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영토 분쟁②] 유사시 해상봉쇄 대비한 ‘진주 목걸이’ 전략…미·일은 경계 눈초리

2017-09-0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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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정치·군사적인 압박 말고도 경제적인 측면에서도 주변국들을 빠르게 흡수하고 있다. 이른바 ‘남진정책’이 그것이다.

도로, 철도 등 각종 인프라 사업에 대한 투자를 퍼부으면서 미국·일본에 뒤쳐져 있다고 평가 받던 지배력을 급속도로 추격하고 있다.

일부 동남아 국가에 대해서는 일본을 앞질렀다는 분석도 나온다. 일본을 앞섰다는 것은 결국 우방국인 미국과의 한판 대결을 염두에 뒀다는 의미다. 중국의 물량 공세는 ‘G2’의 패권 다툼으로 귀결된다.

지난해 12월에는 라오스에서 남북철도 공사가 시작됐다. 중국 윈난(雲南)성 쿤밍(昆明)을 출발, 싱가포르까지 남북으로 길게 이어지는 철도 건설 사업의 일부다.

전문가들은 중국의 남북철도 건설 사업도 일본의 동서경제회랑 구축에 맞서는 성격이라고 보고 있다.

서남아시아에서는 올해 국가 부도 위기를 겪고 있는 파키스탄에 12억 달러(약 1조 3600억원)를 지원했다. 인도와 ‘앙숙’인 파키스탄을 활용해 인도를 견제하기 위한 포석이다.

인도와 파키스탄은 1947년 영국의 식민지에서 독립하면서 힌두교도가 대다수인 인도와 이슬람교도가 대다수인 파키스탄, 방글라데시로 갈라졌다.

중국 정부는 이미 파키스탄의 항구 과다르와 북쪽의 중국 국경선으로 이어지는 고속도로와 파이프라인 등을 건설하는 ‘중국·파키스탄 경제회랑(CPEC)’을 구축하기로 한 상태다. 투입되는 자본만 해도 무려 520억 달러에 달한다.

2015년 4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파키스탄 방문 당시 발표된 CPEC 프로젝트는 신장(新疆)위구르 자치구에서 파키스탄 과다르항에 이르는 3200㎞ 구간에 도로와 철도, 파이프라인, 광케이블, 항만, 공항, 자유무역지구 등 사회기반 시설을 건설하는 것이 핵심 내용이다.

중국은 파키스탄 과다르항의 43년 운영권을 따낸 데 이어, 올 1월 스리랑카 함반토타항을 99년간 운영할 수 있는 권리를 얻었다.

지난해 11월에는 과다르항에서 중국 화물선의 최초 출항식이 열리기도 했다. 10월 말 신장위구르에서 출발한 컨테이너 트럭이 육로로 파키스탄까지 도착한 것이다.

중국은 그동안 남진정책을 통해 동남아시아와 인도양, 아프리카의 에너지 및 화물 수송로에 위치한 국가들과 정치와 외교는 물론 경제와 군사 협력까지 맺는 등 관계를 강화하고 있다.

각 거점들을 선으로 이으면 ‘진주목걸이’ 모양이 된다. 진주목걸이 전략은 중국이 남중국해, 인도양, 아프리카 바다를 연결, 방글라데시와 미얀마·스리랑카 등 거점이 되는 인도양 국가들을 동맹국으로 끌어들이는 것을 뜻한다. 미국의 해양 봉쇄에 대비해 아프리카와 중동으로부터 에너지를 수송하고 안보를 지키려는 중국의 구상이라고 볼 수 있다.

중국은 아덴만 서쪽에 있는 지부티에 첫 해외 군사기지를 구축해 인민해방군 건군 90주년을 맞아 지난 1일부터 가동에 들어갔다. 이미 지부티에 군사기지를 두고 있는 미국과 일본은 중국의 공격적인 움직임에 적잖이 긴장하고 있다. 해양 진출을 확대하는 중국이 국외에 처음으로 구축한 대규모 군사기지라는 점에서다.

중국은 국제사회의 해적 퇴치 활동인 호위항해 임무에 가담한다는 명목으로 아덴만과 인도양에 해군 함대를 정례적으로 파견했다. 이를 빌미로 2015년 5월부터 지부티에 군사기지를 짓기 시작했다.

지부티는 ‘일대일로’ 구상 실현의 핵심 거점이자, 북아프리카와 중동, 남아시아 지역에서 긴급사태가 발생할 경우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게 해주는 군사적 요충지다.

지부티에서 홍해를 거쳐 수에즈 운하를 지나면 곧바로 지중해로 이어진다. 아시아에서 중동과 아프리카를 거쳐 유럽으로 가는 관문인 셈이다. 중국은 인구 80만명의 지부티에 항구와 쇼핑몰, 도로, 공항, 송수로 건설 등 각종 대형 기반시설 개발 사업에도 대규모 투자를 본격화하고 있다.

중국은 스리랑카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스리랑카는 ‘인도양의 진주’라 부르는 작은 섬나라다. 경치가 아름답고 차(茶)문화가 발달한 데다, 불교 유적을 비롯해 유네스코 세계유산만 무려 8곳이나 돼 관광객의 발길이 1년 내내 끊이지 않는다. 스리랑카는 역사적으로 볼 때 해상 실크로드의 가장 중요한 거점이었다.

아랍과 중국 상인이 오가던 스리랑카는 로마시대 지도에도 표시됐을 정도로 동서 해상교역로에 위치해 있다.

스리랑카는 21세기에도 에너지 수송로와 교통의 허브이자 인도양의 ‘관문’으로 각광받고 있다. 이 때문에 중국과 인도는 그동안 스리랑카를 자국 편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해왔다.

중국 정부는 1월 초 스리랑카에 건설 중인 함반토타항을 99년간 관리·운영할 수 있는 권리를 획득했다. 중국 정부가 14억 달러 차관을 제공해 개발 중인 함반토타항이 완공되면 대형 선박의 접안이 가능한 서남아 최대 항구로 발돋움한다. 스리랑카 정부는 중국 국유기업 자오상쥐(招商局)그룹에 함반토타항 운영권 지분 80%를 넘기기로 합의했다.

자오상쥐그룹은 11억 2000만 달러를 투자해 스리랑카 항만청과 8대2 지분으로 합작 법인을 설립하고 항해 안내와 도선, 항만 경비, 창고, 선적 등 항구 운영에 대한 전권을 행사한다. 특히 이 항구의 안전을 유지할 책임도 자오상쥐그룹이 갖는다.

중국은 앞서 콜롬보 항 인근 지역에 14억 달러를 투자해 새로운 항구도시를 조성하는 프로젝트도 추진 중이다. 이 항구도시는 108ha규모다. 이 중 20㏊는 중국이 완전 소유하며 나머지는 99년간 임차하는 조건이다. 공사는 중국 국유기업위인 중국교통건설그룹이 맡았다. 이로써 중국 정부는 스리랑카의 가장 중요한 항구 두 곳을 접수하게 되는 셈이다.

한 외교 전문가는 “시작은 물류기지로 건설하고 있지만, 유사시에는 중국 군함의 정박과 보급 기지로 활용될 가능성이 높다”면서 “미국과 일본이 경계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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