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철 칼럼] 시진핑(習近平) 2기 출범과 일대일로(一帶一路)

2017-10-23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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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속철, 원전 등 곳곳에서 파열음으로 급제동이 걸리고 있다 -

[김상철]

[김상철 前 KOTRA 베이징/상하이 관장]  시진핑(習近平) 집권 2기의 골격을 만드는 중국의 19차 당대회가 지난 18일부터 개최되고 있다. 중국의 위상에 걸맞게 세계적인 이목이 집중되고 있지만 한국에서의 관심은 과거와 같이 그리 높지 않은 것 같다. 사드 보복으로 양국 관계가 예전같이 않기 때문이다. 오늘 중국인은 미래에 대해 어떤 그림을 그려가고 있는 것일까? 큰 그림으로 보면 내부를 어떻게 추스려 나갈 것인가와 외부적으로는 대외적인 위상을 높여 미국과의 대등한 대국 관계를 지속적으로 유지해 나갈 것인가로 요약된다. 경제 위상이 G2로 부상할 정도로 경제력이 커졌지만 빈부·지역 격차가 위협적인 수준에 도달하고 있는 것이 그들의 가장 큰 고민이다. 사회주의 정치 체제에 시장경제 시스템을 도입함으로 인해 생겨날 수밖에 없는 불가피한 현상이기도 하다. 오는 2020년까지‘샤오캉(小康)’, 즉 의식주 걱정이 없는 물질적으로 퐁요한 사회를 건설하겠다고 천명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는 괴리가 좁혀지지 않고 있는 것이 고민이다. 그래서인지 ‘중국 특색 사회주의(中國特色社會主義)’를 다시 강조하고 나섰다. 사회주의+자본주의 실험을 통해 중국 인민들의 불만을 계속 잠재워 가겠다는 포석이다.

두드러진 특징은 중국의 미래에 대한 밑그림을 15년 단위의 비교적 긴 호흡으로 국가적 목표를 제시하고 있는 것이 눈에 띈다. 2035년까지 내부적인 격차를 지속적으로 해소해 나가면서 사회주의 현대화를 완성하고, 2050년까지는 사회주의 강국, ‘중국몽(中國夢)’을 실현해 나가겠다는 계획이다. 중국이 다시 세계의 중심, 즉 패권국가로 부상하는 시기를 늦추고 있는 것은 현실을 최대한 반영한 결과라고 평가된다. 이를 좀 더 세밀하게 분석해 보면 2035년까지 내부의 여러 모순과 갈등을 극복하고 중국식 사회주의 체제를 마무리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그리고 2050년에는 명실공히 미국을 넘어서는 팍스차이나 시대를 열어 중국(인)의 꿈을 완결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나타냈다. 혹자는 이를 두고 시진핑 체제가 2035년까지 지속될 것이라는 섣부른 전망을 내놓고 있기도 하지만 이는 여전히 가능성이다. 지난 5년간의 시진핑 체제는 중국이 미래에 어떤 국가를 지향하고 있고, 이를 위해 어떤 노선을 걸어갈 것인지에 대한 방향타를 분명하게 제시하였다. 이번 당대회에서는 중국의 리더십 혹은 엘리트들이 현 시점에서 미래에 대해 어떤 고민을 하고 있는 지를 가감없이 보여준다.

