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회 첫 우승을 위한 ‘17전18기’도 사실상 무산된 박인비(29)가 내린 자책성 결론이다. 이젠 ‘골프 여제’의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를 임하는 자세가 달라졌다.
박인비는 12일 제주시 제주의 오라컨트리클럽에서 열린 KLPGA 투어 제주 삼다수 마스터스 2라운드까지 중간합계 2언더파 142타로 공동 36위에 머물렀다. 단독 선두 오지현(21)과는 무려 10타 차. 이번 대회에서도 우승권과는 멀어졌다.
박인비의 독특한 이력은 국내 대회 ‘무관’이라는 점이다. 이번 대회까지 18번째 출전이지만, 우승 없이 준우승만 6차례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 주로 활동하면서 국내 대회 참가 수가 적은 것도 하나의 이유지만, LPGA 투어 18승(메이저 우승 7회)에 올림픽 금메달까지 획득한 ‘골든 커리어 그랜드 슬래머’로서는 체면이 상할 수 있는 기록이다.
하지만 이번 대회도 우승과 거리가 멀어지면서 자존심에 상처를 받았다. 박인비는 좀처럼 나오지 않던 퍼트 실수를 저지르는 등 전체적인 샷 난조에 시달렸다. 페어웨이를 지키지 못하면서 그린 적중률도 떨어졌다. 아이언샷과 퍼트 모두 거리감이 부족했고, 그린을 읽는 감도 떨어졌다. 박인비가 “이틀 내내 답답했던 경기”라고 말한 이유다.
박인비는 “사실 우승과 거리가 멀어졌다고 봐도 된다”고 이번 대회 부진을 인정했다. 대신 국내 대회에 임하는 각오를 새롭게 다졌다. 박인비는 “그동안 국내 대회는 부담을 갖고 즐기면서 하려고 했다. 올해부터 부담을 갖고 우승을 한 번 해보자는 마음이었다”면서 “준비를 철저히 하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밖에 답이 나오지 않더라”고 자책했다.
국내 코스는 여러 환경적으로 박인비에게 익숙하지 않다. 하지만 박인비는 변명 대신 도전자의 자세로 마음을 바꿨다. 박인비는 “국내 대회 우승을 위해 여러 가지 시도를 하고 있는데 잘 안됐다”고 인정한 뒤 “끊임없이 연구해 나가도록 하겠다. 부족한 부분이 있다면 더 열심히 준비해서 또 도전하겠다”고 다짐했다.
이번 대회를 마감한 뒤 다시 미국으로 건너가는 박인비는 10월19일부터 블랙스톤 이천 골프장에서 열리는 KB스타 챔피언십에 출전할 예정이다. 이미 두 차례 코스를 점검한 박인비는 “스폰서 대회이기 때문에 최선을 다해 철저히 준비하도록 하겠다”고 마음을 다잡았다.
한편 박인비는 13일 오전 11시30분 현재 최종라운드 전반 9개 홀에서도 타수를 줄이지 못하고 버디 1개와 보기 2개로 1타를 잃어 공동 49위까지 밀려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