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뱅크가 예비인가 신청 당시 '중금리대출 시장을 적극 공략하겠다'는 목표를 내세웠지만, 실제로는 고신용자들이 최대 1억5000만원의 고한도, 최저 2.84%의 금리 혜택을 톡톡히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금리대출 시장을 활성화하려는 애초의 인터넷전문은행 출범 취지가 퇴색돼 고신용자에게만 저금리 혜택을 준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이유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카카오뱅크의 신용대출과 마이너스대출은 직장 분류를 할 때 주로 고신용자가 몰려 있는 대기업·중소기업·공공기관, 공무원·군인·법조인 외에는 모두 기타로 처리한다. 중·저신용자가 대출을 이용하더라도 한도는 1000만~2000만원 수준에 그쳐 실제 신용대출의 최대 한도인 1억5000만원에는 한참 못 미친다.
이 같은 모습은 대출현황 자료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카카오뱅크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카카오뱅크가 출범한 지난달 27일부터 이달 3일까지 일별 실행된 대출금액 기준 1~2등급의 비율은 평균 64%로 나타났다. 3~4등급도 26%를 차지해 1~4등급의 대출금액 비중이 전체의 90%를 차지했다.
연체를 하지 않을 만한 중·저신용자를 골라내기 위해서는 기존 은행권과는 차별화된 신용평가시스템(CSS)이 필요하다. 하지만 현재 카카오뱅크는 기존 은행이 사용하는 NICE평가정보나 KCB 등 개인신용정보조회회사(CB)의 정보를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 빅데이터 부서를 따로 두고는 있지만, 카카오 등 주요 주주사들의 자료를 활용하기 때문에 은행만의 차별화된 CSS를 구축하는 데는 최소 2~3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카카오뱅크가 8등급 저신용자에게까지 대출을 확대하겠다고 공언했지만, 실제로는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저신용자 대출을 늘릴 수 없다"며 "결국, 대출 고객군은 시중은행에서도 대출을 받을 수 있는 고신용 우량고객에게 편중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카카오뱅크가 출범한 지 20일이 지났지만 대출시스템은 아직 원활하지 못한 상태다. 여전히 대출 서비스에 신청자가 몰리면서 '잠시 후 다시 시도해주세요'라는 안내멘트가 나오거나 진행 도중 오류가 발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