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진영은 12일 제주 오라컨트리클럽(파72·6545야드)에서 열린 KLPGA 투어 제주 삼다수 마스터스(총상금 6억원) 2라운드에서 전반에 보기 2개를 범했으나, 후반 11번홀부터 8개 홀 연속 버디를 잡아내는 신들린 퍼트로 6언더파 66타를 쳤다.
이날 고진영은 KLPGA 투어 최다 연속 버디 타이기록을 세웠다. 앞서 2015년 5월 E1채리티 최종라운드에서 조윤지가 1∼8번홀 연속 버디를 기록한 이후 두 번째 대기록이다. 미국프로골프(PGA)와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최다 연속 버디 기록은 9개다.
최고의 샷 감은 곧바로 순위에 반영됐다. 고진영은 중간합계 11언더파 133타로 이승현(26)과 공동 2위에 올라 단독 선두 오지현(21·12언더파 132타)을 1타 차로 바짝 추격했다.
고진영은 2라운드를 마친 뒤 “후반에 어떻게 쳤는 지 잘 모르겠다. 끝나고 나니 8연속 버디를 했더라”며 “정말 행복했다”고 활짝 웃었다.
이날 고진영의 ‘버디쇼’를 가능하게 만든 동기 부여가 있었다. 다름 아닌 친구와 내기. 고진영은 “어제 저녁에 친한 친구와 내기를 했다. 6언더를 치면 그 친구가 선물을 주겠다고 했고, 7언더를 하면 더 큰 선물을 주겠다고 했다”며 “전반에 그 선물 생각을 너무 한 것 같다. ‘틀렸다’ 생각하고 후반에 마음 편하게 쳤더니 잘 된 것 같다”고 비결을 전했다.
박성현이 미국 무대로 떠난 뒤 올 시즌 고진영에 대한 기대감은 컸다. 하지만 고진영은 올 시즌 1승도 올리지 못하고 상반기 내내 부진했다. 그만큼 마음고생도 컸다. 고진영은 “4년간 뛰면서 관심도 많이 받아 굉장히 부담감이 많았던 것 같다. 그런 상황이 힘들었다”며 “상반기 우승만 없었지만, 성적이 나쁘진 않았다. 오늘 잘 맞아 하반기 때 좋은 모습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다”고 부담감을 털어냈다.
이날 8연속 버디가 가능한 것도 부담감의 해방이다. 고진영은 “예전에 3~4연속 버디를 하면 긴장이 많이 됐는데, 오늘은 긴장이 별로 안 되더라”며 “내 공에만 집중을 잘했던 것 같다. 스스로 노력하면서 조금 더 성숙해지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고진영은 2라운드 반격에 나서며 시즌 첫 우승을 노릴 수 있게 됐다. 이번 대회 뿐 아니라 하반기에 대한 자신감도 생겼다. 고진영은 “워낙 많은 선수들이 잘하고 있기 때문에, 승수를 정하긴 어려울 것 같지만, 준비한대로 열심히 하겠다”며 모처럼 입가에 미소를 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