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지방법원은 4일 존속살인 및 살인 등 혐의로 신청된 정모(32·여)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법원은 “증거인멸 및 도주 우려가 있다”며 용인 일가족 살해범 아내 구속 사유를 밝혔다.
용인동부경찰서는 지난 3일 용인 일가족 살해범 아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정씨는 올해 8월부터 남편 김모(35)씨와 시댁 식구 살해를 공모한 혐의를 받고 있다.
정씨는 경찰 조사에서 “평소 남편이 가족들을 살해하겠다는 얘기를 자주 해 농담하는 줄 알았다”며 사전에 범행을 몰랐다고 혐의를 부인하다가 “범행 당일 사건 사실을 전해 들었다”고 말을 바꿨다. 또한 김씨가 자신을 상대로 목조르기를 연습한 사실이 있음을 밝혔다.
직업이나 일정한 수입이 없어 친척 집을 전전하던 상황에서 남편이 갑자기 많은 돈을 들고 왔는데도 돈의 출처를 묻지 않은 것에도 경찰은 주목하고 범행 공모 여부를 수사 중이다.
정씨는 “남편이 할아버지로부터 100억대 유산을 상속받을 게 있다고 했고, 할아버지가 운영하는 회사에서 그동안 받지 못한 월급을 받아온 것이라고 해 의심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씨 부부는 사전에 범행을 공모해 지난달 21일 어머니 A(55)씨와 이부(異父)동생 B(14)군, 그리고 계부 C(57)씨를 차례로 죽인 혐의를 받고 있다.
김씨는 범행 직후 A씨의 계좌에서 1억2000여만원을 수차례에 걸쳐 빼내 10만 뉴질랜드달러(한화 7700여만원)를 환전해 도피자금으로 활용했다.
부부는 같은 달 23일 두 딸(2세·7개월)과 뉴질랜드로 도피했다. 정씨는 김씨가 과거 절도 혐의로 현지 경찰에 체포되자 이달 1일 아이들을 데리고 자진 귀국했다.
정씨가 귀국 당시 소지하고 있던 태블릿 PC에는 ‘찌르는 방법', '경동맥 깊이', '망치', '범죄인 인도 조약' 등 범행 방법이나 해외 도피와 관련된 키워드를 검색한 흔적이 나왔다. 정씨는 "남편이 사용한 거라 모르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