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LG디스플레이 등 국내 반도체·디스플레이 업계가 해외 경쟁업체들을 따돌리기 위해 오는 2024년까지 국내에만 51조9000억원을 투자한다.
반도체·디스플레이 부문은 현재 우리나라의 몇 개 남지 않은 세계 1위 산업으로 최근 호황에 힘입어 빠른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최근 중국 등 해외 주요 경쟁업체들이 기술격차를 2~3년 내로 좁혀오면서, 몇 년 안에 역전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적지 않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는 국내 수출 흑자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효자산업’이다. 일례로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1월부터 7월까지의 반도체 무역수지만 282억 달러로 우리나라 전체 무역흑자인 552억 달러의 51.1% 점하고 있다. 지금까지의 성적이 연말까지 이어지면 사상 처음으로 연간 900억 달러 돌파도 가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중국과의 격차가 줄어들면서 이 같은 시장 주도권이 언제 흔들릴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업계에 따르면 이들 분야의 한·중간 기술격차는 대부분 2∼3년으로 단축된 상태다.
◆기술격차 유지 방안, 정부 지원 등 논의... 낸드.OLED 등 투자 확대
이로 인해 이날 간담회에서는 주로 기술격차 유지 방안과 정부의 지원 등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 그 해법으로 삼성전자와 LG디스플레이, SK하이닉스는 프리미엄 사업 분야에 대한 투자확대를 꼽고 적극적으로 나선다는 방침을 세웠다.
실제로 삼성전자가 2021년까지 경기 평택과 화성, 충남 아산 등에 메모리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관련 21조4000억원을 투자할 예정이다. SK하이닉스는 2024년까지 충북 청주에 15조5천억원 규모의 낸드(NAND) 관련 메모리반도체 투자에 나선다. LG디스플레이는 2020년까지 경기 파주와 경북 구미에 OLED 관련 15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OLED와 낸드 등은 관련 분야에서 최근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는 분야다. 업계에서는 중국과의 차별성을 꾀하기 위해서 이들 신시장에서 규모와 기술력 확보가 필수적이라고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은 현재 공장을 짓고 있는 상황으로 본격적인 디스플레이와 반도체 생산을 시작하지도 않았다”며 “국내 기업들이 주도권을 지키기 위해서는 선제적으로 투자해, 규모를 확보하고 기술혁신에 나서는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업계, 경쟁력 유지 위해 “인력.인프라 지원 이뤄져야” 한 목소리
더불어 이날 각 업체 수장들은 업계가 경쟁력을 지키기 위해서는 정부의 지원도 필요하다는 데 한 목소리를 냈다. 특히 대규모 공장 신설에 따른 인프라 확보와 안전·환경규제 확대, 전문인력 부족 등에서 어려움이 많다고 강조했다.
권오현 부회장은 “인력 부족 문제가 심각하다며 정부가 전략적 연구개발(R&D) 등 반도체 관련 연구 프로젝트와 인력 양성을 도와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상범 부회장은 정부 R&D 지원을 신청해도 대기업 업종이라는 이유로 정부 예산에 반영이 안 되는 경우가 많다고 호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백 장관 "실장급을 단장으로 하는 별도의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관계부처, 유관기관 및 지방자치단체 등과 긴밀한 협의를 통해 프로젝트별 맞춤형 해결책을 모색해 나가겠다"고 화답했다.
그는 또 “중국의 대규모 투자로 인한 기술 격차 축소와 글로벌 공급과잉 우려도 있다”며 "(기업들은) 경쟁국의 기술·인력 유출 시도에도 각별히 신경 써달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