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철 칼럼] 제조업의 ‘Back to the Market'을 주목하라

2017-10-06 05:00
  • 글자크기 설정

[김상철]

[김상철 前 KOTRA 베이징/상하이 관장]  선진국과 신흥국, 공장과 시장 간의 경계가 빠르게 무너지고 있다. 우리 9월 수출이 통계 작성 이후 월간 최대치를 기록할 정도로 잘 나간다. 11개월 연속 증가하고 있으며, 중국의 사드 보복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두자리 수 증가세는 계속된다. 수출 효과가 특정 상품 혹은 기업에 지나치게 기울어져 있기는 하지만 이러한 추세가 당분간 지속될 것이 확실하다. 그 이유는 지금 세계 시장의 공급 사이드, 즉 제조업에서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4차 산업혁명으로 제조업 회복의 돌파구를 찾고 있는 선진국의 재도약이 두드러진다. 구조조정을 서두르고 있는 중국의 경우도 제조업 대국에서 강국으로 변신하는 과정에서 반도체 등의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추세이다. ‘세계의 공장'이기를 포기한 중국을 대신하려는 인도와 동남아 시장도 외국인투자 급증으로 제조업이 활발하게 생겨나고 있다. 공급 측면의 이러한 변화에 더불어 세계 시장의 수요 사이드도 빠르게 꿈틀거린다. 선진국 경기가 다소 활력을 찾고 있다고는 하지만 인구절벽, 고령화로 소비가 좀처럼 살아나지 않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이를 보완이라도 하듯 신흥국의 도시화와 산업화의 속도가 거세다. 결국 제조업의 경계, 그리고 시장의 경계가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4차 산업혁명과 중국 제조 환경의 변화는 글로벌 상품 공급 측면에서 큰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특히 중국으로부터 빠져나오는 기업이 점점 더 많아지고 있는 추세다. 이들 기업들의 행선지는 두 군데 정도로 뚜렷이 나타나고 있다. 하나는 소위 ‘리쇼어링(Reshoring)이라고 하는 이른바 자국으로의 유턴(Back to the Mother Country)’이다. 다른 하나는 중국보다 인건비가 더 저렴한 동남아 혹은 인도 등으로 생산기지를 옮겨가는 것이다. 다국적기업의 이동 경로 측면에서 이는 보다 전통적인 수법이라고 할 수 있다. 다만 여기서 주목되는 것은 미국, 일본, 유럽 등 선진국 기업들의 유턴이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이런 현상을 좀 더 냉정하게 평가해 본다면 ‘시장으로의 귀환(Back to the Market)’이라고 하는 것이 타당하다. 상당수 선진국 기업들은 자국 시장의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중국 등 신흥국에서 생산하여 내수시장에 들여온다. 일본에서는 이를 역수입(逆輸入)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중국에서 빠져 나오는 우리 기업이 상대적으로 내수시장이 작은 한국보다 동남아 등을 택하고 있는 것을 보더라도 제조 환경 못지 않게 시장의 중요성을 결코 간과할 수 없다.

흔히들 4차 산업혁명을 제조업의 신(新)르네상스라고 부른다. 다시 말로 표현하면 인건비 등 제조업의 둥지를 결정하는 변수들이 무의미해진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미국이 다시 ‘제조업 있는 1등 경제대국’을 표방하고 나선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여기에다 ‘셰일혁명(Shale Revolution)’이 가세함으로 인해 미국 제조업의 위치가 과거와 크게 달라지고 있다.‘딜로이트 굴로벌’은 오는 2020년이 되면 미국의 제조업 경쟁이 중국을 추월할 것이라는 보고서까지 내놓고 있는 마당이다. 독일과 일본은 3, 4위를 각각 유지하지만 한국은 인도에 5위 자리를 내주고 6위로 내려앉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러한 추세를 반영이라도 하듯 요즘 때아닌 중국 기업의 미국 내에서의 공장 짓기가 달아오르고 있다. 앞다투어 ‘Made in USA' 대열에 합류하고 있는 것이다. 시중에는 미국이 중국에 이어 세계의 공장’이 될 것이라는 조어까지 나오고 있을 정도이다. 이런 와중에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법인세를 35%에서 20%로 낮추는 작업을 하고 있다. 중국의 법인세율은 25%이지만 첨단산업에 대해서는 예외적으로 15%를 적용한다. 미국 제조기업 뿐만 아니라 세계 각국의 제조기업들이 미국으로 오도록 강력한 러브콜을 받고 있는 셈이다.

