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하한담冬夏閑談, 서함원(徐含園)칼럼] 살신성인

2017-10-16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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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하한담冬夏閑談]


살신성인
서함원(徐含園 · 전통문화연구회 상임이사)


殺身成仁-자기 몸을 죽여 인(仁)을 이룬다.
20~30년 전에는 가끔 들을 수 있는 말이었지만 요즘에는 좀처럼 듣기 힘든 말이다. 성인(成仁)이 아니라 수백억원을 주겠으며 천당에 보내준다 해도 살신(殺身)할 사람은 좀처럼 찾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내 귀를 의심했지만 분명 최근 자유한국당 고위간부가 살신성인이라는 말을 입에 담았다. 아직도 당내에 상당한 세력으로 남아 있는 친박의원 가운데 대표적인 거물 몇 명에게 제 발로 당에서 나가달라며 한 말이다. 아마도 그래야 바른정당에서 의원 몇명이 다시 한국당에 입당해 지리멸렬한 당을 추스를 수 있다는 생각에서일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답답하고 묘수가 없다고 한들 살신성인은 많이 심했다고 생각된다. 요즘 정치인들의 과장 허풍, 왜곡 날조, 뗑깡 억지는 그 도가 심해 참고 듣기 힘든 지 오래되었다. 그래도 그렇지··· 보통 상식인의 눈으로 볼 때 최소한의 예의염치(禮義廉恥), 예의는 그만두고 염치도 없는 것처럼 보이는 사람들에게 '당신들의 탈당은 살신성인하는 행동'이라고 말한 것은 심해도 한참 심했다.

20~30년 전 국민소득이 100달러도 못 되고 대학 졸업생이 귀하던 때 평범한 농사꾼이나 시골 머슴들도 최소한의 염치는 있었다. "이런 염치도 모르는 놈"이라면 큰 욕이었다. 그런데 산업화와 민주화를 이루고 국민소득 3만 달러 운운하며 세계 몇 위라고 으스대는 요즘 우리사회에 염치없는 사람이 많아도 너무 많다. 또 이런 세태에 별로 분노하지도 않는다.

살신성인의 전거(典據) 출전(出典)은 <논어(論語)> '위령공(魏靈公) 8'에 공자(孔子)께서 말씀하시길 "지사인인(志士仁人)은 무구생이해인(無求生以害仁)이요, 유살신이성인(有殺身以成仁)이니라"고 하셨다. 뜻있는 선비나 어진 사람은 '생이해인(生以害仁)' 즉, 살아서 인(仁)을 해치기를 구(求)하지 않고(無) 살신(殺身), 즉 자기 몸을 죽여서(以) 인(仁)을 이룬다는 뜻이다.

지사인인은 왜 살신성인하는가? 정이천(程伊川)은 이들이 "생부중어의(生不重於義), 즉 삶이 의립보다 중하지 못하고, 생불안어사(生不安於死), 즉 삶이 죽음보다 편안치 못하다"라는 삶을 살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성인(成仁)을 쉽게 입에 올릴 수는 없다.

우리 역사에서 살신성인한 분을 찾아 본다면 충무공(忠武公) 이순신(李舜臣)장군이 떠오르고, 필자가 밥 벌어먹던 언론계에서 찾아본다면 송건호(宋建鎬) 선생이 떠오를 뿐이다. 그분들은 한 왕조의 신하로 직분을 다했을 뿐이며, 양심의 명령에 따라 자유언론실천 운동을 했을 뿐이라고 생각하셨을 것이다. 어찌 성인(成仁)을 입에 담았겠는가?

한국당 간부의 말에 많은 분들이 관심도 없는데 유독 서생(書生)만 공연히 정색을 하며 말이 많았나? 인(仁)에 대한 말씀이 많이 나오는 <논어>를 최근 집중 강독하며 많이 배우고 공부한 탓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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