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협약식이 무산됐던 서울 성동구 성수동 삼표레미콘 공장 이전이 본격적으로 추진될 전망이다. 하지만 삼표산업이 대체 부지 문제로 이전에 여전히 불만을 표하고 있다는 점이 변수로 남아 있다.
서울시는 18일 성동구·현대제철·삼표산업과 ‘서울숲 완성을 위한 삼표산업 성수공장 이전 협약식’을 체결했다. 협약서에는 토지주인 현대제철과 임차인인 삼표산업이 2022년 6월 30일까지 공장 이전 및 철거를 완료하기로 명시했다. 이날 협약식에는 박원순 서울시장과 강학서 현대제철 대표이사, 홍성원 삼표산업 대표이사, 정원오 성동구청장이 참석했다.
시는 내년 2월까지 부지 2만7828㎡에 서울숲과 이어지는 일대 개발 구상을 수립할 예정이다. 성수동1가 683번지 일대에 위치한 부지는 현대제철이 소유한 2만2924㎡와 국공유지 4904㎡로 구성돼 있다. 국공유지는 대부분 도로에 접해 있어 현재 삼표산업은 현대제철 부지를 빌려 사용하고 있다.
공장 이전 문제는 20년 전부터 논의됐다. 서울시는 1998년 해당 부지를 시 신청사 이전 후보지로 검토했고, 2004년에는 서울숲에 포함시켜 공원으로 조성하려 했으나 무산됐다. 2010년에는 현대자동차에서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 건립을 추진했으나 역시 무산됐다. 1977년 이곳에 들어선 삼표산업 레미콘 공장은 도심에 위치해 소음·분진을 발생시킴으로써 각종 민원을 야기했고, 이에 박 시장이 2015년 10월 공장 이전을 약속했다.
앞서 7월 10일 협약식을 열기로 했지만 당일 오전 삼표산업이 불참하면서 공장 이전이 난항을 겪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왔다. 관계자들에 따르면 삼표산업은 현대제철에 이전에 따른 보상 문제 논의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 관계자에 따르면 이번 협약은 당초 잠정 합의했던 내용에서 이전 및 철거 날짜를 확정하는 데까지 나아갔다. 다만 부지 매입이나 임대 등 방법에 대해서는 논의에 이르지 못했다. 시는 후속 협약 체결 때까지 매입 또는 토지 교환을 검토해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열린 협약식에서는 삼표산업의 홍 대표이사가 이전에 대해 유감스러운 입장을 내비쳤다. 홍 대표이사는 “성수 공장은 동양에서 가장 큰 규모의 레미콘 공장 중 하나”라면서 “앞으로 서울에서 재건축·재개발 물량이 쏟아질텐데 공장이 외곽으로 나갈 경우 이를 공급하는 게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큰 공장이 나가야 해서 유감스럽지만 대승적인 차원에서 이전을 결정했다”며 “앞으로 대체 부지를 찾는 등 마무리를 잘 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앞으로 삼표산업은 새로운 부지를 찾아야 하지만 이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레미콘은 생산한 뒤 한두 시간 안에 타설을 끝내야 하는데, 그 동안 삼표산업은 도심에 위치한 덕분에 서울에 있는 주요 공사 현장에 빠르게 레미콘을 공급해왔다. 시도 구리·남양주·하남·성남·과천·시흥·의정부 등 대체 부지를 검토했지만 모두 난항을 겪고 있다.
한편 서울에 위치한 삼표의 또 다른 공장인 풍납동공장은 이전 문제를 놓고 국토교통부와 ‘사업인정고시 취소 소송’을 벌이고 있다. 시와 송파구가 풍납토성 복원을 위해 땅 수용을 추진하면서 시작된 갈등은 내달 결론에 이를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