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뱅크, 카카오뱅크가 저렴한 대출 금리와 수수료 면제 등의 혜택으로 고객을 모으자 시중은행들이 분주해졌다. 고객 지키기에 나선 시중은행들은 하나같이 문턱을 낮추는 데 여념이 없다. 상황이 이렇자 고객들은 "진작 제공할 수 있었던 서비스를 이제서야 내놓는다"는 비판이 쏟아진다.
KB국민은행은 최근 카카오뱅크에 계좌를 개설한 우량 고객들을 대상으로 적금 금리를 0.5%포인트 더 주는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주거래 고객을 위한 비대면 전용 'KB 주거래 고객 우대대출'도 내놨다. 골드스타 이상 등급인 고객이면 누구나 KB국민은행 거래 실적만으로 대출을 받을 수 있다.
인터넷은행의 돌풍에 기존 시중은행들은 바짝 긴장한 모습이다. 각종 상품 출시는 물론 해외송금 수수료 인하, 모바일 신용대출 한도 확대 등의 소식을 하루가 멀다하고 전하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인터넷은행에 빠른 속도로 신규 고객이 유입되고 있지만 노하우나 인프라 등을 감안했을 때 기존 은행들을 당장 위협할 수준은 아니다"라며 "다만 이 같은 성장세가 지속될 것에 대비해 고객 관리에 더욱 신경쓰려 한다"고 말했다.
시중은행의 발빠른 대응에 고객들의 반응은 엇갈리고 있다. 혜택이 반가우면서도 왜 그동안은 이렇게 하지 않았는지 의문이 생기는 것이다. 떠밀리듯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에 반감을 드러내는 고객들을 온·오프라인에서 적지 않게 볼 수 있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기존 은행 중심으로 끌고 오던 비대면 채널을 인터넷은행이 실질적으로 구현한 것"이라며 "안타깝게도 은행들의 변신은 자발적인 것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이어 "처음 등장한 인터넷은행에 관심이 한껏 몰리고 있다"며 "앞으로 한계를 극복하고 꾸준히 성장해 은행 서비스가 전반적으로 개선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인터넷은행의 성공으로 은행 내부에 생길 변화도 눈여겨볼 만하다. 4차 산업혁명을 내세워 몸집을 줄여온 시중은행들이 앞으로 인력 및 점포를 더욱 빠르게 축소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실제 신한·KB국민·우리·KEB하나은행 등 4대 시중은행의 점포 수는 올해 상반기 기준 3671개로, 지난해 말보다 86개 감소했다. 세부적으로는 60개가 신설되고, 146개가 문을 닫았다. 은행 점포는 신도시나 산업단지 등을 제외하고 전국적으로 계속 즐어들 전망이다.
최근 김도진 IBK기업은행장은 창립기념식에서 동반자금융을 통한 일자리 창출을 강조했다. 동시에 점포 폐쇄와 인터넷은행 출범에 따른 은행업의 근본적인 변화도 요구했다.
김 행장은 "점포 한 개를 운영하는 데 평균 28억원이 든다"며 "뱅킹의 핵심 역량이 상품, 프로세스, 그리고 장소에서 시공간의 제약 없이 고객에게 유익한 서비스를 할 수 있느냐로 바뀌고 있다"고 전했다.
씨티은행은 이미 오는 10월까지 90개 점포가 문을 닫을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을 낳고 있다. 또 올해 초 2800명의 희망퇴직을 진행한 KB국민은행에 이어 올해 말이나 내년 초 다른 은행들도 희망퇴직을 단행할 것으로 보인다.
다른 은행 관계자는 "점포 없이도 은행업 영위가 가능하다는 것을 인터넷은행이 직접 보여주고 있다"며 "시대적 흐름에 따라 인력 및 점포 줄이기는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