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경영권 승계를 위해 지분 확보에 힘썼다는 특검의 주장에 "지분 몇프로를 더 갖는 것은 의미가 없다"며 반박했다.
2일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7부(김진동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이 부회장 등에 대한 50차 공판에서 이 부회장은 피고인신문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또 이 부회장은 "회사의 리더가 되려면 사업을 이해하고 직원에게 비전을 제시해 좋은 사람들이 오게하고, 회사 경쟁력이 강화되도록 해야한다"며 "직원이 신바람 나게 일하는 능력을 갖는 것이 경영권이지 지분 몇 프로 더 갖는건 의미가 없다"고 강조했다.
또 단순히 주식 지분을 지배력이라고 말한다면 이건희 회장 와병 이전에도 이미 충분한 지분을 소유하고 있어, 지배력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부회장은 "지분만으로 따지면 삼성전자보다 삼성물산이 더 많지만, 삼성물산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며 "삼성전자는 지분은 적지만 제가 열정을 갖고 일해왔기 때문에 지배력이 훨씬 강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은 삼성전자를 지주회사로 전환하면 사업 경쟁력이 약화된다는 취지의 진술을 하기도 했다. 그는 "삼성전자 같은 IT업계 회사는 기술혁신 변화가 워낙 빠르고, 경쟁도 치열하고 고객 기호도 정신없이 바뀌기 때문에 항상 시대, 기술 변화에 빨리 적응하는 구조를 가져야한다"며 "지주회사로 묶여 지분을 유지해야되고, 사업 매각·매수 등에 제약이 있다면 기업의 생존, 변신, 성장을 저해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부회장은 회장직 승계에 관해서는 아직 준비가 되지 않았다고 생각해 스스로 고사했다고 밝혔다.
이 부회장은 "회장님이 생존해 계시니 자식된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했고, 아직 준비가 덜 됐다는 생각도 있다"며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언급했듯 한 단계 위치변화가 있으려면 이왕이면, 회사 안팎에서 환영 받으며 하는게 좋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또 "저희 계열사들이 올해 다 좋은 실적을 내고 있다"며 "주요 계열사 사장님들도 이 회장님 와병 이후 큰 변화 없이 잘하고 있어, 제가 괜히 조직에 변화를 줘서 체제를 흔들기 싫었다"고 설명했다.
이 부회장은 '삼성의 4인 집단 체제'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김 전 위원장은 지난달 14일 이 부회장 재판에 증인으로 참석해 김종준 전 삼성 미래전략실 팀장으로부터 이 부회장, 최지성 전 삼성 미래전략실 실장(부회장), 장충기 전 삼성 미래전략실 차장(사장), 김 전 전략팀장 4인이 매일 모여 삼성 현안에 대해 회의를 한다고 들었다고 증언한 바 있다.
이에 이 부회장은 "넷이 모여 회의한 적도 없고, 식사를 한 적도 단 한 번도 없다"며 강하게 부인했다.
이 부회장은 "김 전 위원장이 거짓말을 하진 않았을 거고, 김 전 전략팀장이 그런 말을 했다면 본인 지위를 과장되게 얘기 했거나, 본인이 실장과 집단 경영체제라고 생각했다는 것인데, 그렇게 생각했다면 본인의 착각이다"라고 단호하게 말했다.