◇ 아웃바운드와 인바운드에서 제조업과 수출의 군형 해법을 찾아야 한다

미국발(發) 법인세 인하로 제조업 강국으로 노리고 있는 주요 각국들의 경쟁을 부추기고 있다. 미국의 속셈은 법인세의 내외 격차를 활용하여 제조기업의 미국 유치와 이를 통해 일자리가 넘쳐나게 하겠다는 계산이다. 일본은 지난 2016년 이미 30%에서 23.4%로 낮췄다. 중국에서도 법인세 인하 여론이 벌써 쟁점화되고 있다. 독일, 프랑스, 영국, 스페인 등 유럽 국가들은 물론이고 싱가포르, 대만 등 아시아 지역에서도 법인세 인하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는 모양새다. 이는 자국 제조업의 해외 유출을 억제하고, 동시에 외국 제조기업을 자국으로 초치하겠다는 발상이다. 애석하게도 세계적 트렌드와 달리 우리는 법인세를 3% 올려 25%(이익 2000억 이상 대기업에 국한)로 하겠다고 한다. 이는 안에 있는 기업도 나가게 하고, 나가 있는 기업도 국내로 들어오지 못하게 방어막을 치는 것과 다름이 없다. 제조업 경쟁력, 일자리 창출 운운하면서도 이에 역행하고 조치를 하고 있다. 법인세 인상 만으로 기업들이 해외로 나가지 않는다고 장담하지만 최저임금, 규제 완화, 노사 대립 등 어느 한 구석도 기업에게 유리하게 돌아가는 것이 보이지 않는다. 한국에서 제조업을 하는 기업의 인내심이 갈수록 고갈되고 있는 형편이다.

노동자, 소득 등에 지나치게 기울어졌던 운동장이 최근 생산, 기업(氣살리기), 혁신 등으로 옮겨오고 있긴 하지만 세계적 흐름과 비교할 시 이 정도 수준으로는 경쟁에서 이기기 어렵다는 것이 중론이다. 글로벌 경기가 살아나고 있는 현 시점이 우리 제조업 혹은 기업에 중요한 시기임에도 불구하고 타이밍을 놓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트렌드와 미래를 읽을 수 있는 프로패셔널들은 보이지 않고 설익은 아마추어들만 수드룩하다. 4차 산업혁명, New China와 Post China 등의 변수로 인해 글로벌 시장에서의 공급과 수요 측면이 요동을 치고 있다. 제조업 선점 경쟁이 점입가경으로 치닫고 있고, 선진국과 신흥국 시장의 경계가 무너지고 있는 모습이 역력하다. 5위 제조업 대국, 6위 수출 대국이라는 대한민국의 위상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안팎으로 처한 시장 환경을 제대로 분석하고 대응할 필요가 있다. 이 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아웃바운드(밖으로 나가는) 경제와 인바운드(안으로 들어오는) 경제 사이에서 어떤 균형점의 해법을 찾느냐 하는 것이다. 우리 제조업의 글로벌 포지션, 그리고 내수시장과 수출시장의 포트폴리오를 아떻게 가져가야 하는 고민을 해야 한다. 그런데 정부 관련 부처는 뒷짐만 지고 있고, 재계는 정부의 강공 드라이브에 숨을 죽이고 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공유하기
닫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
언어선택
  • 중국어
  • 영어
  • 일본어
  • 베트남어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