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웅산 수치, 로힝야족 학살에 침묵 깨고 한 말이 "잘못된 정보다"

2017-09-07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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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무슬림 국가인 인도네시아의 수도 자카르타에 있는 미얀마 대사관 앞에서 4일 로힝야족 학살 반대 시위가 열렸다. 한 시위자가 아웅산 수치를 악마라고 표현한 홍보물을 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로힝야족 학살은) 잘못된 정보로 뭉친 빙산의 일각이다"
미얀마군과 로힝야족 유혈사태에 침묵했던 아웅산 수치 여사의 첫 발언은 실망스러웠다. 수치 여사가 입을 뗀 건 로힝야족 유혈사태가 발발하진 10여일 만이다.

7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수치 여사는 지난 5일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와 전화통화로 "모든 상황에 대해 매우 잘 알고 있다. 인권과 민주적 보호를 박탈한다는 의미도 말이다"며 "그래서 우리는 정치 사회적으로는 물론 인도주의적으로도 그들의 권리를 보호할 권리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수치 여사는 "잘못된 정보로 뭉쳐진 빙산이 확산되면서 다른 세력 간 갈등을 심화시키고 테러리스트들의 주장에 힘을 주고 있다"고 강조했다.

앞서 지난 주말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미얀마군이 무슬림 로힝야족에게 대량 학살을 자행하며 다른 무슬림 국가들의 우려를 도발하고 있다고 밝혔었다. 그는 "미얀마에서 대규모 학살이 벌어지고 있으나 침묵하고 있다"며 "로힝야족 유혈사태를 유엔 총회에 안건으로 제기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25일 로힝야족 반군단체 '아라칸 로힝야 구원군(ARSA)'은 경찰초소 30여곳을 습격했다. 그동안 로힝야족을 학살하고 차별한 미얀마에 저항한다는 의미에서다. 미얀마는 이 단체를 테러집단으로 규정하고 병력을 투입하면서 최악의 유혈사태가 벌어졌다.
 

[로힝야족 피난민들이 지난 6일 미얀마 정부군의 학살을 피해 방글라데시 미얀마 국경지역에 머물고 있다. EPA연합뉴스 ]



지금까지 로힝야족 반군 370명을 포함한 총 400명 넘게 사망했다. 유엔은 미얀마에서 방글라데시로 탈출하는 로힝야족이 약 7만 3000명에 달한다고 추산했다. FT는 미얀마군이 로힝야족을 공격하기 시작한 이후 피난민 수가 약 12만 3000명이라고 추정했다. 미얀마와 방글라데시 경계지역에 머물고 있는 수천여명의 피난민들은 현재 식량 부족을 겪고 있다.

이번 사태는 미얀마 전역의 종교적 갈등으로 치닫고 있다. 버마인권네트워크의 유 키아우 윈 디렉터는 "미얀마의 22곳 지역이 무슬림 금지 지역이라고 선언하고 대놓고 무슬림인들을 배척하고 있다"고 말했다.

화살은 미얀마의 실질적 지도자인 아웅산 수치 여사에게 돌아갔다. 미얀마 군사정권에서 오랜시간 민주화를 위해 싸운 수치 여사는 이번 사태에선 손을 놓고 있다는 비난을 받았다. 특히 이슬람권 국가 지도자들은 강하게 비난했다. 아니파 아만 말레이시아 외무장관은 "아우산 수치에 실망했다"며 "과거 그녀는 인권 원칙을 위해 싸웠으나 지금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은 "로힝양족 유혈사태에서 벌어지는 폭력은 종식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인권을 외치던 수치 여사은 로힝야족의 잔혹한 학살과 폭력에선 오히려 미얀마군을 두둔했다. 이번 발언에서 로힝야족에 대해 '테러리즘'이라고 언급한 점도 폭력에 대해 다른 얼굴을 갖고 있다는 비난을 받았다. 미얀마군의 탄압에 대한 언급은 피하고 잘못된 보도라고 일축했다. 일각에선 수치 여사가 묵인하면서 피해가 커졌고 노벨평화상을 받을 자격도 없다고 지적했다. 인권감시기구의 필 로버튼 부국장은 "정부군은 이번 사태에서 대화는 시도하지도 않고 무력만 과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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