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 부동산 대책으로 대출 규제가 대폭 강화되면서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시장이 혼란에 빠졌다. 선대출·신용대출 등 각종 편법이 난무해 오히려 가계부채를 증폭시키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이 "선대출 수요를 막겠다"며 각 은행권에 '선대출 조이기'를 주문했지만 실제로는 '약발'이 먹히지 않아 진땀을 흘리고 있다.
금융당국은 강화된 LTV(주택담보인정비율)·DTI(총부채상환비율)가 적용된 감독규정 개정까지 2주일 정도가 소요되는 점을 감안해 대출규제 시행 전 미리 돈을 빌려주는 이른바 '선대출' 자제를 당부했지만, 은행 입장에서는 실수요자의 대출 신청을 무작정 막을 수 없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적어도 이달 말까지는 이 같은 거래가 유지될 것으로 보고 있다. 6~7월부터 정부의 고강도 부동산 대책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미리 사두자'는 심리가 작용해 거래량이 늘었고, 이 고객들이 신규 대출을 받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갑자기 돈줄이 막힌 수요자들이 신용대출로 발길을 옮기고 있어 대출의 질이 나빠질 것이란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시중은행의 개인 신용대출 잔액은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지난 2일 92조5899억원에서 7일 92조7505억원, 9일 92조8039억원으로 1주일 만에 2150억원이나 늘었다.
신용대출은 이자 부담이 상대적으로 높고 무담보 대출이기 때문에 부실 가능성이 높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6월 현재 주택담보대출 평균 금리는 3.22%, 신용대출은 4.41%다.
당국은 주택담보대출을 편법으로 우회하는 신용대출에 '경고장'을 날렸지만, 생활비 대출 등의 명목으로 대출을 받을 경우까지 일일이 잡아내기는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다.
일각에서는 주담대 수요가 P2P로 쏠릴 수 있다는 전망도 내놨다. 8·2 부동산 대책에 P2P금융은 적용되지 않아 은행에서 선순위로 대출을 받은 후 부족한 자금은 규제를 비켜 간 P2P에서 융통할 수 있는 것이다.
P2P의 주담대 금리는 업체별, 물건별로 상이하나 평균적으로 연금리 8~12% 구간에 형성돼 있다. 대부업이나 사채 등에 비해서 금리가 낮고 중도상환 수수료도 없다. 차주의 신용등급을 심사에 높이 반영하지 않고 물건을 중점적으로 심사하기 때문에 수도권 주택의 경우 LTV 최대 85~90%까지 대출을 받을 수 있어 P2P로 수요자가 쏠리는 풍선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
그동안 P2P금융이 주로 취급한 부동산 담보대출은 주택을 담보로 생활자금이나 목돈을 빌리는 경우가 대다수였다. 집을 담보로 후순위 대출을 받으면 개인 신용대출보다 금리가 낮고 금액도 많아서다. 하지만 8·2 부동산 대책을 기점으로 실질적으로 부동산을 구입하기 위한 자금에 대한 대출이 늘어날 것으로 업계는 관측하고 있다.
실제로 업계 관계자는 "당장은 체감하지 못하지만 올해 10월을 기점으로 주담대 수요가 몰릴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이 이달 중 가계부채 종합대책까지 발표하면 대출 규제는 더욱 강력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 발표되는 대책에는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과 신DTI의 구체적인 도입 방안이 담길 예정이다.
DSR은 주담대 원리금에 그 외 대출은 이자만 반영했던 DTI와는 달리 주담대 원리금에 신용대출, 마이너스통장, 카드론 등 다른 대출의 원금도 반영해 대출 한도를 정하기 때문에 '대출 절벽' 사태가 더욱 가팔라질 수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주담대를 받지 못한 실수요자들이 금리가 높은 신용대출이나 2금융권 중금리대출로 몰리면서 빚 부담이 가중될 우려가 높다"며 "지나친 규제로 풍선효과가 심화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