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고기와 쇠고기에 100% 적용되는 축산물이력제와 달리, 계란 전체 물량의 7.6%만 이력 추적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반면 나머지 92.4%는 공무원들이 유통센터와 도소매업체 등 현장에서 직접 조사를 해야만 이력을 알 수 있다. 특히 유통처에서 거래된 내역서까지 확인하며 주먹구구식 조사를 펼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농림축산식품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는 17일 브리핑에서 "부적합 판정을 받은 32개 농가에서 유통한 계란의 유통경로를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 계란수집판매 업소와 도소매 유통업체 등을 대상으로 일일이 조사하고 있다"며 현장 추적조사 체계를 밝혔다.
식약처 관계자는 "살충제 계란에 대한 검사가 새벽까지 이뤄져 파악이 덜 됐다"며 "정확한 정보가 들어오는 대로 공지하겠다"고만 설명했다.
이날 오후 5시 현재 부적합 판정을 받은 32개 농가 중 등급판정을 받은 농가는 한 곳도 없었다.
축산물품질평가원은 "계란에 대한 등급판정을 실시하면 전산에서 입력과 동시에 생산과 가공 등 전 유통 과정을 파악할 수 있다"고 전했다.
축평원은 쇠고기와 돼지고기, 계란 등의 생산과 유통 이력을 관리하는 축산물 이력제를 전담한다.
축평원은 2003년부터 계란 등급판정을 실시하고 있다. 계란 등급판정은 소, 돼지와 다르게 집하장의 신청에 의해 이뤄진다. 현재 전국 46개의 집하장에서 등급판정을 하고 있다.
계란 등급판정은 생산 공정관리와 외관, 투광, 할란(수정란이 분할하는 것) 판정으로 이뤄진다. 등급판정을 받은 계란 포장 용기에는 중량규격(왕란, 특란, 대란, 중란, 소란 등), 품질등급(1+, 1, 2, 3등급), 등급판정일자 등 3가지 표시가 인쇄된다.
계란의 껍데기에는 판정표시와 지역코드, 생산자 정보, 집하장명, 등급판정일자 등 5가지가 표기된다. 식약처가 지역코드와 생산농장코드 등 2가지만 표시하는 것과 비교하면 구체적이다.
축평원 관계자는 "소비자는 포장용기의 표시를 통해 등급과 산란일자, 중량규격을 확인하면 철저한 공정관리가 이뤄진 신선한 계란을 구입할 수 있다"며 "껍데기에 인쇄된 정보를 활용 생산농가와 집하장, 등급 등 상세한 생산 이력정보도 확인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대부분의 산란계 농가가 등급판정을 받지 않는 이유에 대해 "의무적으로 등급판정을 받아야 하는 제도가 없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계란 유통 이력이 정확하게 파악되지 않으면, 사실상 살충제 계란이 전국으로 유통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관계자는 "이번 사태도 이력제가 있었다면 살충제를 뿌린 농장을 빠른 시간에 추적이 가능했을 것"이라며 "확인이 안되는 계란 물량은 어디로 갔는 지 알 수가 없다"고 말했다.
정부는 전체 1239개 산란계 농가중 875농가에 대한 2차 전수조사 결과, 이날 오전 현재 총 66개 농가에서 살충제 성분이 검출된 것으로 집계됐다. 이중 32곳이 부적합 판정을 받았고, 친환경 농장은 28곳, 일반농장은 4곳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