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8·2 부동산 대책'을 내놓은 지 열흘 만에 주택시장이 급격히 냉각되고 있다. 각종 규제로 실수요층의 진입장벽은 한층 높아진 반면, 다주택자들 상당수는 매매 대신 보유를 택하고 있어 거래시장이 더욱 경색될 수 있다는 우려까지 제기된다.
13일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 11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 변동률은 전주보다 0.30%포인트 하락한 0.07%를 기록했다. 특히 재건축은 전주 0.74%에서 이번 주 -0.25%로 마이너스 변동률로 전환됐다. 낙폭은 0.99%포인트에 달한다. 일반아파트도 전주 대비 0.17%포인트 둔화된 0.13%를 나타내는 데 그쳤다.
문제는 실수요층까지 역풍을 맞았다는 점이다. 서울 외곽지역의 경우 호가가 빠진 급매물이 출몰하고 있지만, 주택담보인정비율(LTV) 및 총부채상환비율(DTI) 강화로 대출 부담이 증가한 탓에 정작 실수요자들은 미동도 하지 않고 있다. 강남권 재건축 역시 1주일 새 2억~3억원 떨어진 급매물이 나왔음에도 중개업소를 찾는 발걸음은 뚝 끊긴 상태다.
다주택자들의 움직임이 정부의 양도소득세 중과 의도와 다르게 흘러가는 점도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당초 정부는 내년 4월부터 양도소득세가 기본세율(6~40%)에 10~20%포인트가 가산되는 만큼 다주택자들의 주택 처분이 늘 것으로 내다봤다.
권대중 대한부동산학회장은 "강남권 및 인기 지역 다주택자들은 향후 시세 급락 가능성을 낮게 보며 팔지 않겠다는 움직임을 나타내고 있다"며 "무엇보다 내년 4월 전 집을 내놓는다 해도 양도세율에 가산되는 10~20%포인트를 빼면 매도자는 별반 득이 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이들이 매도하지 않으면 양도세 중과는 큰 의미가 없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게다가 재건축 소유자들의 경우 조합원 지위 양도 금지로 집을 팔 수도 없다. 상당수 다주택자들은 차기 정권까지 장기 보유하자는 움직임으로 돌아설 가능성도 높다"고 분석했다.
공급대책이 전무한 상황에서 투기과열지구에서 자유로운 수도권(과천 제외) 일부 지역의 경우 풍선효과까지 우려된다.
특히 신도시에서는 분당(0.20%), 판교(0.11%) 등이 전주 대비 오름폭이 증가했고, 서울과 인접한 광명(0.07%) 하남(0.06%) 등도 상승세를 이어갔다. 반면 과천은 투기과열지구 지정 직격탄을 맞으며 이번 주 0.08%로 전주 대비 0.14%포인트 둔화됐다.
위례는 0.02%로 전주(0.12%)보다 오름폭이 크게 떨어졌다. 다만 투기과열지구인 서울 송파와 조정대상지역에만 속하는 경기 성남·하남 등 3개의 행정구역에 걸쳐있는 터라 구역별 분위기는 사뭇 달랐다.
성남·하남 권역으로의 매수문의는 꾸준히 이어지는 반면, 송파 권역에서 역세권 이외 단지들의 경우 전용면적 85㎡를 기준으로 한 주 만에 1000만~2000만원 선까지 낮춘 매물이 출시되고 있지만 거래는 없는 상황이다. 일선 중개업계는 앞으로도 계속 권역별 양상이 다르게 진행되면 정부에서 별도의 대책을 마련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편 청약시장은 가수요가 다소 걷히는 분위기다. 이번 주 모델하우스를 내방하는 수요층 상당수가 투자가 아닌 실거주 목적으로 상담하는 사례가 많았고, 자녀에게 증여하겠다는 경우도 눈에 띄었다. 건설사들 역시 이달 공급하는 인기 사업장의 경우 두꺼운 수요층이 형성돼 있어 청약을 마감하는 데는 무리가 없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문제는 8·2 대책의 효과가 본격적으로 발휘되기 시작하는 내달 이후다. 건설사들 대부분은 규제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 놓지 못한 상태로 판도 변화에 따른 흐름을 주시할 가능성이 높아 향후 물량 감소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권 학회장은 "정부가 특단의 공급대책을 마련하지 않은 채 규제 일변도로 정책을 마련한 점이 아쉽다"며 "재건축을 비롯한 기존 주택시장, 분양시장 모두 빠르게 냉각돼 민감도가 높은 서민 실수요층의 매수 움직임에 제동이 걸린 상태"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