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권 분쟁 중인 고려아연이 보유한 전구체 제조 기술이 정부로부터 ‘국가핵심기술’ 판정을 받았다.
국가핵심기술 보유 기업은 경제안보 이유에 따라 정부 승인이 있어야 외국 기업에 인수될 수 있다.
고려아연은 자회사 켐코가 함께 보유한 전구체 원천 기술이 국내외 시장에서 차지하는 기술적·경제적 가치가 높고, 관련 산업 성장 잠재력이 높다는 점을 인정받은 결과라고 설명했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해당 기술이 해외로 유출될 경우 국가 안전보장이나 국민 경제의 발전에 중대한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을 정부가 공식적으로 인정한 셈”이라며 “이번 판정으로 자사는 전구체의 국내 자급 공급망을 안정적으로 구축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고, 해당 기술에 대한 해외 유출 보호 조치를 본격적으로 하게 된다”고 강조했다.
앞서 고려아연은 MBK파트너스·영풍과의 경영권 분쟁이 격화되자 지난 9월 24일 산업부에 ‘하이니켈 전구체 가공 특허 기술’을 국가핵심기술로 인정해 달라고 신청한 바 있다.
당시 업계에서는 고려아연이 중국 등 외국에 자사가 매각되기 어렵게 만들어 궁극적으로 재매각을 통한 이익 실현을 추구하는 사모펀드 MBK의 사업 구상에 타격을 가하는 행보라는 관측이 제기됐다.
산업기술보호법에 따라 지정되는 국가핵심기술은 ‘해외 유출될 경우 국가 안전보장 및 국민 경제의 발전에 중대 악영향을 줄 우려가 있는 기술’로서 정부가 특별 관리하는 기술이다. 반도체, 디스플레이, 철강, 조선, 원자력, 우주 등 다양한 전략산업 기술이 국가핵심기술로 지정돼 있다.
이번 국가핵심기술 인정으로 정부는 향후 외국 기업에 의한 인수합병을 승인할 권한을 갖게 됐다. 고려아연 보유 기술이 국가핵심기술로 인정됐다고 MBK연합의 고려아연 인수 시도가 불가능해지는 것은 아니다. 다만, MBK에 인수될 경우 MBK가 향후 이익 실현을 위해 중국 등 해외로 재매각하려는 것은 정부가 막을 수 있게 됐다.
아울러 정부의 이번 결정은 고려아연이 MBK연합의 경영권 인수 시도에 맞서 내세운 '국가 기간 기업 보호' 명분을 한층 강화하는 객관적 논거로 활용할 수 있다.
세계 1위 비철금속 제련 기업인 고려아연은 전자, 반도체, 자동차, 이차전지 등 국내 첨단 산업에 다양한 기초 소재를 공급하는 공급망 핵심 역할을 담당하는 기업으로 평가받는다.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은 이르면 연말 임시 주총에서 의결권 대결로 판가름 날 전망이다. MBK·영풍 연합의 고려아연 지분율은 39.83%다. 최윤범 회장과 우호 지분으로 추정되는 약 34.65%보다 5%포인트 이상 앞서가고 있지만 양측 모두 과반 지분에는 미치지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