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뉴스 서비스 개편으로 이해관계자들을 모아 설명을 하는 자리가 있었는데, 기자페이지를 제대로 운영하겠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한성숙 네이버 대표를 잡고 물은 적이 있습니다.
한 대표는 그렇게만 보지 말고 페이스북을 콘텐츠 공유 용도의 개인 페이지로 이용하듯 네이버에 기자 개인 페이지를 제공하는 것이라고 봐달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당시엔 "네이버 기자페이지를 페이스북처럼 아무나 이용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니 줄세우기지"라는 마음 뿐이었지요.
그런데 한 대표의 이 이야기가 글로벌 인터넷기업에 던져온 네이버의 견제구 중 하나는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 건 10월 31일의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 때였습니다. 이날 네이버가 글로벌 인터넷기업 '구글'을 향해 계속해서 직구를 던지는 듯 보였거든요. 어느정도의 돌직구였냐면, 국회의원의 입에서 '구글' 이야기를 그만하라는 말이 나왔을 정도였습니다.
이 총수의 이러한 태도는 구글 핑계를 대는 듯해 보는 이들로 하여금 인상을 찌푸리게는 했지만, 한편으로는 '구글'을 수면 위로 떠오르게 했습니다. 그의 발언으로 이날 언론은 네이버와 구글의 이름을 한 기사 내에 반드시 언급해야 했으니까요.
구글코리아 사장도 국감에 증인으로 참석했으나, 그의 발언보다는 이 총수의 발언으로 구글이 계속 회자되게 됐습니다.
그래서였을까요, 구글은 이해진 총수의 발언에 화가난 듯 반박하는 공식입장을 바로 내놓았습니다. 경쟁사(기업 규모의 차이는 엄청나지만)의 총수의 입에 오르내려 이슈화된 일이 그리 달갑지는 않았겠지요.
해명의 요지는 이 총수의 발언은 "사실이 아니다"라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이 총수의 발언에 대한 부인일뿐 근거를 통한 반박은 아니었습니다. 세금을 내지 않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구글의 주장에 "얼마를 내고 있냐"고 묻자 "밝힐 수 없다"는 답이 돌아왔고, 영업·마케팅 등 스텝부서 외 연구인력이 얼마나 되냐(고용 문제)는 질문에 "분야별 인력규모도 말해줄 수 없다"는 답답함이 돌아왔습니다. 정치적 압력을 받지 않고 있다는 구글에게 최근 로비 금액으로 구글이 미국에서 3분기에만 417만달러를 썼다는 보도에 대해 묻자 '검색'과 관련해 압력이 없다는 것을 이야기 한 것이라는 입장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결국 구글은 아무것도 밝히지 않았고 네이버는 얻은 것이 없어 보이지만, '역차별'을 한 번 더 각인시킨 데에는 절반의 성공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겠습니다.
전문가들이 너도나도 "국내 기업이 해외사업자들과 동등한 경쟁을 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구글과 같은 해외사업자들의 국내 매출과 세금, 고용에 대한 정보 공개가 출발점이 될 것"이라는 지적을 쏟아내고 있는 것만 봐도, '문제'라는 분위기는 형성된 것 같으니까요.
네이버가 '역차별'을 제대로 도마 위에 올려놨으니, 이제는 정부의 움직임이 필요해보입니다. '역차별' 논란에 대한 지적은 빠진 올해 국감이 이미 지나갔으니, 다음을 기다려봐야 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