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신칼럼] 알리바바의 신용평가시스템, 지마신용(芝麻信用)

2017-10-11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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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신칼럼]

 

[사진=정유신 초빙논설위원 · 서강대 기술경영대학원장 겸 핀테크지원센터장]



알리바바의 신용평가시스템, 지마신용(芝麻信用)

중국은 우리나라와 달리 신용카드보다 무슨 무슨 페이로 대변되는 제3자 결제가 대세다. 그중에서도 2004년부터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를 뒷받침해온 알리페이는 제3자 결제의 약 70%를 차지할 정도로 압도적이다. 2016년 일평균 결제건수는 1억75000만건, 결제금액은 약 2조원에 육박하는 데다, 유저는 현재 5억2000만명에 달한다. 전자상거래(EC) 결제에서 시작했지만, QR코드를 활용한 모바일결제의 급증으로 지금은 쇼핑과 식당 등 일반 점포까지 안 쓰이는 곳이 거의 없을 정도라고 한다. 납세 등 각종 공과금, 전화요금, 열차나 비행기, 호텔예약금은 물론 개인 세뱃돈과 조의·축의금까지 거의 현금을 대체하는 수준이다.
따라서 결제건수와 결제금액이 엄청나다 보니, 유저에 대한 정보와 데이터도 가히 빅데이터 수준임은 당연하다. 유저 성격과 행동에 대한 다양한 분석과 마케팅 포인트를 뽑아낼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럼 빅데이터를 활용하는 모델로는 어떤 게 있나. 시장에선 알리페이의 대표적 빅데이터 활용모델로 지마신용(芝麻信用)을 꼽는다. 지마신용이란 뭔가. 한마디로 알리페이 고객들의 소비정보를 기초로 개인고객들의 신용을 점수화한 신용평가시스템을 말한다. 지마신용은 2015년부터 시작됐는데, 지표항목엔 각 고객의 결제내역, 학력과 경력, 자가용·주택 등 자산보유상황, 인간관계 등 외에 알리바바그룹의 다양한 SNS 정보를 포함하고 있는 게 특징적이다.
점수는 각 지표항목의 개별점수를 종합해서 350~950점의 범위 내에서 산출하는데, 700점 이상이면 신용도가 극히 좋고 650~699점이면 우수, 550~599점은 중급의 신용등급, 350~549점이면 하위의 신용등급으로 분류된다. 정확한 분포는 발표하지 않지만, 통계에 의하면 대부분 550~699점으로 중급의 신용등급에 분포한다고 한다.
어떻게 활용하나. 알리페이는 지마신용 분석을 기초로 신용도가 높으면 높은 대로, 낮으면 낮은 대로 각각의 다른 마케팅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우선 신용점수가 높은 고객에 대해선 생활상의 다양한 이점을 제공하는 공격적인 마케팅을 구사한다. 첫째, 앤트파이낸셜그룹의 다양한 금융상품에 대한 금리우대는 기본이고, 특정 점수 이상의 경우에는 부가적인 별도의 교육·문화·신혼생활 서비스도 제공한다고 한다. 둘째, 예약금 면제혜택이다. 중국에선 각종 서비스, 심지어 공공서비스도 예약금을 지불하는 경우가 많아서 소비자들의 불편함이 적지 않다. 따라서 신용점수가 높은 고객에게 예약금을 면제해주면 고객들에게 편리함과 품위를 제고해주는 효과가 있어서 그만큼 고객들의 충성도를 높여준다고 한다. 예컨대 신용도가 높은 알리페이 고객은 병원진료, 책 대출, 렌터카 등은 물론 최근 중국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공유자전거와 같은 공유경제 서비스를 이용할 때도 예약금을 낼 필요가 없다.
신용점수가 낮은 고객들에 대한 차별적 마케팅도 적극적이다. 낮은 신용점수를 개선하고자 하는 고객에 대해 기회제공 차원에서 소액이지만 나쁘지 않은 조건의 신(新)대출상품을 제공한다든지, 신용개선기간을 설정해서 점수를 올리고 싶은 고객 니즈를 적극 반영한다든지 하고 있다. 따라서 이는 소비습관이 좋지 않아 신용도가 낮은 고객들의 생활습관을 건전하게 하는 효과도 있다.
지마신용 시스템은 기본적으로 신용도가 높은 고객에게 여타 회사에 비해 차별적 혜택을 많이 주는 전략을 활용하고 있다. 따라서 신용도가 높은 양질의 고객층을 적극적으로 찾지 않아도 이들이 제 발로 찾아오는 강점이 있다고 한다. 또한 지마신용의 신용평가시스템은 외부기업도 활용가능하다. 기업들이 지마신용의 신용평가시스템으로부터 필요한 가공정보를 얻음으로써 각사의 비즈니스 모델에 맞는 우량 고객층에 대한 접근방법 내지 마케팅 포인트를 얻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업계에선 지마신용이 시장에 필요한 다양한 신용정보를 수요공급자에게 연결(link)함으로써 공유경제에도 기여하고 있다고 본다. 공유경제의 P2P(pier to Pier) 거래에선 상호신뢰, 즉 신용정보가 핵심이기 때문이다. 예컨대 앞서 언급한 공유자전거뿐 아니라 숙박플랫폼으로 유명한 에어비앤비도 회원 등록할 때 지마신용의 신용등급을 적극 활용한다고 한다.
우리나라도 최근 4차 산업혁명이 화두가 되면서 21세기의 석유로 비유되는 빅데이터에 대한 정책당국과 업계의 관심이 높다. 문제는 개인정보 규정이 미국, 유럽 등 선진국보다도 센 편이어서 빅데이터 구축과 활용에 걸림돌이 그만큼 많다는 것. 예컨대 알리바바 같은 해외기업들은 이미 10년 이상 빅데이터 활용을 해왔고, 이제 바야흐로 해외진출을 본격화할 태세다. 우리나라도 한국판 알리페이, 코리아페이를 노크하고 있는 상황이다. 빅데이터 활용이 늦어지면 기술격차를 극복할 수 없는 상황이 될 수 있는 만큼, 빅데이터에 대한 보다 전향적인 사회적 합의를 빨리 도출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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