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JU★인터뷰①]에 이어 계속. ◀ 바로가기
‘아버지가 이상해’에서 변미영(정소민 분)과의 달콤한 로맨스 연기는 여심을 자극하기 충분했다. 그러나 정작 본인은 멜로형 얼굴이 아니라 노력했음을 고백하기도 했다. 열렬하게 사랑했던 극중 안중희의 모습을 실제 이준은 어떻게 바라봤을까.
이번 작품은 이준에게 남달랐다. 첫 주말드라마 주연에 또 오는 10월 24일 군입대를 앞두고 마지막 작품이었기 때문이다.
“일단 젊었을 때 이것저것 다 도전해보는 건 굉장히 좋은거라 생각해요. 장르를 따지지 않고 제가 하고 싶은 것들을 마음껏 다 해보고 군대를 가고 싶었거든요. 그러고보면 단막극부터 시작해서 8부작, 16부작, 20부작, 30부작, 50부작까지도 다 한번 씩 해봤더라고요. 그런 것에 있어서 굉장히 뿌듯함을 느끼고 있고 생각했던 것보다 많은 관심을 가져주셔서 그런 관심이나 상을 바라고 작품을 했던 적은 없는데 팬 분들도 많이 늘어나서 굉장히 타이밍이 좋았던 것 같아요. 하지만 지금은 군대를 갈 타이밍이라고 생각합니다. 하하하.”
특히 주말드라마로 연기자로서 한 단계 올라섰기 때문에 이 시점에 군입대를 하게 되는 아쉬움이 있지는 않았을까.
“더 하고 갈 수 있는 스케줄이 있었어요. 하지만 찍자마자 입대를 하게 되면 그게 더욱 아쉬울 것 같았어요. 연기하는 것도 좋아하지만 제 삶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일도 일이지만 제 인생을 좀 더 살고 쉬고 싶었습니다. 팬 분들 중에서도 예능 프로그램이나 화보 촬영이라도 하라고 하셨지만 저는 아무것도 안 하고 군에 입대할 생각입니다.(웃음) 9월말에 있을 팬미팅만 하고 가려고 해요. 스무살 때부터 지금까지 계속 달려왔기 때문에 제게도 쉴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쉬다가 입대하려고 해요.”
이준의 솔직함에 다소 놀라기도 했다. 대부분의 배우들은 입대 전까지 열심히 작품하고 입대하겠다는 바람을 드러내기도 했지만 이준만은 달랐다. 그렇다고 해서 딱히 거창한 계획을 세우고 노는 것도 아니다.
“잠을 많이 잔다거나, 제가 ‘그것이 알고 싶다’를 정말 좋아하는데 드라마를 촬영하면서는 챙겨 볼 수 없었거든요. 이젠 챙겨 볼 수 있어서 좋아요. 하하하. 그냥 집에 있으면서 동네를 돌아다니고 그런 것 자체가 힐링이라 생각해요. 10월 전까지는 정말 아무런 계획이 없어요. 그렇다고 일반인 친구들은 직장을 다니니까 시간이 안되고요. 또 연예인 친구들 역시 스케줄이 바빠서 만나기 어렵더라고요. 저는 혼자 있는 시간도 좋아하고 공허하게 있는 것들을 즐겨서 괜찮아요. 하지만 혼자서 여행은 안 맞더라고요. 하하. 4년 전에 혼자 제주도를 갔는데 정말 후회 했어요. 집 나가면 고생인 것 같아요. 왜 이렇게 삶이 피곤한지 모르겠어요. 먹고 싶을 때 먹고 자고 싶을 때 자고. 지금은 딱 그런 삶이 좋은 것 같아요.(웃음)”
꽤나 지쳐보였다. 그도 그럴 것이 20대 초반부터 아이돌 그룹 멤버로 활동하며 누린 인기로 끊임없이 활동을 이어왔기 때문에, 지금 이준에게는 지친 몸을 쉴 수 있는 가장 적합한 시기이기도 하다.
이준 나이 올해 서른. 그에게 쉼이 필요해 보였다. 그래서 되려 10월 군입대는 이준에게 가장 필요한 일이었는지도 모른다.
“미련이 없어요. 저는 오히려 지금 군대에 가는 게 늦게 가는 거라 생각해요. (임)시완이, 광희 모두 다 갔잖아요. 하하. 혼자 남아서 뭐하겠어요.”
실제로 이준은 자신의 입대 사실을 SNS에 직접 알려 화제가 됐다.
