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철 칼럼] 이제 ‘낯익은 중국’과의 결별을 서두를 때다

2017-09-17 12:57
  • 글자크기 설정

[김상철]

[김상철 前 KOTRA 베이징/상하이 관장] 중국의 사드 보복이 우리 경제가 현재 안고 있는 가장 큰 악재 중의 하나가 되고 있다. 작년 연말부터 시작된 보복이 올 3월부터 본격화되면서 관련 업계는 거의 패닉 상태가 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이다. 이러한 상황이 언제까지 지속될 것인가에 대한 예측이 거의 불가능하다는 점도 우리를 불안하게 한다. 사드 배치와 관련한 중국측의 보복 조치는 대체적으로 한국에 대한 불신감과 이제 한국으로부터의 협력이 없어도 중국 경제가 잘 굴러갈 수 있다는 자신감에서 비롯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덧붙인다면 차제에 한국의 버릇을 뜯어고쳐서 중국을 화나게 하면 크게 화(禍)를 입을 수도 있다는 확실한 전례로 만들어 가겠다는 심산이다. 반대로 한국의 여론은 어떤가. 북핵을 저지해 줄 것으로 믿었던 중국이 북한에 별다른 영향력을 보여주지 못하면서 사드 배치라는 강수가 나왔는데 이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다는 볼멘 소리를 한다. 그리고 사드가 공격용이 아닌 미사일 방어용 체계라고 주장한다. 심지어 경제 문제에 접붙여 대국답지 않은 치졸한 짓을 한다는 원성이 높다.

사실 국가 간의 관계에서 이 정도 되면 갈 때까지 간 것이다. 남녀 간의 애정이나 친구 간의 우정에도 기울기가 지나치게 흐트러지면 관계를 지속하기 어렵다. 상대에 대한 이해나 배려가 무너지면 균형을 회복하기가 여간 쉽지 않다. 사드 배치에 대한 한국 내 찬성 여론이 80%에 달하고 있고, 전술핵 재배치에 대한 긍정적 여론도 70%에 근접하고 있다. 만약 우리가 전술핵까지 배치한다고 하면 중국이 우리와 단교를 선언할 수도 있을 것 같다는 분위기마저 감지된다. 북한의 핵무장이 기정사실화되고 있는 마당에 한국과 일본의 전술핵 배치는 이미 타임 테이블에 올라가고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 상황이 급반전되고 있는 마당에 우리가 중국에 연연하면 할수록 우리 처지만 곤란하게 된다. 출구(出口) 전략을 신속하게 만들어 최소한 국내 여론만은 결집할 필요가 있다. 중국과의 경제 관계도 최악의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 기업들도 이에 준하는 시나리오 플래닝으로 대응해 나갈 필요가 있다. 우리가 중국으로부터 대담해질수록 가질 수 있는 선택적 대안도 더 많아진다.

상당수 우리 기업들이 사드 보복 영향으로 인해 시쳇말로 죽을 지경이다. 대기업은 물론이고 베일에 가려져 고통을 호소하는 중소기업들도 허다하다. 그렇다고 해서 중국 시장 경영의 실패를 사드 탓으로만 돌리는 것에는 선뜻 찬성하기 어렵다. 중국 시장의 변화와 경쟁 구조에 대해 너무 안일하게 대응해 온 우리 기업에도 응분의 책임이 분명히 있다. 사드가 단지 이들의 실패를 더 크게, 빠르게 부추겼을 뿐이다. 현대차의 경우는 현지 시장에 대한 지나친 낙관과 로컬 완성차 브랜드의 추격을 등한시 했다. 롯데마트의 경우는 진출 초기 단계의 입지 선정에서부터 상품 소싱과 관리 등 마트 경영에 실패한 것이 더 큰 원인이다. 아모레퍼시픽의 고전도 이미 예견된 참사 중의 하나다. 중국은 오래 전부터 쉬쉬하면서 ‘화장품 굴기’를 은밀하게 추진해 왔다. 상당 수 우리 업체들이 중국에 보금자리를 텄지만 이제는 동남아 등으로 리로케이션을 해야 할 지경으로 내몰리고 있다. 한편 사드 보복을 계속해 나가는 중국의 속내도 그리 편하지 않다. 특정 한국 기업에 대한 피해가 커지고 있지만 시간이 갈수록 중국 기업 혹은 노동자에 대한 피해도 동시에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 지금부터는 ‘낯선 중국’과의 진검 승부를 준비해야 한다