자타가 인정하듯 대외적으로 가장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것이 바로 ‘일대일로(一帶一路, Belt & Road)'라는 메가 프로젝트이다. 아시아와 유럽, 그리고 아프리카 3개의 대륙에서 49개국이 참여하고 있을 정도이다. 2013년부터 중국의 시진핑 정권이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대외 플랜으로 이는 중국의 미래 운명과 직결되어 있기도 하다. 중국이 미국과‘신형 대국관계’를 유지해 나가면서 궁극적으로 미국을 뛰어넘는 플랜이 여기서 비롯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08년 미국발(發)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계 경제의 주도권을 검어쥐기 위해 중국이 내놓은 야심찬 프로젝트이기도 하다. 중국의 리더십과 이를 백업하고 있는 ‘차이나 머니(China Money)'가 동력원이다. 이를 통해 그들이 강점을 갖고 있는 철도, 발전소, 통신, 항만 각종 인프라에 중국이 그 중심에 서겠다는 전략이다. 아시아나 유럽의 상당수 국가들이 이에 쌍수를 들고 환영하고 나온 것은 중국의 자금으로 자국의 낙후된 인프라를 확충하겠다는 저의가 내포되어 있다. 중국과 일대일로 참여 국가들의 복잡한 계산법이 이면에 깔려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 진출 국가와의 이익 공유 등 쌍방향적으로 접근하면 우리에게도 기회 충분

잘 굴러갈 것 같은 이 프로젝트가 최근 휘청거리고 있다. 초기 단계에서 중국 정부의 자금 제공 지연, 현지 정부와의 갈등, 인력 채용, 환경 문제 등 제반 요인으로 공사 자체가 중단되면서 삐걱거리고 있다. 원천적으로 이 구상은 중국의 해외직접투자(FDI)에서 출발하고 있지만 중국의 외환보유고가 3조 달러 이하로 떨어지면서 잡음들이 끊이없이 들린다. 2016년 중국의 FDI 실적이 전년대비 2% 줄어 들었고, 금년 들어서는 무려 18%나 감소하였다. 투자 지역도 비교적 인프라 공사가 없는 싱가포르에 집중되고 있는 반면 수요가 많은 여타 동남아, 중앙아시아 동유럽, 아프리카 국가에는 손길이 미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이에 따라 이 지역 국가들의 볼맨 소리들이 터져 나오고 있는 것이다. 한마디로 ‘빛 좋은 개살구’가 되고 있다는 불만이다. 실례로 세계 곳곳에 뿌려 놓은 중국의‘고속철 굴기(崛起)’가 위기에 처하고 있다. 태국, 인도네시아, 미국, 멕시코 등 중국이 벌려 놓은 102개국 고속철 사업이 대부분 무산될 위기에 처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한편으로 러시아, 영국, 아르헨티나 등에서 추진하던 원전 수출 사업도 휘청거리고 있다. 파열음이 커지면서 일대일로 프로젝트 자체에 급제동이 걸리는 분위기가 확산되는 추세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궁극적으로는 중국이 진출 국가의 실질적 이익을 고려하지 않고 자국의 이익만을 고집하고 있는 것이 결정적 원인이다. 말만 무성하다가 실질적인 계약 단계에 들어가면 이해 관계가 일치하지 않기 때문에 연기되거나, 흐지부지하게 되는 것이다. 중국의 자금 사정이 과거와 같지 않다는 것도 이러한 사태를 부추기고 있다. 중남미나 아프리카에서 상당한 중국 자금이 투입되었으나, 결국 중국 기업의 배만 불려주게 되어 이들의 원성을 듣고 있는 것도 이기적인 행태와 무관치 않다. 과거 일본이 후발개도국에게 ODA(공적개발원조)를 제공하면서 자국 기업이 이익을 독식해 가는 구조와 거의 흡사하다. 이는 이들보다 자금력이 열악한 우리들에게 많은 것을 시사해준다. 결국은 진출 국가와의 이익 공유, 기술 이전, 사후 관리 등에서 일방적이지 않고 쌍방향으로 진행되어야 한다. 이런 측면에서 고속철, 원전은 물론이고 각종 인프라에서 우리에게도 기회가 열려 있다. 시진핑 2기의 출범이 화려하게 시작하고 있지만 중국도 걱정과 고민도 많다. 사회주의와 시장경제를 통하 내부 융합, 일대일로를 통한 대외 위상 강화 등 어느 하나도 만만치가 않다. 일대일로 프로젝트의 지연이나 후퇴는 중국에게 치명적으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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