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철 칼럼] ‘뉴 차이나’와 ‘사드 출구(出口) 전략’을 읽어라

2017-11-03 0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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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의 수(數)을 읽으면 전반적인 상황이 우리에게 불리하지 않다 -

[김상철]

[김상철 前 KOTRA 베이징/상하이 관장]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아시아 방문을 앞두고 우리와 중국 간의 사드 갈등 봉합을 통한 화해 무드가 극적으로 조성되고 있다. 지난 1년 반 동안 지속되던 중국의 우리에 대한 노골적인 적대 행위를 중단하겠다는 양국의 정치적 합의가 만들어진 것이다. 이에 대한 여러 정치적 내지 경제적인 해석이 분분하다. 경제적인 측면에서 보면 다행스러운 측면이 있다고는 하지만 정치적인 관점에서 보면 또 다른 분쟁의 소지가 여전히 남아 있다. 사드 배치로 드러난 중국의 적나라한 민낯을 보면서 우리가 터득한 소중한 가치를 결코 망각하지 말아야 한다. 최근 글로벌 정치·경제 지형에 대한 좀 더 냉정한 관찰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지난 대선 캠프의 러시아 스캔들 관련 여진이 남아 있긴 하지만 미국 경제의 부활을 기치로 내부적인 이견이 극복되면서 트럼프 정권에 힘이 실리고 있는 분위기다. 이제 외부 이슈에 보다 많은 시선을 돌릴 수 있는 여유가 생겨나고 있는 것이다. 중국은 시진핑 2기가 출범하면서 보다 강력해진 시스템으로 신(新)시대, 즉 뉴 차이나(New China)의 진용을 갖추어 가고 있다. 일본은 아베 정권이 재신임을 받으면서 일본의 변신 혹은 재건이 탄력을 받고 있는 모습이다. 우리는 미국과 중국의 사이에서 줄타기를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여전히 높다. 중국과 멀어진 북한은 핵무장을 통해 미국과 직접적인 관계 개선을 위해 안간힘이다.

미국과의 ‘신형 대국관계’라는 기치를 내걸면서 일대일로(一帶一路)를 통해 중국은 서쪽에 공을 들이고 있다. 그러나 동쪽에 대한 불안감이 중국을 좌불안석으로 내몰고 있다. 사드 갈등 이후 한국이 미국과 일본에 더 가까워지고, 혈맹이라고 불리던 북한마저 중국과의 관계는 소원해지고 미국에 더 집착하는 경향이 짙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이 꺼낼 수 있는 카드가 바로 한국과의 관계 개선이다. 최소한 한국이라도 다시 자신의 편에 가깝게 끌어들이는 것이 유리한다는 판단에서 기인한다. 한국의 관계 개선에 대한 열망을 수용했다는 명분을 내걸고 있지만 그들의 속내도 그리 편하지만은 않다.

가장 크게 눈에 띄는 것은 한·중 양국 간에 얼어붙어 있던 경제 분야에서 협력의 물꼬가 다시 트일 조짐이다. 우리 대기업의 경우도 그동안 밀어 놓았던 중국에 대한 대형 투자 채비를 서두른다. 양국의 인·아웃바운드 여행업계도 시장 복원을 위한 수순에 들어가고 있다. 글로벌 경기가 확실한 회복세에 접어들고 있는 시점에 중국 시장마저 다시 정상적으로 복귀하는 것이 결코 나쁜 시나리오는 아니다. 그렇지만 중국에 무조건 끌려가는 것은 절대 금물이다. 사드의 교훈인 수출이나 내수 시장에서의 ‘China+1' 전략을 절대 고수해야 한다.

시진핑 체제가 대외적인 힘의 과시를 위해 추진하고 있는 일대일로도 곳곳에서 삐걱거리고 있다. 4차 산업혁명과 포스트 차이나 시대의 도래로 중국으로부터 떠나는 선진국 기업들이 줄을 잇는다. ‘제조 2025’라는 제조업 강국 기치도 서방 기술의 중국에 대한 경계감으로 사면초과에 내몰리고 있는 실정이다. 한국 따라잡기에 혈안이지만 여전히 한국으로부터 협력이 필요한 것들이 많다. 중국의 한 온라인 미디어는 적(敵) 1000명 죽이려다 800명을 잃은 셈이 되었다는 적나라한 평가까지 한다. 사드 이전으로의 본격적인 회복은 아마 내년 상반기가 될 것 같다. 중국의 수를 읽으면 시·공간적으로 우리에게 불리한 국면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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