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기세력과의 전쟁을 선포한 여권이 초강력 부동산대책의 2탄격인 ‘보유세 인상’에 군불을 때고 있다. 8·2 부동산 대책 이후 여권 내부에서 연일 ‘보유세 인상’에 대한 진전된 발언이 나오면서 사실상 여론전에 시동을 건 모양새다. 보유세는 주택이나 토지 등을 보유한 사람이 내는 종합부동산세(종부세)와 재산세 등을 일컫는 용어다. 과세표준(세금을 매기는 기준금액)은 공시지가의 60±20% 수준에서 결정된다.
특히 당·청 내부에서 전반적인 세제개혁을 논의하는 ‘조세 공론화위원회’ 검토에 나선 것으로 알려져 보유세를 시작으로, 경유세·종교세 등 증세 논의의 신호탄이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보유세 ‘검토無→추가조치→필요시 검토’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은 9일 한 라디오에 출연해 보유세 인상과 관련, “필요하다면 검토해볼 수 있다”고 밝혔다.
김 정책위의장은 “8·2 (부동산) 대책을 발표한 지 일주일 정도밖에 안 돼 다른 대책을 얘기하는 것은 이르다”면서도 “문재인 정부의 정책 목표는 분명하다. 시장 안정화·주거 안정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겠다는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사회자가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데 필요하면 보유세 인상도 배제하지 않겠다는 것이냐’라고 묻자, “지금 얘기하기는 매우 이르다는 것을 전제하고 얘기한다면 (그렇다)”이라고 설명했다.
그간 당·정은 보유세 인상을 놓고 엇박자를 냈다. 8·2 부동산 대책 직후 김 정책위의장은 “(보유세 인상을) 검토하지 않았다. 너무 큰 사안이라서 (앞으로도) 답하지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은 반면,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많은 검토가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정반대 얘기를 했다. 이 과정에서 기획재정부는 ‘보유세 시기상조론’을 폈다.
이후 김 정책위의장은 전날(8일)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다음 달 실수요자를 위한 부동산 공급대책 제시와 함께 “부동산 대책 적용대상에 포함이 안 된 지역에서 과열 조짐이 있으면 즉각적으로 추가 조치를 취할 것”이라며 보유세 인상을 시사했다. 김 정책위의장의 보유세 발언이 ‘검토 없었다→과열 땐 추가 조치→필요시 검토’로 한 발씩 나아간 셈이다.
◆투기세력 타기팅 미지수…위원회 결정도 논란거리
당이 보유세 인상에 군불을 때는 사이, 당·청은 조세 공론화위 구성 착수에 돌입한 것으로 전해졌다. 비정상적인 조세의 정상화를 위한 중장기적인 로드맵을 위한 기구다. 문재인 정부의 조세정의를 담당하는 기구인 셈이다. 당·청이 보유세 인상의 여론전과 위원회 구성 등의 역할분담을 했다는 얘기도 나온다.
문제는 두 가지다. 하나는 보유세 인상 카드가 강남 투기세력을 타기팅하는 이른바 ‘핀셋 정책’이 될 수 있느냐다. 국세인 종부세는 인별 합산, 지방세인 재산세는 물건별 합산 방식으로 한다. 실거래가가 아닌 공시지가로 결정되는 보유세 과세표준의 재정비도 필수다.
강남권 실거래가 8억원 아파트의 공시지가는 4억8000만원가량이다. 이 중 공정시장가액 비율 60%가량을 적용하면, 과세표준은 3억원에도 못 미친다. 참여정부 당시 종부세도 ‘상위 1% 한정 과세’ 명목으로 추진했지만, 세금 폭탄 프레임에 직격탄을 맞았다.
문 대통령 또한 대선 막판 보유세 발 빼기 논란에 휘말린 이유도 이와 무관치 않다. 내년도 지방선거를 의식한 당·정·청이 ‘제한적 증세’에 나섰다가, 선거가 끝나자마자 보유세 카드를 꺼내기도 쉽지 않다.
문제는 또 있다. 법적권한이 없는 위원회가 보유세 인상 등을 논의할 수 있지도 논란거리다. 현행 헌법은 조세 ‘법률주의’를 취한다. 국회 밖 위원회가 보유세 인상을 결정한 뒤 다시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조세소위 등에서 여야가 격돌하는 악순환을 반복할 수 있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