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용칼럼, 동하한담] 사이비와 가짜뉴스

2017-08-21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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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하한담(冬夏閑談)


사이비(似而非)와 가짜뉴스

원주용(성균관대 동아시아학술연구원 연구교수)

영화 ‘택시운전사’는 5·18의 실상을 취재 보도한 독일 기자 위르겐 힌츠페터와 그를 광주까지 태워다 준 기사 김사복씨가 주인공. 영화는 관객 동원 1000만명이란 열풍을 몰고 오고 있는데, 두 주인공은 갑자기 북한 ‘간첩’이란 무서운 소리를 듣고 있다. 용감한 기자와 그를 도운 평범한 국민이 간첩이 돼야 하니 이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사이비(似而非)’라는 말이 있다. 비슷한 것 같으나 아닌 것으로, 얼핏 보면 옳은 것 같지만 자세히 보면 그렇지 않은 것을 말한다. <맹자(孟子)> '진심(盡心) 하(下)'에 “공자(孔子)께서 말씀하시기를 ‘비슷하면서도 아닌 것을 미워한다. 가라지를 미워함은 벼싹을 어지럽힐까 두려워해서요, 말재주가 있는 자를 미워함은 의를 어지럽힐까 두려워해서요’라고 하셨다(孔子曰 惡似而非者 惡莠 恐其亂苗也 惡佞 恐其亂義也).” 공자는 가라지도, 말재주 있거나 말을 잘하는 사람도 싫어하셨다. 공자가 싫어한 것은 비슷한 것이 참인 것을 혼란에 빠뜨리는 것이었다. 명분(名分)과 실질(實質)을 중시하셨기에 명실상부(名實相符)하지 않으면 싫었던 것이다. 예전에는 비슷하나 아닌 것도 미워했는데, 문명이 발달해 인공지능(AI)이 4차 산업혁명을 일으킨다고 하는 마당에 의인을 간첩으로 날조하는 가짜뉴스가 횡행하고 이를 믿는 혹은 믿고 싶어 하는 사람이 한둘이 아닌 세상을 이들과 살아야 하니···.
‘섭공호룡(葉公好龍)’이라는 고사성어가 있다. 유향(劉向)의 <신서(新序)>에 나오는 이야기로, 춘추시대(春秋時代) 초(楚)나라의 섭공이 용을 매우 좋아하여 집안 온갖 기물에 용을 그려 넣었는데, 용이 직접 섭공의 집을 찾아오니 진짜 용을 본 섭공은 몹시 놀라 도망가고 말았다는 이야기. 북한 간첩으로 서울과 광주가 꽉 차기를 바라는지?
요즘 형이하(形而下)에서부터 형이상(形而上)에 이르기까지 사이비가 너무나 많다. 중국산 참깨인데 한국산으로 둔갑해서 팔리는 것도 사이비요, 공관병을 사병처럼 부리며 당연하게 인식하는 군인도 사이비요, 여학교에서 제자를 3분의2나 성추행한 교사도 사이비다.
조선후기 연암(燕巖) 박지원(朴趾源)의 <열하일기(熱河日記)>에 실린 '호질(虎叱)'에, 도학자 북곽(北郭) 선생이 열녀 표창까지 받은 이웃의 과부 동리자(東里子)와 밀회를 나누다가 호랑이에게 양반계급의 위선에 대해 크게 꾸짖음을 당하는 이야기가 연상된다.
거짓으로 참을 어지럽히는 '이가난진(以假亂眞)'은 더 이상 없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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