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CI의 중국 대중문화 읽기⑲] 중국 드라마를 ‘읽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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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최초의 실내극 '갈망'의 포스터.[사진 출처=바이두]

고윤실 아시아문화콘텐츠연구소(ACCI) 책임연구원(상하이대학 문학박사)

중국 드라마는 당대 대중 문예형식의 한 갈래로 여겨지며 투자, 제작, 심의, 배급에 이르기까지 국가의 엄격한 통제와 관리를 받고 있다.

매번 정권이 바뀔 때마다 문예공작좌담회를 열어 문학과 예술계의 생산과 가치 방향을 설정한다. ‘국가신문출판광전총국’은 매년 국가 정책에 맞는 생산 방침을 결정하기 위해 회의를 연다. 그리고 결정된 내용은 각 부문으로 하달돼 미디어 콘텐츠 생산 관련 규정이 수립·수정된다.

중국 드라마는 정부 이데올로기 중심의 생산 메커니즘을 통해 제작되면서도 시장 메커니즘의 중요한 요소인 시청률을 확보해야 한다.

드라마 작가는 문학인, 예술인으로서 자신이 드러내고 싶은 가치와 신념을 드러내고자 한다.

시청자는 세태 풍자, 오락, 여흥을 통해 시대상을 시청하고 감동과 재미를 추구한다.

그래서 정부담론(정책과 이데올로기)과 민간의 정서(자본, 작가, 시청자)는 서로 대립하고 결탁하며 각자의 욕망을 드러내기 위해 끊임없이 상호 작용하고 있다.

중국의 드라마는 상업적 대중미디어 형식으로서 국가 정책과 이데올로기를 선전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1990년대 이후 중국 드라마 생산의 시장화가 본격적으로 추진되면서 드라마는 정부와 자본의 긴밀한 관계를 바탕으로 주류 이데올로기를 확산시켰다.

예를 들어 1990년대 본격적으로 시장 이데올로기 확산과 경제성장을 추동하기 위해 박차를 가할 때 드라마는 시청자들의 일상을 통해 정책과 이데올로기를 침투시키는 중요한 역할을 했다.

최초의 실내극 ‘갈망(渴望)’(1990)이 등장한 뒤로 ‘편집부 이야기(編輯部的故事)’(1991), ‘사랑하는 나의 집(我愛我家)’(1993), ‘중독(過把癮)’(1994) 등은 대중들의 소비 심리를 진작시키고 소비사회의 도래를 촉진시키는 사회적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 일조했다.

이들 작품은 유행, 패션, 취미생활, 실내 장식 등의 자본사회의 다양한 면모를 보여주며 가정윤리극과 도시애정극이라는 장르를 이뤘다. 각종 도시생활을 그리면서 소비문화와 유행을 선도된 것이다.

중국 실내극 ‘사랑하는 나의 집(我愛我家) 포스터.[사진 출처=바이두]


‘주선율(主旋律)’ 드라마는 중국드라마의 ‘국가-시장 관리 및 생산 시스템’에서 이데올로기와 자본의 결탁관계를 통한 이데올로기 관리 방식을 가장 분명하게 보여주는 드라마 장르라고 할 수 있다.

본래 주선율 드라마는 국가 이데올로기와 정책에 부합하는지, 영웅 형상을 표현하는 형식은 규범화됐는지, 애국주의 정신을 잘 드러냈는지 등의 표준화된 기준을 제시했다.

그러다가 시청자의 다양한 시청요구를 수용하기 위해 보통사람들의 일상을 그리게 된다.

통속적인 요소를 민족 고난의 서사와 승리의 서사를 결합시킴으로써 애국과 민족 이데올로기가 개인과 가정에 우선할 수 있음을 효과적으로 보여준다. 이를 통해 내부적 불만의 목소리를 봉합하고 민족 화합을 꾀하면서 이데올로기적 효과가 사회질서 유지에 기여하도록 하고 있다.

2000년대 이후 주선율 드라마는 시대상에 부합하는 공산당원의 모습을 창조하는데 역점을 두게 되며 새로운 서사를 창조하는 등 변화를 시도한다.

‘열정을 불태운 세월(激情燃燒的歲月)’(2000), ‘충성(忠誠)’(2001), ‘장정(長征)’(2005), ‘빛나는 검(亮劍)’(2005), ‘사병돌격(士兵突擊)’(2006), ‘나의 부대장과 나의 부대(我的團長我的團)’(2009), ‘잠복(潛伏)’(2009), ‘현애(懸崖)’(2012), ‘위장자(僞裝者)’(2015) 등이 중국인들에게 사랑받았던 드라마들이다.

최근 몇 년간 인기를 얻고 있는 주선율 드라마는 시청자들이 생각하고 비판할 수 있도록 공간을 열어두는 참여적 독해보다는 희생, 봉사, 애국심, 동지애, 약자와 정의의 승리 등과 같은 보편적 가치를 서술했다.

이로써 순응적 관람을 할 수 있도록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결과적으로 이념적 정서적 공동체를 형성할 수 있도록 했다.

드라마의 생산 메커니즘은 중국이라는 국가와 시장 사이의 관계와 이러한 관계가 지배하고 있는 전반적 시스템의 흐름을 닮아 있다.

그리고 유행하는 드라마는 정부 이데올로기와 민간 정서가 맞닿아 중국의 독특한 미디어 지형을 형성한다. 드라마 외에도 다양한 미디어에 대한 관찰은 중국이라는 거대한 국가의 내면을 들여다보기 위해 읽어내야 할 최소한의 문화적 표면이 아닐까.

[고윤실 아시아문화콘텐츠연구소(ACCI) 책임연구원(상하이대학 문학박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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