중국으로부터 비롯되고 있는 이런 고통을 감내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이를 극복하고 다시 일어서야 한다. 사드 보복을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야 우리 경제의 재도약이 가능하다. 중국 시장에 지나치게 기울어져 있는 아웃바운드 시장을 다변화 해나가야 하고, 중국 유커에게 대한 의존도가 높은 인바운드 시장을 뜯어고쳐야 한다. ‘차이나 드림’과 같은 허무맹랑한 환상에서도 빨리 탈피해야 한다. 그토록 많든 중국 전문가, 애찬론자들이 이러한 때에는 종적을 감추고 있다. 그들은 중국 시장이 영원히 한국에 블루오션이고, 현지에 뿌리를 박아야 한다는 일방적 논리로 기업이나 개인을 호도했다. 중국만 쳐다 보고 있으면 그런 착각을 하기 십상이다. 하지만 세상을 넓게 보고 균형적으로 접근하다 보면 얼마나 많은 허상에 우리가 집중했는 지를 인정하게 된다. 누구나 늘 자기중심적인 사고를 하는 위험에 빠진다. 지난 1980년 대부터 수십년간 우리는 일본 극복에 올인을 했다. 일본에 대한 의존도 축소만이 우리 경제의 살길이라는 슬로건을 내걸었다. 실제 이러한 전략이 절반 이상의 충분한 성공을 거두었으며, 우리 기업이 해외시장에서 홀로 설 수 있는 쾌거를 가져오기도 했다. 상대인 일본의 입장에서 보면 우리가 밉기 짝이 없다는 것을 애써 외면했다.

1990년대 초·중반 말레이시아 주재 시 경험한 일이다. 성수대교, 상품백화점 등이 연달아 붕괴되면서 당시 세계 최고층 빌딩 ‘페트로나스 트윈타워’의 빌딩의 한 쪽을 짓고 있는 한국 건설업체에 공사를 맡껴서 큰 일이라는 기사가 현지 언론에 대서특필 되었다. 당시 마하티르 정부의 슬기로운 대처로 위기를 모면했지만 그 이후 말레이시아의 ‘Look East'라는 정책의 벤치마킹 모델이 한국에서 일본으로 바뀌었다는 설이 파다했다. 지금의 중국은 더 이상 한국에 대해 아쉬운 것이 많지 않다. 우리가 중국에 아쉬운 것이 훨씬 더 많다. 한국 기술에 대한 의존도를 줄일 수 있을 만큼 로컬 업체들이 충분히 성장하고 있다. 제조업 대국에서 강국으로 치닫고 있는 마당에 한국 기업에 중국에 진출하거나 진출한 기업들이 사업을 확장하는 것이 그리 달갑지만은 않다. 일반 상품의 경우도 구태여 한국산이 아니더라도 일본산, 유럽산 등 대체상품이 수두룩하다. 극히 일부 영역만을 제외하고는 한국을 거의 다 따라 잡았다는 자신감에서 사드 보복이 더 노골적이면서 장기화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우리가 안달하면 할수록 그들의 보복 효과가 커질 수밖에 없는 구도이다.

이럴수록 중국보다 더 냉정해져야 한다. ‘낯선 중국’을 인정하고 정부나 기업이 중국 시장 진출에 대한 ‘새 판’을 짜야 한다. 그러면서 중국에 대한 할 말은 해야 한다. 무분별하거나 무책임한 합작계약 파기 혹은 원점 재검토 등의 행위에 대해서는 강력하게 성토해야 한다. 불공정한 무역 행위에 대해서 WTO 제소를 해야 한다. 한편으론 정치와 경제가 별개라는 측면에서 우리 재계의 마당발 대응도 필요하다. 중·일간의 댜오위다오 분쟁 사태 이후 우리의 전경련에 해당하는 일본의 경단련(經團聯)이 양국 민간 레벨의 교류 확대를 위한 노력이 돋보이기도 했다. 전경련의 그런 기능이나 능력이 유명무실해지고 있는 것은 매우 안타까운 현상이다. 다소나마 고무적인 것은 북핵 위협이 갈수록 점입가경으로 치달으면서 중국 내의 식자층이나 정치 원로들 중에 한국과의 지나친 갈등 격화에 대해서 우려를 표시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일부 중국 기업들 중에는 사드 사태가 한·중 비즈니스의 교통정리와 구조조정 차원에서 새로운 전기(轉機)로 만들어가려는 움직임도 보인다. ‘우후지실(雨後地實: 비온 뒤에 땅이 더 굳어진다)’이라고 냉정하고 차분해질수록 의외로 먹구름이 빨리 걷히고 새로운 기회가 찾아오는 법이다. 더 이상 없는‘낯익은 중국’대신 ‘낯선 중국’과의 한판 승부를 착실하게 준비해 나가야 한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공유하기
닫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
언어선택
  • 중국어
  • 영어
  • 일본어
  • 베트남어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