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중국이 수교를 맺은 지 올해로 25년이 됐다. 강산이 두 번도 넘게 변했을 세월 동안 우호적 관계를 유지해온 만큼 올해는 양국이 서로 축하해야 할 기념비적인 해이지만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의 한반도 배치를 둘러싼 한·중 양국 간의 갈등으로 인해 '살얼음판'을 걷는 형국이 돼 버렸다.
관광업계 전문가들은 "양국의 갈등 국면은 서로간에 살을 깎아먹는 행위가 될 수 있다"며 "경색국면에서 하루빨리 벗어나 민간 교류를 활성화할 때 양국의 미래도 밝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지난 1992년 한국과 중국 양국이 수교를 맺은 지 올해로 25년. 수교 이전까지 40여년간 얼음장처럼 차가웠던 한·중 관계는 1992년 수교 이후 동반자적 관계로 돌아섰고 비약적인 성장도 이뤘다.
한국관광공사 통계에 따르면 수교 직후인 1993년 15만2000명에 불과했던 한·중 양국의 관광객 교류는 23년 만인 2015년 1042만8000명(방중 444만4000명, 방한 598만4000명)으로 폭발적인 성장을 이뤘다. 무려 약 69배나 증가했다.
활발한 인적 교류를 발판 삼아 정치·경제·사회 등 여러 방면에서 동반자적 관계를 유지해 오던 한·중 양국의 관계는 사드 한반도 배치 문제를 둘러싸고 초유의 위기에 직면했다.
2000년 마늘 분쟁으로 인한 갈등, 2000년대 초중반 동북공정을 포함한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 논란 등으로 갈등을 빚었어도 잘 극복해 왔던 양국 관계를 '사드'가 한순간에 얼려버린 것이다.
◆사드 보복 노골화··· 관광산업 초유의 위기
사드 배치와 관련해 간접적 보복을 시작한 중국 정부는 지난 3월 15일부터 방한 단체 관광 상품 판매 전면 금지령을 내리는 등 노골적 보복을 단행했고, 이는 방한 중국인 관광객 수 급감으로 이어졌다.
실제로 금한령 조치 직후인 지난 3월 방한 중국인은 36만782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40% 감소했다.
4월에는 22만명7811명(전년 동월 대비 -66.6%), 5월 25만3359명(전년 동월 대비 -64.1%), 6월 25만4930명(전년 동월 대비 -66.4%)을 각각 기록했고, 7월에는 전년 동월 대비 66.9% 감소한 28만1263명의 중국인 관광객이 우리나라를 찾았다.
이로 인해 국내 여행업계는 큰 위기를 겪고 있다.
전국 중국인 단체관광객 유치 전담여행사 중 약 40%에 이르는 여행사는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에 들어갔고, 국내 대형 여행사 중 한 곳인 A 여행사의 경우 방한 중국인 관광객이 급감하면서 중국 현지 지사 근무자에 대해 일본 또는 동남아 파견 근무를 지시하는 등 대응책 마련에 분주한 상황이다.
여행수입도 저조하다.
올해 2분기 여행수입은 2015년 메르스 사태로 위기를 겪었던 시기(31억9200만 달러, 약 3조6302억원)보다 적은 29억4600만 달러(약 3조3504억원)를 기록했다.
한국관광공사는 중국 정부의 사드 보복이 계속되는 가운데 북한 핵 위협 등 복합적인 위기를 겪고 있는 만큼 올해 한국을 찾는 외국인이 지난해보다 27% 감소한 1256만명 수준에 그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양국 관계 회복 위한 과제는?
전문가들은 "중국은 여전히 방한 시장 부동의 1순위"라며 "이해와 소통을 통해 양국 관계를 조속히 회복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훈 한양대 교수는 "사드 배치를 둘러싼 한·중 양국 간 갈등으로 인해 그동안 쌓인 교류와 친선의 의미가 훼손돼 간다는 것이 안타깝다"며 "전 세계가 협력하고 교류하는 방향으로 흘러가는 이때, 한·중 양국이 서로 노력해 관광을 비롯한 민간의 교류들이 복원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야말로 양국의 미래를 위해 꼭 필요한 일"이라고 조언했다.
업계 다른 전문가들은 "방한 관광시장을 다변화하는 동시에 한·중 관계에 영향을 덜 받는 중국 개별관광객을 공략할 만한 다양한 관광 콘텐츠 개발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한편 우리 정부는 사드 보복에 직격탄을 맞은 관광산업의 회복을 위해 베트남, 극동 러시아 등 방한 관광객 성장 시장에 대한 집중 마케팅을 통해 시장다변화를 가속화하고 다양한 콘텐츠 개발을 통해 중국·일본시장 조기 안정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