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핵심 참모진이 저금리 통화정책에 대한 부작용을 공개적으로 비판하고 나선 가운데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금리 문제는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의 고유 권한"이라고 못 박았다. 김 부총리가 "정부 당국자가 금리 문제를 얘기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밝히면서 한국은행의 통화 독립성을 강조한 것이다.
김동연 부총리와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16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오찬 간담회를 가진 뒤 "정부에는 누가 됐든 금리 인상 이야기를 구체적으로 한다면 한은 독립성에 좋은 얘기가 아니다"며 시종일관 "금리 문제는 통화 당국에서 독립적으로 판단할 문제"라고 밝혔다.
이는 최근 김현철 청와대 경제보좌관이 현재 낮은 기준금리가 가계부채와 부동산 문제로 이어졌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뒤 시중 금리가 상승하는 등의 논란이 발생한 것을 두고 기준금리는 한은 고유 업무라고 선을 그은 것이다.
당시 김 보좌관은 "한은의 독립성을 존중하지 않고 기획재정부 장관(최경환 전 기획재정부 장관)이 고압적으로 기준금리를 너무 낮춰버리는 바람에 가계부채와 부동산 폭탄이 정착된 경위가 있다"며 현재 기준금리가 비정상적으로 낮고 지난 정부의 정치적 의도가 개입된 결과로 봤다.
시장에서도 이 같은 시선이 대부분이다. 한은은 정책금리가 경제 전반에 영향을 주는 만큼 물가 안정을 통한 경제 발전과 금융 안전을 우선 고려한다. 그러나 사실상 우리나라에서는 중앙은행 독립성을 인정하면서도 정책 공조라는 암묵적 개념 때문에 정부가 새로운 정책을 추진하는 데 한은만 따로 움직이는 모습을 보이기가 쉽지 않다. 소득주도 성장이든, 혁신 성장이든 한국 경제성장을 책임져야 하는 기재부로서는 금리 인상에 대해 사실상 반기를 들어왔다.
이에 대해 김 부총리는 거듭 부적절하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앞서 인사청문회에서도 "기준금리는 한은 금통위의 고유 결정 사항"이라며 "금통위가 경기, 물가, 금융시장 등 대내외 경제 여건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합리적으로 결정해 오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한 바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기준금리 결정은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의 고유 권한으로 정부 당국자가 정책 방향을 미리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아야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며 "김동연 부총리가 부작용을 공개적으로 비판한 만큼 한은의 통화 독립성이 지켜질 수 있을지 조금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