“원래 조용히 입대를 하려고 했어요. 그러나 드라마 현장을 매일 나가다보니 주변에서 물어보시더라고요. 그렇다고 거짓말을 할 수 없었고, 많은 분들이 제 군입대 사실을 알게 됐는데 분명히 소문이 퍼지면 기사가 날거라 생각했거든요. 그래서 너무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으면 어떡할까 싶어서 조용히 하는 것보단 제가 이야기를 하라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알리게 됐어요. 2019년 7월 제대니까 제대하자마자 하반기 작품 하면 되는 것 아닌가요. 하하하. 안 불러주셔도 어쩔 수 없고요.(웃음) 제가 여러 가지 도전해볼 수 있는 거라서 두려움은 없어요. 물 흘러가는대로 최대한 정신적으로 건강해지는 게 제일 우선인 것 같아요. 2020년을 민간인으로 맞을 수 있다는 게 좋잖아요.”
이준의 입대 시기 즈음에 배우 이승기가 제대를 할 예정이며 바통터치를 하는 것 아니냐는 너스레에 이준은 “그렇게 써주시면 저는 정말 영광입니다”라고 웃었다.
“인생을 살면서 왜 이렇게 할 게 없을까 싶었어요. 늘 똑같은 삶이잖아요. 무얼 해야 좋을까 싶었고요. 최근에 제가 놀이공원에 가서 스릴 있는 놀이기구를 탔는데 정말 이상한 게 가만히 앉아있다가 먼 산 경치만 보면서 탔어요. 제가 감정이 없나? 이런 생각이 들었고, 밤길도 안 무섭고 공포영화도 안 무섭더라고요. 그리고 연기하는 것 외에는 울어본 적이 없어요. 중학교 때 열렬한 사랑을 했던 그런 감정들이 어떤 느낌인지 정확히 기억이 나는데 그 똑같은 느낌이 지금은 안 느껴지더라고요. 요즘엔 누가 부르면 나가긴 하지만 그 마저도 오래 있지 못하기도 하고요. 나중에 돌아봤을 때 지금 많이 즐기지 못한 걸 후회하기도 하겠지만, 지금은 천장을 보고 있는 제 모습이 굉장히 좋아요.(웃음) 그냥 살아왔던대로 살면 되는 것 같아요. 직업이 유명해지고 그런 것들에 대한 불편함을 제대로 느껴본 적은 없었어요.”
분명 달랐다. 20대의 이준과 30대의 이준은. 그래서 물었다. 20대와 30대의 이준은 어땠고, 어땠으면 좋겠는지.
“여유를 갖고 싶어요. 어떤 면에서든. 군대를 다녀오면 그런 여유가 생기지 않을까 싶어요. 지금도 여유가 없는 성격이긴 한데 그 안에서 좀 돌아가더라도 급하게 가고 싶진 않거든요. 지금보다 더 잘되고 싶은 생각도 사실 없어요. 물 흘러가듯이 그렇게, 급한 마음만 갖지 않고 차근차근요. 인생은 길잖아요. 그렇게 살고 싶어요. 20대의 저는 만족해요. 길게 활동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굉장하다고 생각하고, 예전도 지금도 여러 곳에서 저를 많이 찾아주시는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제가 굉장히 ‘잘 살았다’라는 생각이 들어요. 제가 가진 것에 비해서 더 높게 평가해주시는 것도 감사하고, 후회되는 일도 분명히 있겠지만 그런 것조차도 후회를 안 하려고 생각해요. 그래봤자 제가 선택한거니까요. 예전엔 눈화장을 진하게 하고 그런 사진을 보면 가끔 오글거리기도 하지만 그것 또한 제 모습인거잖아요. 어떤 활동을 하든 후회되는 건 전혀 없어요.”
이준은 앞으로도 지금의 여유를 갖고 살아가고 싶어 했다. 긴 호흡의 드라마를 마친 뒤 공허함을 느낀 듯한 이준은, 인간적인 고민을 안고 살아가는 보통의 젊은이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의욕이 없거나 욕심이 없는 게 아니었다. 그저 자신이 위치한 자리에서 만족하며 사는 법을 배우고 있었다. 그렇게 이준은 30대를 준비하고 있었다.
“미래는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마흔이 되더라도 이 성향을 베이스로 깔고 지금보다 더 여유가 생기지 않았을까 싶어요. 저도 사람인지라 쉬고 싶어서 살짝 게을러졌었거든요. 사실 지금은 팬미팅 이외에는 어떤 것도 생각하고 있지 않아요. 가늘고 길게 가고 싶은 게 목표에요. 크게 한 방도 좋지만 지금도 저를 좋아해주시는 분들이 많고, 지켜보시는 분들도 계신다고 생각하거든요. 지금처럼만 계속 쭈욱, 아니 지금보다는 더 잘해야겠지만 마인드 컨트롤을 잘해서 가늘게 가고 싶어요. (군입대에 대해) 내려놔야해요. 내려놓지 않으면 안되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