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해법과 관련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군사적 조치와 대화론 등 엇갈린 메시지를 내놓고 있어, 이를 두고 북한 문제의 심각성과 시급한 해결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일(이하 현지시간) 북한·러시아·이란 패키지 제재 법안에 서명하면서 "북한의 위험한 행동을 용인하지 않겠다"고 재차 북한에 대한 강한 압박을 예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열린 제재 법안 서명식에서 "법안은 위험하고 안정을 깨는 북한과 이란의 행동을 용인하지 않겠다는 우리의 명확한 메시지"라며 강력한 대북 제재 및 압박 기조를 재확인했다.
수전 손턴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 대행은 "ARF 회의에서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이 북한 측과 만날 계획은 없다"며 북한 행동에 변화가 없다면 북·미 대화 재개는 힘들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이는 틸러슨 장관이 전날 국무부 브리핑에서 밝힌 "어느 시점에서 북한과 대화하고 싶다"는 발언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
틸러슨 장관은 브리핑에서 북한의 비핵화 조치를 전제한 후 "어느 시점에 북한이 추구하는 안보와 경제적 번영의 미래에 대해 대화하고 싶다"며 대화론을 제기했었다.
손턴 부차관보 대행은 그러나 북한이 위협의 수위를 고조시키는 현 시점은 북·미 대화가 가능한 '어느 시점'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이는 북·미 대화가 북한 핵·미사일 도발 중지 등 전제조건이 달려 있다는 점을 명확히 한 것으로 풀이된다.
대표적인 대북 강경론자인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을 통해 1일 '한반도에서 전쟁을 불사하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전해지고 나서 얼마 뒤, 틸러슨 국무장관은 기자회견을 자청해 "우리는 북한의 적이 아니다"라며 진화에 나섰다. 미 외교 수장으로서 대화가 최우선 해법임을 다시 한 번 강조한 것이다.
CNN은 2일 틸러슨 장관의 '대화' 발언으로 미 정부의 모순이 드러났다며 불일치하고 불투명한 메시지가 북한을 다루는 데 있어 미국의 입지를 좁게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반면 전략적 행보라는 분석도 나온다.
"어느 시점에서 북한과 대화하고 싶다"는 틸러슨 국무장관의 발언이 성급한 북·미 대화 재개로 확대 해석되는 것을 경계하기 위한 목적을 갖고 있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아울러 ARF 외교장관회의를 앞두고 북한과 거래하는 중국·동남아 국가들을 압박하기 위한 사전 포석으로도 풀이된다.
특히 북한의 태도 변화를 위한 마땅한 카드가 없는 트럼프 행정부의 현실과 '대화'를 내세워 대북 압박에 있어 중국의 더 적극적인 역할을 촉구하기 위한 의도 등 다양한 이유가 반영됐으리라는 분석이 나온다.
우리 정부 관계자는 "대북 '압박'뿐만 아닌 '관여' 기조도 여전히 유효하다는 점을 재확인만 만큼 미국 내에서 극단적인 목소리들이 나오는 상황에 국무장관이 나와서 분명한 미국 정부의 입장을 밝힌 것으로 본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