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 물류센터장' 하면 흔히들 떠올리는 모습이 있다. 일렬로 길게 놓인 컨베이어 벨트 위로 택배물품들이 지나간다. 컨베이어 벨트 양옆으로는 택배 기사들이 빼곡히 서있다. 그리고 각 택배물품에 붙어있는 운송장을 일일이 보면서 자신이 배달할 지역의 물품을 집어든다.
그러나 지난 21일 들른 CJ대한통운의 강남B서브터미널 현장은 달랐다. 서울시 서초구 양재동에 위치한 강남B서브터미널은 '휠소터(Wheel Sorter·자동 분류기)'가 설치된 택배 물류 현장이다.
과거에는 서브터미널의 모든 택배기사들이 아침 일찍 출근해 자신이 배달할 택배화물들을 직접 수작업으로 골라내야 했다. 그러나 휠소터가 설치된 이후로는 지역별로 자동으로 분류돼 자신의 앞으로 오는 택배를 차에 싣기만 하면 된다.
휠소터는 말 그대로 작은 바퀴들을 이용해 택배 상자들을 분류해주는 설비다. 팔 한폭 넓이의 휠소터 설치 판에는 미니 벨트가 2개씩 걸린 휠소터 총 35개가 각기 돌아가고 있다.
휠소터 판에 보내기 전 택배들은 'ITS(Intelligent Scanner) 인텔리전트 스캐너'가 설치된 커다란 부스를 먼저 통과해야 한다. 이 부스 안에는 바코드 리더기가 사방에 설치돼있어 택배 상자에 붙어있는 운송장 정보를 빠르게 읽는다.
이렇게 입력된 정보에 따라, 휠소터가 회전하며 배달 지역에 맞게끔 택배를 다른 방향으로 이동시켜준다. 때문에 강남B서브터미널 택배 물류 현장은 일자로 컨베이어 벨트가 설치돼있지 않고, 가지처럼 뻗어있다.
택배 기사들이 눈으로 택배 운송장을 하나하나 확인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기존에 수작업으로 분류 하던 것보다 시간이나 노력이 훨씬 절감된다.
분류 시간이 통상 2~3시간 단축되면서 택배기사들의 배달 출발 시간과 퇴근 시간 역시 2~3시간 앞당겨졌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배달 출발 시간이 이르니 덩달아 고객이 택배를 받는 시간도 빨라진다.
심정호 CJ대한통운 강남지점 YS 대리점 소장은 "대리점 소속 택배 기사 3명이 아침 7시까지 출근해서 택배 물류 작업에 참여하는 것이 원래 일과였다"면서 "지금은 택배 물량을 골라내는 업무 단계가 생략된 덕분에 3명이 동시 출근하는 대신, 오전 근무조나 오후 근무조로 시간을 나눠 물건을 싣는 업무만 진행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택배 기사들마다 각자 시간적 여유가 생겼기 때문에 영업 활동도 더 많이 할 수 있고, 업무와 관련된 일뿐 아니라 개인적인 생활에도 여유가 생겼다"고 말했다. 실제 심 소장은 이날 새벽 수영을 하고 왔다며 휠소터 설치 전에는 불가능했던 자기계발 시간이 생겼다고 덧붙였다.
물건을 분류하는 노동의 부담도 줄었다. 자신의 지역 택배인지 계속 들여다볼 필요가 없고, 앞으로 쌓이는 택배만 옮겨 실으면 되기 때문이다. 이날 현장에 출근한 기사들은 커피 한 잔의 여유를 즐기거나 서로 담소를 나누며 즐거운 분위기로 일했다.
한편, CJ대한통운은 지난해 말부터 1227억원을 들여 전국 택배 서브터미널 200여곳에 현장 분류 자동화 설비인 휠소터를 설치했다. 내년 4월까지 모두 설치하는 것을 목표로 현재 전국 50여개소에 설치를 완료했다.
CJ대한통운 관계자는 "휠소터 설치는 택배 기사들 삶의 질을 높여줄뿐 아니라, 비용과 시간도 크게 절감시켜 회사에도 이득이 되는 '윈윈의 결과'를 가져다줬다"면서 "고객들이 더 빠르고 정확하게 택배를 받아볼 수 있도록 다양한 서비스 개발에 노력할 것"이라고 자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