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와 보건복지부는 9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대책’을 발표했다. 이번 대책은 전체 진료비 중 건강보험 지원 비중을 높여 국민 의료비 부담을 낮추고, 고액의료비로 인한 가계 파탄을 방지하고자 마련됐다.
그간 정부 노력에도 불구하고 건강보험 보장률은 2010년 63.6%에서 2015년 63.4%로 사실상 정체돼왔다.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 의료 비중이 높을수록 국민들이 직접 부담하는 의료비는 높아진다. 2014년 기준 국내 가계직접부담 의료비 비율은 36.8%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보다 1.9배 높은 수준이다.
때문에 이번 대책은 그간 추진된 ‘비급여의 점진적 축소’가 아닌 ‘의학적 비급여 완전 해소’에 초점이 맞춰졌다. 미용·성형 등 치료 목적이 아닌 경우를 제외한 모든 비급여를 급여로 전환해 건강보험 보장률을 7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게 요지다.
그간 경제성이 미흡해 급여가 적용되지 않았던 항암제 등 비싼 의약품도 사회적 요구 수준 등을 고려해 환자 본인부담률을 30~90% 차등적용하는 선별급여가 도입된다. 다만 약가협상 등 현 선별등재 방식은 그대로 유지된다. 선택진료비는 내년부터 폐지되고, 상급병실료 본인부담 인하, 간호·간병 서비스 제공 확대 등이 추진된다.
건강보험과 실손보험 관계 재정립도 추진된다. 실손보험이 비급여 가격 장벽을 낮춰 불필요한 의료 이용을 유발한다는 지적 때문이다. 복지부는 공·사보험 연계법 재정을 추진하고, 금융위원회와 함께 공·사보험 협의체를 구성해 보장범위 조정 등 개선방안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이번 보장성 강화대책에서는 저소득층과 취약계층이 고려된 개선정책도 포함됐다.
우선 본인부담상한제에서 소득하위 50% 계층에 대한 건강보험 의료비 상한액은 연소득 10% 수준으로 낮아진다. 본인부담상한제란 1년간 건강보험 본인부담금이 상한액을 초과하는 경우 초과 금액을 공단이 부담하는 제도다.
또 암·심장·뇌·희귀난치질환 등 4대 중증질환에 대해 한시적으로 시행되던 ‘재난적 의료비 지원사업’을 제도화하고, 적용대상을 소득하위 50% 내 모든 질환자로 확대한다. 의료비가 연간 소득 10~40%를 넘는 경우 최대 연간 2000만원까지 비급여 등 본인부담 50~60%가 지원된다.
이외에도 치매 진단을 위한 정밀 신경인지검사 급여화, 중증 치매 환자 본인부담률 대폭 인하, 틀니·치과임플란트 본인부담률 20%포인트 인하, 장애인 보조기 급여대상 확대 등을 추진한다.
정부는 건강보험 재정 누적적립금 20조원과 재정누수 방지 등으로 재정 조달할 방침이지만, 일정 수준의 건강보험료 인상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지난 10년간 평균 보험료율 인상 폭인 3.2%를 이번 대책 이후로도 유지해 국민 부담을 최소화하겠다는 입장이다.
의료계와의 긴밀한 협조도 요구된다. 신의료기술 등 새로운 비급여 진료비를 줄이기 위해선 병원 협조가 중요하다. 선택진료비 폐지 등으로 나타날 수 있는 대형병원 쏠림 현상도 조절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