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연호(전국민일보 논설위원 · 전통문화연구회 홍보이사)
요즘 세상에 서당 공부
서당(‘전통문화연구회’를 나는 이렇게 부른다)을 다니며 공자 왈 맹자 왈 하니 한심하다는 표정으로 보는 이들이 꽤 있다. 고루하고 시대착오적이라는 얘기리라. 그러나 비싼 갓 쓰고 물구나무를 서도 제멋이라고 나라고 할 말이 없겠는가.
세상 살아가는 양태를 보면 사람을 세 부류로 나눌 수 있다. 첫째는 처음 겪는 어려운 일도 독창적으로 해결해 나가는 이들이다. 공자 예수 등 성인들과 솔로몬처럼 지혜가 뛰어난 현인들이다. 둘째는 그들의 선례를 배워 난관을 헤쳐 나가는 사람들이다. 배운 대로 실행하는 모범생이다. 셋째는 성현의 노하우를 모르거나, 알아도 실행을 제대로 못하는 우매한 이들이다.
세 번째에 속하는 나는 어리석고 못난 인생을 살아온 부끄러움을 조금이나마 덜어보려고 서당에 다닌다. ‘논어’ ‘사기’ ‘주역’ 등 고전은 옛 사람들이 우리를 안내하는 내비게이션이기 때문이다. 세상살이 연습문제집이기도 하다. 불경, 성경, 유대인의 ‘탈무드’도 그래서 자주 접한다. 그러나 문제집으로 아무리 열심히 풀어도 실전에서는 죽 쑤기가 예사여서 죽을 맛이다.
소셜 미디어 시대에 들어서 온갖 정보가 사태를 이룬다. 불순한 의도로 가짜뉴스까지 양산되니 세상이 어지럽다. 대통령 탄핵, 대선, 북핵 도발 등 일련의 소용돌이 속에 있는 우리 사회는 더욱 그렇다.
공자는 이렇게 말한다. “많이 듣되 의심스러운 부분은 빼고 그 나머지도 신중히 말하면 허물이 적다. 많이 보되 그 중 위태로운 것은 놔두고 나머지를 조심스레 행하면 후회가 적을 것이다.”(多聞闕疑 愼言其餘則寡尤 多見闕殆 愼行其餘則寡悔 言寡尤行寡悔 논어 위정편 18장). 즉 자신이 직접 듣고 봤더라도 장담하지 말고 조심스럽게 처신하라는 경고다.
순자는 또 “유언비어는 지혜로운 사람에게서 멈춘다”(流言止於知者 순자 대략편)라고 하여 아무리 그럴 듯해도 사실이 아니라고 판단되면 말하지 말라고 한다. 그러나 나를 포함한 대부분 사람들은 조심하기는커녕 자신이 보고 듣지 않은 일도 거침없이 말하는 경우가 많다.
훌륭한 스승 밑에서 좋은 교재로 배워도 열등생은 있는 것과 같다. 그래도 절망하지 말고 노력하고 더욱 노력하라는 것 또한 이들의 가르침이다. 괴테도 그렇게 말하지 않았는가. “노력하는 한 방황하게 마련”이라고. 지진아 소리를 듣더라도 그 말 핑계 삼아 서당을 계속 다니며, 모든 문제마다 실패를 거듭하더라도 논어 맹자에 자문을 구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