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에 대해 ‘부적격’ 의견이 담긴 인사청문보고서를 받아든 청와대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청와대는 14일 청와대 여민관에서 임종석 비서실장 주재로 수석보좌관회의를 열고 대책을 숙의했다.
청와대의 선택지는 박 후보자의 자진사퇴와 문재인 대통령의 지명철회, 임명강행 세 가지뿐이다.
사실상 여당까지 ‘부적격’ 의견으로 돌아서면서 청와대는 사면초가에 놓인 격이 됐다. 국회의 인사청문보고서 채택 이후 하루가 지나도록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에 대한 인준 ‘담보’를 협상 카드로 내세우며 ‘버티기’에 들어간 형국이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다.
캐스팅보트를 쥔 국민의당이 '땡깡' 등 표현을 쓴 추미애 대표와 우원식 원내대표의 사과가 없으면 김 후보자 인준안 상정 등 어떤 절차적 협의도 하지 않겠다며 제동을 걸고 나섰다. 더욱이 김 후보자의 인준에 대해 ‘당론 찬성’이 아니라 의원자율투표 원칙을 내세우고 있다는 점에서 ‘제2의 김이수 부결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
청와대로선 문재인 정부의 핵심 개혁과제인 사법개혁의 동력을 살리려면 김명수 후보자 임명동의안만큼은 무슨 일이 있어도 반드시 통과시켜야 한다. 김 후보자 임명 문제가 마무리되기 전까지는 박 후보자 문제를 섣불리 풀 수 없다는 판단이다. 더구나 김이수 부결 사태로 곤혹스러운 처지에서 정국 주도권까지 야당으로 넘어가게 되면 향후 입법·예산 심사까지 줄줄이 밀릴 수밖에 없다는 절박한 인식이 깔려 있다.
청와대의 구상대로라면 다음 주에 유엔총회 참석차 뉴욕을 방문하는 문재인 대통령이 모든 일정을 마치고 복귀할 때까지도 박 후보자의 거취는 결론이 나지 않을 확률이 높아 보인다.
문 대통령의 결단이 아무리 일러도 뉴욕 방문을 마치고 돌아온 시점이 될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여야가 김명수 후보자 임명동의안 처리를 위한 본회의를 28일께 열 것으로 합의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그러나 가장 큰 문제는 여론의 추이다.
북한 핵실험과 미사일 도발로 어느 때보다 엄중해진 안보 상황에서 사드 임시 배치 강행과 출범 초부터 끊이지 않은 인사 참사로 문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은 연 3주째 하락세다. 박 후보자 문제를 끌면 끌수록 청와대의 책임론은 커질 가능성이 높다.
특히 김이수 부결 사태를 미연에 막지 못했고, 애당초 ‘뉴라이트 역사관’ ‘창조과학론’으로 논란이 큰 박 후보자를 인사청문회까지 세운 것 자체가 무책임했던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이로 인해 당청관계까지도 균열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결국 문 대통령이 국회의 ‘부적격’ 뜻을 받아들여 박 후보자에 대해 지명철회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