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바 메모리 인수전 참여업체의 공통된 이유는 ‘삼성’ 견제?

2017-09-04 16:27
  • 글자크기 설정
도시바 메모리 인수전에 글로벌 IT기업들이 대거 참여한 가운데 이들이 생존을 담보로 격전을 치르고 있는 바로 ‘삼성’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와 관심을 끌고 있다.

세트 제품부터 반도체·디스플레이 등 부품·소재까지 망라한 종합전자기업 삼성전자의 영향력에서 하나라도 벗어나기 위해서는 도시바 메모리 인수를 반드시 관철시켜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이는 도시바 메모리의 새 주인이 누가 되느냐가 반 삼성 진영의 합종연횡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

그러나, 삼성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경영공백 사태의 장기화가 불가피해 이러한 시장 판도 변화에 적절히 대응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4일 외신 보도 및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진영을 떠나 직·간접적으로 도시바 메모리 인수전에 참여하거나 이름을 올린 기업들은 매각 주체면서 경영권 미련을 버리지 못한 도시바, 합작 파트너인 미국의 웨스턴디지털(WD), 한국의 SK하이닉스, 대만의 홍하이 정밀공업과 자회사 샤프를 비롯, 미국의 구글, 애플, 아마존닷컴은 물론 개인용 컴퓨터(PC) 제조업체 델, 메모리 제품 제조업체 킹스톤 테크놀로지, 일본의 소프트방크 등 IT산업 전반을 아우르고 있다. 각 사들는 이해관계에 따라 WD, 베인-SK하이닉스, 홍하이 진영으로 나뉘어 손을 잡았지만, 3개 진영의 목표는 도시바 메모리 인수를 통한 ‘타도 삼성’으로 귀결되고 있다.

◆WD, "인수 실패시 붕괴···도시바 보다 더 간절"
이번 인수전에서 WD는 인수·합병(M&A) 협상 룰을 깨고 있다는 비난을 무릅쓰고 도시바 메모리에 집착하고 있다. 이유는 생존 문제가 걸려 있기 때문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지난 2일 도시바 메모리 매각 결과에 따라 지난해 이뤄진 WD의 샌 디스크 거액 인수가 실패로 평가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했다.

메모리 칩 또는 메모리 제품 등은 겉모양과 저장용량, 처리속도가 동일하더라도 이를 구현하는 설계구조는 각사마다 다르기 때문에 ‘1+1>2’라는 M&A 시너지를 내기가 쉽지 않다.

WD이 도시바와 인연을 맺게 된 것은 지난해 5월 170억 달러(한화 약 19조3100억원)에 미국 샌디스크를 인수하면서부터다. 도시바와 샌디스크는 17년간 제휴 관계를 맺어왔는데 도시바 요카이치 공장에 대한 공동 투자도 샌디스크 시절 이뤄진 것이었다. 이를 통해 양사는 설비 및 기술개발 투자를 최소화하면서 플래시메모리 칩을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었고, 덕분에 글로벌 플래시메모리 시장에서 2위(도시바)와 3위(WD)를 차지해 양사를 합하면 1위를 삼성전자를 넘는 시장 점유율을 차지할 수 있었다.

WD가 도시바 메모리를 인수하면 삼성전자와 함께 시장을 2강 구도로 재편할 수 있다. 그러나, 도시바 메모리가 제3자에게 넘어갈 경우 공장 운영을 도시바에게 의존하고 있는 WD은 당장 플래시메모리 사업이 위축될 수밖에 없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홍하이 진영이나 SK하이닉스 진영에 빼앗기면 WD은 플래시메모리칩의 안정적인 공급을 보장받을 수 없다”면서, “더 큰 문제는 도시바와 기 구축한 기술을 넘겨줘야 할 뿐만 아니라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기술 통합으로 샌디스크 시절부터 보유하고 있던 메모리칩 설계 노하우가 무용지물이 된다”고 설명했다. 주력사업인 HDD 매출이 급속도로 축소되는 가운데 엄청난 돈을 쏟아부은 플래시메모리에서 안정적인 수익을 내지 못하면 WD는 회사가 무너질 수 있다는 것이다.

◆애플·구글·아마존 “삼성 그늘 벗어나고파”
애플이나 구글, 아마존닷컴 등이 도시바 메모리 인수전에 참여한 배경도 역시 ‘삼성의 그늘’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열망에서 비롯됐다.

애플은 여러 판매제품 가운데에서도 특히 아이폰의 삼성전자 부품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사활을 걸고 있다. 애플은 이달에 공개될 아이폰8에서 스마트폰의 머리격인 모바일AP는 경쟁사에 생산을 넘겼으나 메모리와 디스플레이 등 핵심 재료는 결국 삼성전자를 선택했다. 동일 저장용량의 모바일 메모리라도 아이폰 설계구조에 최적화 된 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기업은 삼성전자였고, 스마트폰용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디스플레이는 사실상 삼성이 독점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스마트폰 사업 최대 경쟁자이면서도 삼성 의존도를 줄이지 못해 상처를 입은 자존심을 살리기 위해서라도 도시바 메모리 인수를 통해 만회해야 했다. 특히, 애플은 당초 아이폰 위탁생산을 맞고 있는 당초 홍하이 진영에 합류할 것으로 알려졌다가 SK하이닉스 진영으로 말을 바꿔탔다. 삼성전자를 떼어내고자 하는 열망이 얼마나 큰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밖에 구글이나, 아마존닷컴도 인공지능(AI) 스피커와 자율주행차, 드론 등 신사업 진출을 위한 포석의 하나로 도시바 메모리에 발을 담군 것으로 알려졌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도시바 메모리를 차지하는 기업은 각 진영으로 나뉘었던 참여 업체들을 규합해 이른바 ‘반 삼성’ 세를 키움으로써 삼성전자의 독주를 막기 위한 전략을 구상할 것”이라면서 면서 “삼성전자로서도 이번 인수전을 유심히 바라보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공유하기
닫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
언어선택
  • 중국어
  • 영어
  • 일본어
  • 베트남어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