도전한다.
1978년 신인왕, 상금왕, 올해의 선수, 최저타수상 등 4대 타이틀을 유일하게 싹쓸이한 ‘LPGA 전설’ 낸시 로페스(미국) 이후 39년 만에 새로운 전설의 탄생 여부다.
박성현은 현재 상금랭킹 1위(216만1005달러)를 기록하고 있는 가운데 올해의 선수 포인트에서는 유소연(162점)에 이어 2위(148점), 평균타수에서는 렉시 톰슨(미국·69.147타)에 이어 2위(69.169타)에 올라 있다.
LPGA 투어는 이번 주 중국에서 열리는 블루베이 LPGA와 최종전인 CME그룹 투어 챔피언십 2개 대회만 남겨 놓고 있다. 박성현이 LPGA 역사상 그 누구도 이루지 못한 신인 세계랭킹 1위와 함께 시즌 4관왕을 차지할 수 있을까. 하이트진로 챔피언십을 마친 5일 밤 곧바로 출국한 박성현은 이미 중국 하이난에서 새 역사를 위한 현지 적응에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