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 당시 작성된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피해자인 소설가 황석영씨와 방송인 김미화씨가 25일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및 제도개선위원회'에 정식으로 조사 신청을 했다. MB정부 블랙리스트와 관련해 진상조사위에 조사 신청을 한 것은 황석영씨와 김미화씨가 처음이다.
황씨는 이날 오전 서울 광화문에 마련된 진상조사위 사무실에 조사 신청을 한 뒤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사춘기 아이들도 아니고 국가가 이런 일(블랙리스트 작성)을 자행하는 것은 문화 야만국의 자기 치부를 드러내는 일"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또 "2010년 정부의 대북정책을 비판하는 기고를 한 뒤 국정원 직원에게 '이제부터 정부 비판을 하면 개인적으로 큰 망신을 주거나 폭로하는 식으로 나가게 될 테니 자중하라'는 주의를 들었다"며 "이후 인터넷과 SNS를 통한 공격이 집요해졌다"고 폭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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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함께 "2014년부터 해마다 6월이면 은행으로부터 검찰 측의 '수사 목적'에 의한 요청으로 금융거래정보를 제공했다는 사실이 통보됐다"는 사실도 공개했다.
황씨는 △자신과 관련한 과거 안기부의 혐의 사실 발표문을 짜깁기해서 온라인상에 배포한 최초의 인물과 배후 △문체부가 관여한 문예진흥위원회와 한국문학번역원의 황석영 배제 과정 △검찰이 수사 목적으로 금융거래정보의 제공을 요구한 이유 등을 밝혀달라고 요청했다.
김미화씨는 "검찰 참고인 조사에서 국정원이 저에 대해 작성한 서류를 보면서, 국가가 커다란 권력을 이용해 개인을 사찰했다는 생각이 들어 매우 불쾌하고 화가 났다"면서 "서류를 보면 굉장히 많은 사안에서 국정원장 지시나 민정수석 요청, 청와대 일일보고들이 적혀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국정원 서류를 보면) 처음에는 연예인 건전화 사업 TF팀을 구성해 '좌편향 진행자 색출 교체 권고'로 적혀 있다가, 끝으로 가면 '골수좌파 연예인', 나중에는 '수용불가'라는 충격적인 용어가 나온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한건 한건이 저에 대한 심각한 명예훼손이었다"며 "이게 내가 사랑했던 대한민국인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고 토로했다.
진상조사위는 황씨와 김씨에 이어 배우 문성근씨와 영화감독 변영주·김조광수씨 등이 추가로 진상조사 신청을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한 이날 오후에는 'MB 블랙리스트' 피해자들을 대신해 서울중앙지검에 이명박 전 대통령을 비롯한 블랙리스트 책임자들에 대한 고소장을 접수했다.
이에 앞서 검찰은 지난 18일과 19일, MB 정부 블랙리스트 의혹과 관련해 문성근씨와 김미화씨를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26일부터는 최승호·김환균 전 MBC PD 등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이명박 정부의 방송장악 의혹에 대한 조사를 벌일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