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슈퍼에 가면 '아이스크림 50%' 세일 표지판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최근엔 ‘아이스크림 전문 할인점’까지 생겨나면서 이런 할인점포를 찾는 소비자들이 부쩍 늘고 있다. 이 때문인지 요즘 정가를 모두 지불하고 아이스크림을 사먹는 고객은 바보취급을 받기도 한다. 그렇다면 이러한 아이스크림의 폭탄할인 풍조는 언제부터 등장했으며, 왜 지속되는 걸까?
업계에서는 아이스크림 가격이 반값이 된 시기를 1990년대 후반으로 본다. 당시 국내에 대형마트가 속속 등장하자,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부족한 동네슈퍼들이 아이스크림을 미끼상품으로 활용하기 시작했다. 대부분 슈퍼의 냉동고는 점포 바깥에 놔두는 경우가 많았다. 고객들의 눈에 잘 띄는 입구 쪽에 30%, 혹은 50%의 세일 간판을 걸어두면 자연스레 점포로 유동인구의 유입을 늘릴 수 있었다.
지나친 할인으로 가격거품 논란이 일자 정부는 2010년 ‘오픈프라이스(권장소비자가격 표시금지제도) 제도’를 도입하기도 했다. 하지만 업계의 관행은 개선되지 않았고, 이마저도 시행 1년여 만에 폐지됐다.
아이스크림의 가격 결정구조를 간단히 살펴보자. 예를 들어 한 빙과업체에서 주력으로 내세우는 바 제품의 권장소비자가격이 800원일 경우 통상 제조사들은 300원 내외로 공급가를 책정해서 중간 도매상에 공급한다. 대리점은 10~15% 정도 마진을 붙여 소매점에 납품한다. 이후부터 최종 판매가격은 소매점주가 결정하는 구조다. 이론상으로 적게는 20%에서 최대 50%까지 마진을 붙일 수 있다. 하지만 치열한 경쟁 때문에 통상 20% 내외의 마진을 붙이는 것으로 업계는 파악하고 있다.
최근에는 이런 유통 구조상의 틈새를 노려 아이스크림 할인 전문점까지 등장했다. 이들은 중간 도매상의 단계를 생략하고 대량으로 상품을 구매해 가격경쟁력을 더 확보했다. 또 좁은 공간에서 냉동고만 놓고 아이스크림 한 품목만 팔기 때문에 공간 효율성이 높고 인건비, 임차료 등 비용을 아낄 수 있다.
다만 이러한 시장분위기 속에 빙과업체의 표정이 밝지만은 않다. 다양한 소매업체에서 아이스크림을 대량으로 사 가는 터라 당장의 매출상승에는 유리하지만, 자칫 이런 판매 구조가 고착될 경우 권장소비자가격의 정착이 힘들어지는 이중적 상황에 놓일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