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부는 개성공단 준비의 일환으로 '개성공업지구 시행세칙 분석 및 개선방안 연구'라는 제목의 연구과제 수행자에 대한 공모를 1일까지 예정으로 진행중에 있다고 31일 밝혔다.
통일부는 "시행세칙의 문제점을 파악하고 개선방안을 검토함으로써 향후 남북관계 진전에 대비해 개성공단의 발전적 운영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연구용역의 목적을 설명했다.
북핵문제 진전에 따라 개성공단 가동 재개 여부를 검토해나간다는 정부의 입장에는 변화가 없지만 재개 상황을 염두에 두고 북측과 그동안 잦은 갈등을 빚어오던 시행세칙 정비 작업에 착수한 것이다.
북한이 제정한 개성공업지구법에는 남북이 합의한 노동·세금·부동산 등 16개 하위 규정이 있다. 하지만 이 규정 아래의 시행세칙 18건은 북한이 일방적으로 마련한 것이다.
가령 노동 규정 밑에 채용, 해고, 노동시간 등을 정한 시행세칙을 붙이는 식인데, 문제가 되는 행위에 200배의 벌금을 부과하게 하는 등 무리한 부분이 많아 남측과 자주 갈등을 빚어 왔다.
우리 정부는 북한이 적용하는 시행세칙 가운데 자동차 규정 관련 세칙만 인정하고 있다. 시행세칙도 남북 합의를 통해 마련돼야 한다는 게 정부 입장이다.
통일부는 개성공단 가동이 재개되더라도 시행세칙 적용 여부가 또 다시 문제가 될 수 있는 만큼 연구용역을 통한 전문가의 분석과 내부 검토를 거쳐 보다 합리적인 내용의 시행세칙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통일부 당국자는 "현실을 규율하는 구체적인 규정은 필요하지만 지금의 시행세칙에는 우리가 받아들이기 힘든 내용들이 적지 않아 개선방안을 찾으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시행세칙 제정 권한이 자신들에게 있다고 주장해 온 북한이 우리 요구를 얼마나 수용해줄지는 미지수다.
문재인 정부는 개성공단 가동이 북한을 바꾸는 데 좋은 방법인 만큼 여건이 허락하면 재개를 적극 검토한다는 입장이다.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지난 25일 한 강연에서 “현실적으로 지금 상황에서는 (재개가) 어렵지만 북핵 제재 국면에 변화가 있다면 개성공단 가동 재개 문제를 우선적 과제로 풀어나가겠다"고 밝히는 등 누차 개성공단 재개 의지를 피력해 왔다.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 21일 미국 상·하원 의원들을 만난 자리에서 “북한 내 자본주의 경제를 확산시키는 데 개성공단이 기여했다”고 평가한 바 있다.
하지만 미국 국무부에선 지금은 개성공단 가동 재개보다 대북압박을 강화할 때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그레이스 최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대변인은 30일(현지시간) 미국의소리(VOA)와의 인터뷰에서 조명균 장관의 지난 25일 발언과 관련해 "한국 통일부 장관에게 그가 스스로 한 말에 대해 물어보라"며 구체적인 반응을 피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북한의 불안정하고 도발적인 행동에 개성공단을 폐쇄한 2016년의 결정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최 대변인은 북한의 점증하는 위협과 복수의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에 대한 역내 우려가 커진 것이 개성공단 폐쇄의 원인임을 재차 상기시켰다.
국무부는 지난 7일,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움직임과 별개로 한국에서 개성공단 재가동 문제가 거듭 공론화되는 데 대한 논평 요청에도 같은 반응을 보였다.
한편, 익명의 미국 관리는 VOA를 통해 "개성공단 가동이 재개될 경우 미국 정부 내에서 유엔 대북 제재 위반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지 않는다면 매우 놀랄 것"이라며 "한국 정부는 공단 재개로 창출되는 자금이 북한 주민에 대한 인도주의 지원에 사용되는지, 아니면 정권의 자금줄로 전용되는지 냉정히 따져봐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