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학 기숙사는 학생 수에 비해 현저히 부족하다. 14일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해 4월 기준 대학 238곳의 기숙사 수용률은 20.3%였다. 땅값 비싼 서울에선 문제가 더욱 심각하다. 수용률이 평균 10.8%에 불과하다. 대학교가 꼭 일정 규모 이상의 기숙사를 갖춰야 한다는 법도 없다. 교육부 관계자는 "기숙사 수용률은 대학교육협의회의 학교 평가 기준으로는 쓰이지만, 강제 규정은 없다"고 설명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해마다 십수만명의 대학생들이 보금자리를 찾아 학교 밖을 전전하고 있다. 대학교육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대학교 기숙사 입사 지원자는 46만8000여명, 이 가운데 수용 불가능한 인원은 13만6000여명이었다. 연구소 측은 "기숙사 입사 조건이 안 되는 경우까지 포함하면 이보다 훨씬 많은 학생들이 자취, 하숙 등 개인적으로 주거 시설을 마련하고 있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기숙사에 들어간다고 해서 생활비 부담에서 벗어나는 것도 아니다. 외부 자본을 유치해 짓는 민자 기숙사가 늘어나면서, 원룸 월세보다도 비싼 기숙사비를 받는 곳들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지난해 민자 기숙사 41곳 가운데 월평균 기숙사비가 50만원 이상인 기숙사는 8곳, 40만원 이상인 곳은 16곳이었다. 같은 기간 서울 지역 주요 대학가 월세 평균은 49만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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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각에서는 교육 시설인 대학들이 고가의 기숙사비를 받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임은희 대학교육연구소 연구원은 "대학이 자체 부지를 마련하고 짓게 되면 학생이 많은 비용을 부담하지 않아도 되는데, 민간에 맡기면 투자비용을 뽑아내야 하니까 비싸게 받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참여연대 관계자는 "학생들이 부담하는 민자 기숙사비의 절반가량이 외부 차입금 상환으로 나간다"면서 "대학교는 쌓아둔 건축 적립금을 쓰지 않아도 되고, 민자 기숙사 운영회사나 건설자금을 대출해준 금융회사들은 안정적인 수익을 얻는다. 학생들만 손해를 본다"라고 비판했다.
고가의 기숙사비를 낮추기 위한 해법은 전문가마다 의견이 갈린다. 이 연구원은 "가장 좋은 것은 사립대가 기숙사비를 자체 지원하는 것이다. 안 된다면 사학진흥재단에서 기숙사 건설비 차입금을 대신 상환해주고 저리의 자금을 제공해 학생들이 저렴하게 이용하는 방안이 있다"라고 제안했다.
이와 관련, 한국사학진흥재단 관계자는 "대출상환은 대학 자체 신청을 기본으로 한다. 대학과 금융기관·투자자 사이 대출 약정이라든지 여러 가지 상황 때문에 제3자가 개입하기는 쉽지 않다"면서 "실제로 대환대출을 진행한 대학은 4곳이고, 학생들이 부담하는 기숙사비가 크게 떨어지지는 않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