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취업은 했냐?” “월급은 좀 올랐니?” 대한민국 국민 다수는 침묵해야 하기에 추석 명절이 반갑지 않다.
극심한 취업난을 겪는 청년들은 노동시장에 발조차 디디지 못하고, 50~60대 중·장년층은 임금 상승은커녕 언제 자리를 내놓게 될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야심차게 ‘소득주도 성장’을 외치며 일자리 지원책을 쏟아내고 있지만, 이미 경제는 저성장 덫에 빠져 약발이 먹히지 않는 실정이다.
고용과 임금, 서민경제고통지수 등 곤두박질치는 모든 경제지표가 이를 방증한다.
통계청, 한국은행 등에 따르면 고용상황을 가늠할 수 있는 취업기회전망CSI가 3개월 연속 하락했다. 취업기회전망CSI는 지난 6월 최고치(121)를 기록한 후 3개월 연속 하락세를 보이며 이달 101로 집계됐다.
전체 취업자 수도 올해 2월 37만1000명을 기록한 후 6개월 연속 30만명대를 유지하다 지난달 20만명대로 급감했다.
지난달 청년 실업률은 9.4%로 8월 기준으로 보면 1999년(10.7%)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구직단념자, 취업준비생 등을 포함하는 청년 체감실업률도 지난달 22.5%로 치솟았다.
물가는 고공행진을 하는데 임금상승 속도는 더디기만 하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전년 동기 대비 실질임금 증가율은 2016년 3분기 2.8%, 4분기 1.9%에서 올해 1분기 0.4%, 2분기 1.6%로 감소했다.
8월까지 상승세를 보이던 임금수준전망CSI도 이달 들어 122를 기록하며 7개월 만에 하락세로 전환했다.
고용과 임금 사정이 나쁘다 보니 서민이 체감하는 경기는 냉랭하다.
체감실업률과 생활물가상승률을 합해 산출하는 서민경제고통지수는 2015년 11.0%에서 지난해 10.5%로 소폭 낮아졌다 올해 14.9%로 급증했다.
그럼에도 정부가 최저임금 인상,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등 기업 옥죄기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며 비난이 쇄도하고 있다.
경영난을 겪는 기업 입장에서는 인건비 상승부담을 덜기 위해 신규 채용을 줄이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청년층과 중·장년층에 돌아가고 있다. 한국은행도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인건비와 물가상승 가능성이 우려된다고 밝힌 바 있다.
급기야 정부는 28일 추석 민생안정 차원에서 ‘일자리·소득여건 개선방안’, ‘지체상금률 인하’, ‘재정혁신 추진’ 등을 부랴부랴 내놨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가계의 실질 소비여력을 끌어올리려면 경제 전체의 일자리 창출력 회복에 주력하고, 청년 실업에 대한 체계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한목소리를 낸다.
오준범 현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고부가가치 산업 및 신성장동력 산업을 육성, 경제의 성장잠재력을 확충할 필요가 있다”며 “일할 능력이 있는 미취업자에 대한 취업지원을 강화하는 동시에 기업의 청년고용 인센티브, 근로장려세제 확대 등이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