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갓 태어난 아이는 눈, 귀, 코, 입 등을 다 갖추고 있지만 곧바로 제 기능을 하는 것은 아닙니다. 100일 정도가 지나야 비로소 뭔가를 보고 들을 수 있습니다."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62)은 26일 오전 서울 종로구의 한 식당에서 가진 취임 100일 계기 기자간담회에서 "앞으로의 100일, 1년은 어떨지 생각하면 어깨가 한없이 무겁지만, (국민들의 요구가) 잘 보이고 잘 들리는지 늘 성찰하며 국민 눈높이에 걸맞은 혁신을 빈틈없이 준비하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지난주에 노태강 제2차관을 급히 프랑스로 보내 무사히 수습됐다"며 "다른 유럽 국가들도 프랑스처럼 올림픽 불참 선언을 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있지만, 오늘 국무회의에서도 '필요하다면 각 나라의 체육부 장관을 찾아가서 올림픽에 대해 직접 설명하고, 해당 국가에 있는 공관장들도 행사의 안전성을 적극 알리자'는 내용을 다뤘다"고 설명했다.
도 장관은 지난 7월 말 출범한 문체부 산하 민관합동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및 제도개선위원회' 운영과 관련해선 "지난주 검사를 한 명 파견받아 함께 일하고 있는데, 인력이 좀 더 필요하다는 요청이 있어서 보완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파견 검사는 청와대에서 추가로 발견된 문건이나 국가정보원 관련 조사에서 기관 간 공조를 원활히 하는 역할을 맡는다. 도 장관은 "향후 형사고발 절차까지 염두에 둔 조치"라고 덧붙였다.
당초 대통령이 주재하는 것으로 알려졌던 국가관광전략회의를 국무총리가 주재하기로 한 것에 대해서는 "개인적으로는 대통령께서 주재하시는 회의가 돼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각 부처에서 동일한 요청이 들어오니 어려운 상황"이라면서도 "관광업계의 현안을 소홀하게 보거나 그 의미를 축소하려는 것은 절대 아니다"고 해명했다.
이어 그가 국회의원으로 활동하던 당시 발의했던 영비법(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독립영화계 등 특정 세력에 치중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자 도 장관은 "제작자, 감독, 영화인 등의 의견을 두루 반영한 것"이라며 "법안 발의는 일부 의견만 듣고 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의견을 모으고 수렴하는 과정을 거친다"고 말했다.
또 그는 "블랙리스트 진상조사도 피해자만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300여개 단체, 8000여명의 문화예술인들이 지난해 하반기부터 관련 활동들을 해왔기 때문에 그들의 목소리를 귀담아 들었을 뿐"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문체부 산하 기관장 인선에 대해선 "전문성, 실무 능력, 지도력, 인품 등을 갖춘 이들을 찾는 중"이라며 "다만 사람이 많다 보니 인사추천위원회 등 인사검증 과정에서 시간이 걸리는데, 추석 연휴가 지나고 나면 각 분야의 적임자들을 만날 수 있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마지막으로 도 장관은 장애인들이 자신들의 현실을 바리공주 설화로 엮어 만든 연극을 감상했던 일화를 소개하며 "'지난 몇년간 블랙리스트 때문에 지원을 못 받았었는데, 오랜만에 무대에 서게 돼 기쁘다'고 말하는 그들을 보며 차별, 배제, 감시 등을 자행하는 블랙리스트는 절대로 있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