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을 경영했거나, 고위 경제 관료 출신 인사들이 정치권에 자천타천으로 영입되는 일은 다반사다. 정치와 경제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이기 때문이다. 단기적으로는 갈등 관계에 있기도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한 방향으로 흘러간다. 정치 발전 없이 경제 발전도 불가능하지만, 경제 발전 없는 정치 발전도 없다. 그만큼 양자는 배타성이 아닌 상호 의존성을 갖는다. 두 영역을 경험한 국회의원들이 전하는 솔직한 이야기를 듣고 싶었다. 이들이 전하는 상생의 정치·경제학을 통해 새로운 20대 국회 모습을 모색한다. <편집자 주>
“정치는 효율성만 보고할 수 없다. 기업은 의사결정 수가 정치보다 적은 반면, 정치는 한 사안에 국민들의 여러 이해관계가 얽혀 있다. 정치의 숙명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거나 자기 지지층을 대변하는 것에 그치는 문제는 개선돼야 한다.”
◆공장노동자 아들 ‘김병관’, 27세 창업→43세 국회의원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한국과학기술원(KAIST) 공학석사(경영공학 전공)를 마친 김 의원은 27살의 나이로 벤처기업 ‘솔루션홀딩스’로 창업했다. 이후 NHN 게임스 대표이사(2005∼2006년), 웹젠 대표이사(2010∼2012년)와 이사회 의장(2010∼2016년) 등을 역임하다가 지난해 4·13총선 때 문재인 대통령의 ‘영입인사 2호’로 민주당에 발을 내디뎠다.
문 대통령이 ‘김병관 영입’을 발표한 날은 대표적인 비문(비문재인)계인 김한길 전 의원이 탈당한 날이다. 김 의원 영입이 20대 총선 승리를 위한 문 대통령의 ‘히든카드’였던 셈이다. 그는 4·13총선 때 ‘천당 아래 분당’으로 불리는 분당 대첩에서 47% 득표율로 당선됐다.
원내 진입 후 그의 활동은 눈부시다. 자신의 전문성을 살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를 맡았다. 지난해 6월 신용보증기금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총 17개 법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 중 상표법과 실용신안법 일부개정법률안은 원안 형태로 국회 본회의 문턱을 넘었다. 지난해와 올해 국회 출석률은 100%다. 상임위 출석률은 97.3%다.
갈 길은 멀다. 최근 대표 발의한 신기술 기업 벤처 확인 조항 신설을 골자로 하는 ‘벤처특별법’을 비롯해 청년 세대의 안전판 만들기, 탈원전 등 굵직굵직한 현안 챙기기 등으로 몸이 두 개라도 모자라다. 김 의원은 “이 사회의 희망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그의 엘리트 코스 뒤에는 ‘가난한 공장 노동자 아들’이란 코드가 숨어있다. 김 의원이 청년들의 안전판 만들기에 주력하는 이유다.
◆“게임 1위 中 자국보호…우리는 자국산업 역차별”
김 의원은 벤처특별법 발의 이유에 대해 “벤처의 옥석을 가리자는 것”이라며 “현재의 벤처확인 제도는 ‘벤처 생태계’를 해치고 있다. 질적성장 중심의 벤처생태계 구축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밝혔다.
이어 게임산업 셧다운제에 대해선 “여성가족부 강제적 셧다운제와 문체부 부모선택시간제가 있다”며 “규제는 합리적인 규제여야만 한다. 아이들 보호 논리로 성인을 규제하는 것은 문제”라고 설명했다.
김 의원은 게임산업에서 중국 위상에 대해 “세계 1등이 됐다”고 잘라 말했다. 우리나라와의 차이점을 묻자 “중국은 문화콘텐츠의 경우 자국민의 정신을 지배한다고 생각해 보호무역도 하고 중국에 맞는 콘텐츠를 만든다. 그러나 우리의 경우 자국 산업은 규제하고 해외 산업은 규제 방법이 없다는 이유로 풀어주는 역차별 요소가 있다”고 전했다.
그는 요즘 탈원전에 관심이 많다. 기업인 출신인 김 의원이 보는 탈원전 문제는 어떨까. “이념적으로 보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입을 뗀 김 의원은 “신고리 5·6호기는 향후 5년간의 전력 수급과는 아무 관계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러면서 “태양광은 반도체 생산기술과 같다”며 “산업적으로 봐도 지금이 투자 타이밍 적기”라고 덧붙였다.
“기업의 효율성을 정치에 그대로 투영하기 힘들다”는 김 의원. 그가 정치권의 복잡다단한 이해관계를 푸는데 어떤 ‘혁신’을 보여줄지 국내외 IT업계는 눈여겨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